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미국 관세가 폐지되면서 수입맥주의 국내 시장 잠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의 관세 폐지될 예정이여서 국내 주류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무관세의 힘… 미국산 수입맥주 ‘껑충’
1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의 총 맥주 수입액은 1억2175만달러로 전년 대비 29.5% 증가했다.
특히 미국 맥주의 수입량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한 해 동안 수입된 미국 맥주는 총 1741만달러였으나 올해는 주요 성수기가 지나기 전임에도 지난해 총 수입액에 다다랐다. 국내에 수입되는 수입맥주 국가 순위도 지난해 7위에서 3위로 껑충 뛰었다.
미국 맥주의 수입량 강세는 올해 1월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무관세가 적용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세를 받지 않아 가격이 낮아진데다가 스타우트, 밀러, 블루문 등 대부분 인지도가 높은 것이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악재는 또 있다. 내달로 예정된 관세철폐로 인해 유럽연합발 맥주들이 국내 주류시장에 무혈입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국내에 수입되는 맥주 중에서 유럽연합 소속 국가의 맥주가 가장 많다. 1위부터 10위까지 국가 중 미국과 중국,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벨기에, 독일, 아일랜드, 네덜란드, 프랑스, 체코, 오스트리아 등 7개 국가가 유럽연합 소속이다.
미국 관세 철폐 이후 미국산 맥주의 수입량이 크게 올랐던 전례를 볼 때, 유럽연합 소속 국가의 맥주 역시 국내 주류 시장에 큰 여파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역차별에 관세철폐까지… 차·포 뗀 국산 맥주
이러한 국산 맥주의 열세에는 가격적인 차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 맥주는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이 더해진 과세표준의 72%인 ‘주세’와 이 주세에 30%가 추가된 ‘교육세’, 그리고 과세표준·주세·교육세 합의 10%가 추가된 ‘부가세’가 더해진다.
반대로 수입맥주는 과세표준에 수입 신고금액과 관세만이 적용된다. 여기에 72%의 주세가 더해진다. 문제는 신고금액을 수입업체가 임의로 정할 수 있어 일부러 신고금액을 낮춰 수입한 뒤 유통과정에서 가격을 올려 차익을 더 남기는 꼼수도 가능하다.
앞서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국내 맥주와 수입맥주의 판매가가 같을 경우 책정되는 세금의 차이가 최대 20%에 달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여러 규제와 국가간 무역 등의 상황을 볼 때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와의 가격경쟁은 사실상 불가능”이라면서 “최소한 동일선상에서라도 경쟁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