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2년 휴식이 고성희에게 가져다준 것

[쿠키인터뷰] 2년 휴식이 고성희에게 가져다준 것

2년 휴식이 고성희에게 가져다준 것

기사승인 2018-06-28 00:02:00


지난해 SBS ‘질투의 화신’,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 이어 올해 tvN ‘마더’, KBS2 ‘슈츠’까지. 잘된 드라마엔 항상 배우 고성희가 있었다. 2년의 공백기를 딛고 카메오로 출연한 ‘질투의 화신’을 시작으로 네 작품을 쉬지 않고 달렸다. 숨 가쁘게 달린 촬영에서 이제야 벗어난 고성희를 지난 22일 쿠키뉴스 본사에서 만났다. 고성희는 ‘마더’ 이후 잠시라도 쉬고 싶었지만 쉴 수 없었다고 했다. “마음껏 해보라”는 ‘슈츠’의 김진우 PD의 말 때문이었다.

“‘마더’를 마치고 힘든 점이 있었어요. 어둡고 어려운 역할을 맡아서 많이 어두워져 있었어요. 육체적으로도 지쳤고요. 환기가 필요했을 때 ‘슈츠’ 출연 제안을 받았어요. 준비가 덜돼서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슈츠’의 PD님이 용기와 자신감을 주셨어요. 전체 대본 리딩을 마치고는 대본도 보지 말라고 하셨을 정도예요. 대본에 제약받지 말고 대사나 애드리브, 동선도 마음껏 하라는 의미였죠. 처음엔 오히려 그게 더 익숙지 않아서 어려웠는데, 뭘 해도 웃고 호응해주셔서 나중엔 용기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했던 모든 작품 중에서 ‘슈츠’가 가장 행복한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고성희는 2015년 8월 종영된 OCN ‘아름다운 나의 신부’를 마지막으로 연기 활동을 중단했다. 연기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스스로의 진단 때문이었다. 집에 있거나 여행을 다니며 보낸 시간이 2년이었다. 그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했고 다시 연기를 시작할 힘을 얻었다.

“‘아름다운 나의 신부’를 마치고 많이 우울해졌어요. 작품이 어둡기도 했고 감정적,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좀 쉬어보자는 생각으로 쉬는 시간을 갖게 됐는데 생각보다 길어졌어요. 2년 정도 쉬었는데, 1년 반 정도는 한국 밖에 있었어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배낭 메고 해외를 돌아다녔죠.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한 달에 5일도 안 됐을 거예요. 들어왔다 싶으면 다음 나갈 곳을 정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면서 생각 정리가 됐어요. 부모님은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2년 반 동안 쉬지 않고 일하던 애가 한 달, 두 달, 1년이 넘도록 쉬었으니까요. ‘가슴이 너무 답답했는데 가장 힘든 게 너일 테니까 선뜻 이야기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해주셨어요. 그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어요.”

고성희가 연기 활동을 재개하게 된 건 ‘질투의 화신’을 통해서였다. MBC ‘미스코리아’에서 함께한 서숙향 작가가 쉬고 있던 그녀에게 먼저 연락을 줘서 카메오로 캐스팅됐다. 조정석과 고경표에게 동시에 사랑 받은 첫사랑 역할이었다. ‘질투의 화신’을 본 ‘당신이 잠든 사이에’ 제작진이 고성희에게 출연 제안을 하며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고성희는 마치 계속 연기해왔던 것처럼 드라마로 복귀했다. 활동하면서도 휴식 이전과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느끼기도 한다.


“마인드가 정말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데뷔하고 신인이었는데도 감사한 기회가 많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가진 것보다 훨씬 과분한 기회였던 것 같아요. 감사한 동시에 저도 제 자신을 의심했어요. 연기력 혹평을 많이 받으면서 많이 위축됐기도 했고요. 그러다보니까 제 걸 해내는 데만 집중하게 되고 주변과 남을 살피지도 못했어요. 제 개인적인 욕심이나 행복을 고집하기도 했고요. 공백기를 가지면서 배우로서도 돌아봤지만 인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지 않았는지, 이기적이진 않았는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작품이나 저를 위해 일해주시는 회사 분들, 옆에 있는 가까운 지인들에 대한 감사함과 책임감이 많이 생겼어요. 그러다보니 일 욕심도 저절로 많아진 것 같아요. 전에는 끌려 다니는 느낌으로 해서 일하는 게 행복한지 몰랐다면, 지금은 일하는 게 유일한 힘의 원동력이에요.”

공백기의 힘일까. 고성희는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으로 자신 있게 질문에 답했다. 아직 남아있는 ‘슈츠’의 여운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자유롭고 즐겁게 연기한 작품은 처음이었다. 박형식과 로맨스 연기를 살짝 맛본 고성희는 앞으로 더 본격적인 로맨스를 펼치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 했다.

“‘슈츠’는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즐겁고 자유로울 수 있구나를 깨닫게 해준 작품이에요. 그동안 맡은 배역들은 대부분 제가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어야 잘 마무리할 수 있었거든요. 아무리 현장 분위기가 좋아도 혼자 고립돼 있을 때가 많았죠. 감정이나 긴장을 잡고 고통스럽게 연기해야 했으니까요. 이번엔 제가 행복하고 즐거운 걸 캐릭터에도 묻어나게 했어요. 그 느낌을 보시는 시청자 분들도 함께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번에 로맨스로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좀 짧았잖아요. 다음엔 로맨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제가 개그 욕심이 많은 편인데 그걸 터뜨릴만한 코믹한 작품도 만나고 싶고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사람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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