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스프링클러 설치 두고 의-정 갈등

의료기관 스프링클러 설치 두고 의-정 갈등

기사승인 2018-07-16 17:05:52

입원실을 보유한 모든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기까지는 시일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환자들의 화재피해를 막고자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려는 정부와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의료계가 충돌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소방청은 30병상 이상 병원과 입원실을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강제하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고를 비롯해 최근 연이어 벌어지는 의료기관 내 화재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방지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 보건복지부 등과 협의를 거쳐 마련된 조항이다.

문제는 의료계의 반발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는 16일 성명을 통해 “시행령 개정안은 의료기관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규제만 강화하려는 탁상공론 행정의 전형”이라며 즉각적인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화재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뜻에는 공감하나 소방시설 설치를 강제화할 경우 최소 1주일 이상 의료기관을 폐쇄해야해 수익손실은 물론 주기적으로 통원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스프링클러 설치에 소요되는 비용을 의료기관에서 모두 부담해야하는 상황에서 개설 당시 시설·설비 기준을 통과한 의료기관까지 소급적용해 예외를 두지 않는 것은 의료기관의 경영상황을 감안하지 못한 비현실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건물을 소유하고 있지 않아 상가 등에 임대형식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경우 건물주나 임대인이 스프링클러 등의 설치에 대해 반대하거나, 이들과 비용 등을 이유로 마찰이 발생하면 극단적으로는 병·의원을 폐업해야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의협은 실효성 있는 결과를 고려해 소방시설법을 병의원으로 한정하지 않고 병의원이 입점해 있는 건물 전체를 스프링클러 설치대상에 포함시키고, 설치비용과 공사로 인한 진료공백에 따른 손해를 100% 정부가 부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련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법안이 시행될 경우 사유재산 침해행위로 판단해 법적인 조치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방안을 협회 차원에서 마련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소방청과 관련사안을 협의한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요구에 환자 안전을 위해 지체하거나 미룰 수는 없는 사안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의료계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얼마 전 의료기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인명피해 없이 화재 진압이 가능했던 것처럼 의료기관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있는 시설에서 스프링클러 설치는 화재 초기진압에 꼭 필요한 장비”라며 시행령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관계부처에서 비용 등 지원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의료계에서 이야기하는 피해 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환자안전을 위한 노력에 의료계가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다만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가 지난 1일자로 먼저 시행된 요양병원의 경우 설비비용 등을 요양기관에서 부담한 만큼 형평성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함께 전했다. 

한편, 소방청 등은 법 시행 후 스프링클러 설치가 이뤄졌는지 등 이행 현황 점검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조항이 신설된 만큼 복지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스프링클러 설치여부를 조사하게 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이에 의료계와 정부 간 마찰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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