진료비 선불 폐해 사라질까…새 결제방식 도입 꿈틀

진료비 선불 폐해 사라질까…새 결제방식 도입 꿈틀

병원은 환불, 환자는 비용부담에 ‘선불기피’… 신용카드 등록하면 당일진료 한번에

기사승인 2018-06-08 00:11:00

생명의 가치는 높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비용 또한 높다. 문제는 준비가 부족한 경우들이 종종 있어 환자도, 의료기관도 곤혹스러울 때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환자들은 계획하지 못했던 지출이 발생함에 따른 부담이, 의료기관은 ‘먹튀’라고도 하는 일부 환자들의 진료비 지급불이행 즉 ‘부도율’이 걱정이다.

결국 의료기관들은 진료나 검사 전 비용을 납부하도록 체계를 구축해 부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로 인해 환자들은 한번 진료를 보기 위해 최소 2번 이상 수납창구를 들려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불편하고 번거롭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거동이 힘든 환자들이 수납을 위해 병원을 가로지르고, 유동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혼잡함도 커졌다. 민원도 뒤따랐다.

대책이 필요했다. 병원 경영자들은 부도율을 낮추면서도 병원 내 이동을 줄이고 민원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진료비 선납제도’다. 1번의 진료로 치료가 모두 종료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감안해 예약된 진료비나 검사비 등을 먼저 받는 제도다.

선납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환자들은 다음 진료시 추가 검사 등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수납창구를 먼저 방문하는 등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됐다. 병원들 또한 비용을 납부하지 않고 사라지거나 고가의 검사비를 받지 못하는 일이 줄었다. 적게는 수일, 많게는 1년 후의 비용을 미리 받아 재정상 긍정적 영향도 부수적으로 얻었다.

하지만 제도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서서히 드러났다. 무인정산기를 사용할 경우 예약된 진료비를 자동청구하는 문제가 일부에서 나타났다. 환자들이 예약 후 진료를 받으러 오지 않거나, 병원의 등급이 오르내리는 경우가 간혹 발생하며 ‘환급’ 혹은 ‘추가징수’가 필요한 상황들도 연출됐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찾아가지 못한 환급금이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환자명부의 보관의무기간인 5년이 지나 이용하지 못한 의료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급에 대한 사항을 어떻게, 얼마나 자주, 언제까지 알려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환자와 의료기관이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의료기관들은 환자가 이미 내놓은 진료비를 돌려주기 위해 추가적인 행정적, 비용적 부담이 생겼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1~2년새 성형외과나 치과를 중심으로 선납에 따른 환불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며 병원들도 선납을 꺼리게 됐다”면서 “환불의 절차나 방법, 알림에 이르기까지 정해진 규정이 없어 복잡한 문제들이 많이 발생한다”고 털어놨다. 

이에 최근에는 새로운 결제방식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병원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원스톱 서비스’ 혹은 ‘하이패스’로 불리는 방식이다. 환자가 의료비 결제에 사용하는 카드를 등록해놓으면 당일 진료나 검사가 끝난 오후 마감시간에 일괄승인처리 하는 방식이다. 환자도 병원도 자동결제로 그간의 불편함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하이패스를 도입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는 이리저리 수납을 위해 돌아다녀야하는 불편이 없고, 병원은 환불이나 부도율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아직은 일부 병원에서만 도입한 것 같지만 널리 퍼질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과연 하이패스가 차세대 결제체계로의 대안이 될지, 부작용은 없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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