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사태가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마찰 속에 장기화되고 있다. 일단 삼성바이오의 바이오젠 콜옵션 누락은 고의적 회계처리 위반으로 결론 났다. 하지만 분식회계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계회사 전환은 증선위와 금감원이 서로 다른 주장을 고집하면서 조치가 유보됐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 투자자들은 삼성바이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회사 처리 결론이 날 때까지 또 다시 초조한 시간을 보내게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회사 처리 결론에 따라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는 물론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증선위는 12일 오후 4시 김용범 증선위워장(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심의 결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의 콜옵션 공시 누락을 ‘고의적’ 공시 누락으로 인정하고, 삼성바이오에 담당임원 해임권고, 감사인 지정 3년은 물론 검찰 고발 조치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날 증선위의 심의 결과에서 쟁점사안 이었던 자회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해 주가가치를 부풀린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결론은 빠졌다. 금감원의 조치안이 미흡해 결론을 낼 수 없다는 증선위의 입장이다. 이에 증선위는 금감원에 삼성바이오에 대한 재감리를 지시하고, 재감리 결과에 따라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최종심의 결론을 내놓기로 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금감원 조치 원안이 행정처분을 최종적으로 내리기에 미흡한 상태여서, 증선위는 조치 원안을 수정하지 않고는 결론을 낼 수 없었다”며 “추가적인 감리를 실시하고 새로운 안건을 만들어 오면 그 안건을 가지고 심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증선위가 이례적으로 ‘미흡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조치를 확정하지 못한 이유가 금감원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증선위는 지난달 12일 임시회의 이후 금감원에 2015년 이전 회계처리 문제를 반영해 조치안을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이러한 증선위의 요청을 거부했고, 증선위는 금감원과의 협의가 실패하자 즉각적으로 결론을 내버렸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9일 증선위의 요청을 거부한 원인을 “증선위는 2015년 이전의 회계처리 문제에 대해 봐달라고 요구했는데 절차적으로 그 이전까지 검토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들여다보는 이슈가 흔들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저희는 원안에 집중해서 심의해달라고 부탁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의 2015년 자회사 회계처리가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주장하는 금감원으로서 그 이전 회계처리로 쟁점이 이동할 경우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상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처리가 분식회계라는 금감원과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증선위의 판단이 대립한 상황이다.
결국 증선위가 금감원에 삼성바이오에 대한 재감리를 통해 새로운 조치안을 들고 오라는 지시를 한 만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의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더 결릴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의 특별감리를 결론짓는 데 1년이 넘는 시간을 소요했다. 여기에 새로운 조치안을 두고 증선위와 금감원의 의견 대립 역시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논란이 이처럼 장기화되면서 그 피해는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이날만 해도 증선위가 조치안을 발표한 직후 삼성바이오 주가는 시간외 단일가거래에서 가격제한폭(9.91%)까지 떨어진 38만6500원에 거래됐다. 결국 거래소는 삼성바이오주식 매매거래를 오후 4시40분부터 정지시켰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분식회계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