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시설 은폐 움직임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잇따라 미국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미 국무부와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산하 비확산연구센터가 최근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5~6월께 북한 함흥에 있는 미사일 제조공장의 외부 공사 작업이 끝나가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요 미사일 제조시설은 지난 4월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지난달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기간에 들어섰다.
이 공장은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을 제조하는 곳이다. 미국 본토 공격용 장거리 미사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운반체도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와 함께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도 병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무기 은닉, 핵시설 은폐를 시도하고 있다는 미 국방정보국(DIA)의 보고서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30일 DIA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보유 핵탄두와 미사일 숫자, 핵시설 형태와 규모 등을 속일 방법을 찾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기는 섣부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는 2일 독일 어낼리틱스(ST Analytics) 미사일 전문가 마르쿠스 쉴러 박사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 함흥 미사일 제조 공장 확장이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가속화와 직접 연계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쉴러 박사는 “인공위성 사진에 따르면 지난해 김 위원장이 방문했던 공장이다. 당시 이미 이 공장을 확장하겠다고 발표했고 탄소섬유복합제를 생산하는 곳으로 소개됐다”며 “이곳에 두 개의 새 건물이 들어섰다고 북한이 미사일 생산을 확장했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울브라이트 소장도 “원자로 부근에 강으로 물을 빼내거나 강물을 끌어들이기 위한 펌프시설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핵 시설 확장과 무관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미 국무부는 일단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국무부 대변인실은 지난 1일 “미국은 협상을 진전시키면서 북한을 계속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한 지 2주 반밖에 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한다면 북한을 위한 밝은 미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낙관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북한) 매우 진지하다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에 대해 “우리는 매우 궁합이 좋다”고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청와대는 북한 핵시설 은폐 보도가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핵탄두 은폐 의혹 보도가 단순히 북한을 의심하는 수준인지 아니면 미국 내 강경파들이 판을 흔들려는 의도인지 유심히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