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형마트 입점 점주도 소상공인이다

[기자수첩] 대형마트 입점 점주도 소상공인이다

기사승인 2018-07-03 05:00:00

사면초가(四面楚歌)란 말 그대로 사면에서 들려오는 초나라의 노래를 말하는 사자성어로,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외롭고 곤란한 지경에 빠진 형편을 뜻한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 대규모 점포 영업시간 제한 등에 대한 헌법소워심판에서 재판관 8: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매달 2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형마트의 성장에 따라 영세한 대다수의 전통시장과 중·소 유통업체가 급격히 위축돼왔다며 이러한 상황을 방임할 경우 대형마트가 유통시장을 독과점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사실상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의 성장을 막는 ‘나비효과’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현재 대형마트에 국한돼있는 의무휴업을 3000㎡ 이상 대기업계열 복합쇼핑몰로 확대하고 대규모점포 신규 출점 제한 등 30여건의 규제를 담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그간 업계 반발에 국회에 계류된 상태였으나 최근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의 지자체장 자리를 거머쥐면서 통과가 기정사실화 된 상태다. 

앞서 먼저 시작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인해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연간 매출 증감률은 2012년 이후 6년 연속 역신장했다. 올해 1분기 매출 역시 전년 대비 0.7% 감소하며 하향곡선을 그렸다.유통산업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2016년말 23.5%에서 지난 4월 20.5%로 고꾸라졌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복합쇼핑몰 역시 이러한 역성장을 피해가기 어렵다.

이러한 규제는 ‘인근 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등 인근 소상공인 보호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법제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사우적 입법 평가’에 따르면 대형마트에 영향을 받는 ‘대형마트영향시장’과 ‘기업형슈퍼마켓(SSM) 영향시장’은 규제 이전인 2011년 대비 2014년 소폭 상승했다가 2015년 다시 감소 추세를 보였다.

특히 소비자들의 대형마트 월 평균 지출액은 2만4000원 감소했으나 SSM은 8000원 올라 수혜를 봤다. 온라인몰과 무점포소매도 1만3000원가량 증가했다. 대형마트 의무휴무에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이 아닌 SSM 등으로 이동한 것이다.

물론 전통시장 이용고객의 경우도 일 평균 지출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평소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고객’에 한정돼 대형마트 규제로 인해 전통시장이 활성화됐다는 근거로 볼 수는 없다.  대형마트 등의 목줄을 틀어쥐는 명분으로는 약한 것이다.

정부부처가 관과하는 부분은 또 있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에 입점돼있는 점포주 역시 ‘소상공인’이라는 점이다. 대형마트에 입점돼 대기업 간판 아래에 있을 뿐 점주들도 자영업자다.

상생을 위한 정부부처의 노력과 그 정의는 잘못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가(楚歌)는 자영업자들을 막다른 길로 내쫓을 뿐이다. 업무일을 줄이면 주변 소상공인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단순한 판단보다는 다양한 입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각도의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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