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 슈팅을 하나의 장르로 격상시킨 글로벌 흥행작 ‘배틀그라운드’가 바야흐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블루홀 자회사 펍지와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PC방 사용시간 점유율은 5일 27.15%까지 떨어졌다. 2위 ‘리그 오브 레전드’와 격차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5일 6시간 진행된 서버 점검 영향으로 점유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올 1분기 40%를 넘어서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던 배틀그라운드의 위상은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얼리억세스 버전을 선보여 크게 흥행하고 올해 모바일 버전까지 총 4000만 이상의 사용자를 모으며 배틀로얄 게임 유행까지 선도했지만 이제 대부분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스팀 여름 할인 기간에 맞춰 카카오 버전까지 34% 일괄 할인 판매가 진행되고 최근 호평을 받는 신규 맵 ‘사녹’을 추가했지만 반등은 보이지 않는다. 국내 점유율뿐 아니라 스팀 일간 동시접속자 기록도 지난달까지 150만 이상을 유지하던 것이 130만 수준으로 떨어졌다.
스팀 동시접속자 수의 경우 여전히 2위 ‘도타2’의 2배 가량 격차를 두고 있지만 가장 큰 경쟁자인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다른 개별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만큼 의미가 반감된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글로벌 이용자 수 1억2500만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무료라는 차이가 있지만 어림잡아 배틀그라운드의 3배다.
이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 2년을 채 버티지 못한 슈팅 게임이 또 있다. 2년 전 출시 1개월 만에 PC방 점유율 30%를 돌파하며 약 4년간 정상에 있던 리그 오브 레전드를 끌어내린 오버워치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FPS(1인칭 슈팅) 오버워치는 ‘팀포트리스’의 여러 시스템을 차용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즐기던 팀 기반 협력 요소를 FPS로 가져와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함께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특히 국내 프로게이머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오버워치는 e스포츠 인기 종목으로도 조명을 받았다. 트위치,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 콘텐츠도 쏟아져 인기는 꺼지지 않을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에임핵 등 불법 프로그램 난무, 리그 오브 레전드도 겪은 팀 기반 게임의 비매너 플레이 스트레스 등 문제를 겪으며 오버워치는 이전의 위상을 잃었다. 일부 이용자들은 오랫동안 즐긴 리그 오브 레전드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게임으로 눈을 돌렸고 이 때 배틀그라운드가 등장하며 새 바람을 일으켰다.
지금 오버워치의 PC방 점유율은 6~8%대에 머문다. 순위로는 아직 리그 오브 레전드에 이은 3위로 실패했다고 할 수 없지만 격차가 근 20%에 달하고 최근 업데이트 등 영향으로 점유율이 급상승한 ‘메이플스토리’, ‘피파온라인4’에 잠시 밀려나는 모습까지 보였다.
오버워치가 겪은 문제는 슈팅 게임의 고질적 문제임과 동시에 팀 기반 게임의 특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갖는다.
에임핵 등 정상적 이용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불법 프로그램 문제는 과거 ‘카운터스트라이크’부터 배틀그라운드까지 공통적인 난제다. 블리자드도 이를 좌시하지 않았고 게임내 신고 기반 제재와 배포자에 대한 법적 대응 등으로 어느 정도 진화에 성공했다.
반대로 팀 플레이에서 겪는 비매너 플레이와 스트레스는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승리하기 어려울 정도의 구성 때문이다. 어찌 보면 팀 기반 게임 밸런스를 ‘너무 잘 만들어서’ 겪는 문제지만 프로게이머가 아닌 일반 이용자들에게 피로감을 줬고 이로부터 자유로운 배틀그라운드로 갈아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블리자드는 올해 오버워치의 가장 큰 문제인 비매너 등 플레이 환경 개선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제재 피드백 메시지를 손보고 ‘팀으로 만나지 않기’부터 좋은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한 ‘추천’, ‘그룹 찾기’ 등 기능을 연이어 적용했다. 하지만 이미 무게중심은 이동한 후였다.
배틀그라운드는 게임 특성상 오버워치와는 다소 다른 양상의 문제를 띠지만 대응 타이밍이라는 문제는 비슷하다.
배틀그라운드에서 핵 문제는 오버워치 이상이었고 특히 ‘일부러 핵을 제재하지 않는다’는 일부 볼멘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대응이 빠르지 않았다. 실명 계정인 국내 카카오게임즈 서비스보다 글로벌 스팀 서비스에서 더 부각되는 문제로 해외 시장에서의 부정적 영향이 됐다.
여기에 짧은 개발 기간으로 인한 플레이 사양 최적화 문제, 서버 렉(지연) 현상, 장기적인 플레이를 유도할 수 있는 누적․보상 요소 부재 등 문제가 더해졌고 어느 하나 온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정식 출시 후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새 맵과 총기 밸런스 그래픽, 애니메이션 개선 등 게임 완성도 보강이 이뤄졌지만 문제점은 남았다.
‘총싸움’으로 불리는 슈팅 게임이 오랜 기간 압도적 인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실제 이들은 게임 흐름이 다소 빠르거나 몰입도가 높아 장시간 플레이에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철저한 3인칭 시점에서 비교적 느린 템포로 즐기는 MOBA(멀티플레이어온라인배틀아레나) 장르 리그 오브 레전드가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게임 인터페이스나 플레이 유도를 위한 시스템 개선, 서버와 불법 프로그램 대응 등에 아쉬운 점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배틀로얄 슈팅 장르에서, 또 국내 게임업계에서 기념비적 작품이 됐지만 ‘웰메이드 게임’으로 남기 위해서는 펍지의 보다 적극적인 모습이 요구된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