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공녀’ 대한민국에서 청년가구로 산다는 건

‘영화 소공녀’ 대한민국에서 청년가구로 산다는 건

기사승인 2018-06-16 05:00:00

“트렌드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미니멀라이프, 욜로, 소확행. 모두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들이다. 작지만 큰 행복 또는 그런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젊은 세대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나타내는 징표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의 미니멀라이프 등의 추구에는 경제적 가난이 전제돼 있다. 그들은 자신의 경제적 여건에 맞게 생활한다. 기업들은 그들의 어려운 삶을 미니멀라이프 등과 같은 아름다운 트렌드 용어로 포장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한다. 매년 출판되는 트렌드 관련 서적이 기업의·기업에의한·기업을위한 서적이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소공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블랙코미디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회 현실을 반영한 영화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 젊은 세대가 처한 어려움에 대해 알아봤다.

“30대가 넘고 나니 새삼 우리 사회가 너무나 살기 힘든 구조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집값은 너무 비싸서 아무리 모으고 모아도 집 구하긴 힘들고, 어느새 친구들은 다 사라지고. 제 고민들을 한 데 모아 재미있게 풀어보려고 했죠” - ‘소공녀’ 전고운 감독

주인공 미소(이솜)는 3년 차 가사도우미다. 퇴근 후 위스키 한 잔, 담배 한 모금,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그녀는 행복하다. 하지만 해가 바뀔 때마다 그 행복에는 조금씩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수입은 그대론데 집세와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결국 미소는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하는 대신 집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영화는 미소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N포 세대를 상징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 모두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무언가를 하나씩 포기한 인물들이다. 더 큰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링거까지 맞아가며 일하는 문영(강진아), 시댁 식구 눈치를 보며 사는 현정(김국희), 아파트 대출금에 쩔쩔 매는 대용(이성욱), 늦은 나이에 부모님께 얹혀사는 록이(최덕문), 부자 남편의 비위를 맞추느라 진짜 자신의 모습을 숨기는 정미(김재화)가 그들이다.

하지만 이는 비단 영화 속에서만 등장하는 인물들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젊은 세대는 극중 인물들의 삶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현재 대한민국 젊은 세대는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1인 청년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주거지원정책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정책 모기지론을 제공하고 생애주기·소득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약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9세 이상 35세 미만 1인 청년가구 분포는 2006년 9.3%에서 2016년 18.1%로 2배가량 증가했다. 이들 중 최저주거기준(최소 주거면적·안전·쾌적성 등을 고려한 환경기준) 미달과 임대료 부담을 느끼는 집단은 2006년 17.1%에서 2016년 46.8%로 10년 사이 2.7배 증가했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지칭하는 이른바 지·옥·고라는 말이 들려오는 이유기도 하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과도한 임대료다. 1인 청년가구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을 보면 RIR20 이상이 전체 56.9%에 해당한다. RIR30 이상은 37.0%를 차지한다. RIR 수치가 높을수록 주거비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1인 청년가구 빈곤율은 20.8%로 부모와 함께하는 청년(5.7%), 청년 부부(3.9%), 청년 부부와 자녀 가구(4.8%)보다 높게 집계됐다. 이들은 전세자금 대출지원(35.8%), 월세 보조금 지원(18.8%),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16.9%) 등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집세 낼 돈도 없으면서 왜 술, 담배를 끊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미소의 답이다. 소신 있는 그녀의 대답이 멋있어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대한민국에는 미소와 같은 젊은이들이 너무나 많다. 경제적 가난이 이젠 집도 모자라 그들의 생각과 취향까지 앗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한편 영화 소공녀는 미국 아동문학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 1905년에 쓴 소설 소공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전고운 감독, 이솜 주연의 영화다. 지난 3월 22일 개봉했다. 러닝타임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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