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이 말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동의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윤 전 대표는 "(북미는) CVID 혹은 완전한 비핵화, 검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와 그에 따른 외교관계 정상화, 경제적 이익 등에 대한 협상이 현재로선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이) 원하는 대로 말할 순 있지만,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CVID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증보다도 그 이전에 모든 북한 핵물질 등에 대한 신고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그 논의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표는 최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조치 등은 미국이 결국 중국의 '쌍중단(雙中斷·freeze-for-freeze)' 요구를 따르는 데 그친 것이라고 봤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이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하는 데 굉장한 성과를 이룬 건 분명하지만, 북한 핵무기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다루지 않고 있다"며 "결국 미국이 일부분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중국의 '쌍중단' 모델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내인 2020년까지 비핵화의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공언한 것에 대해서는 "가능성만 따지면 못할 건 없으나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신호(sign)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윤 전 대표는 초등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1985년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으며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정무참사관과 정무공사로 두 차례 근무했다.
2016년 10월부터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북정책 대표 및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로 발탁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도 겸했다. 지난해 6월엔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 북한에 억류돼있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석방을 끌어냈으나 올해 2월 북미대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시점에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그는 26∼2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참석 차 방한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