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각사의 간판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타이틀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전통적으로 액션, 슈팅 등 다양한 장르의 각축장인 서구권 시장에서도 기회를 잡을 지 주목된다.
MMORPG는 다수의 국내 게임사들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로 꼽는 장르다. 1990년대 ‘리니지’, ‘바람의나라’부터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리니지M’, ‘검은사막 모바일’ 등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며 발전해 왔다.
리니지를 탄생시킨 엔씨소프트는 ‘아이온’, ‘블레이드 앤드 소울’ 등을 흥행시키고 서구 시장에서 ‘길드워’ 시리즈로 인지도를 쌓았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리니지M 서비스 1주년을 맞아 대만, 일본 등지부터 북미 시장까지 현지화를 거쳐 공략할 방침이다.
‘검은사막 온라인’을 글로벌 서비스 중인 펄어비스도 최근 대만에서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검은사막 모바일’을 소개, 다음달 29일 출시를 예고했다. 넷마블도 지난해 ‘리니지2 레볼루션’을 아시아 11개국과, 일본, 글로벌 54개국에 순차적으로 선보였으며 북미에 이어 올해 남미 서비스도 시작했다.
PC로도 지난 5월 네오위즈가 2016년 국내에 출시한 ‘블레스’의 글로벌 얼리억세스 버전을 ‘스팀’ 플랫폼에 출시했고 글로벌 흥행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배출한 블루홀은 차기작으로 ‘에어’를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뮤’, ‘라그나로크’ 등 다양한 국산 MMORPG IP(지식재산권)이 중국 등에 수출돼 ‘MMORPG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빛내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권과 달리 북미, 유럽 등 서구권은 국산 MMORPG들의 ‘무혈입성’을 기대하기 쉽지만은 않다. 상대적으로 낮은 MMORPG 인지도와 취향 차이, PC·콘솔 중심의 게임성 등이 변수다.
네오위즈의 블레스는 배틀그라운드, ‘GTA V’ 등 다양한 장르 게임이 주도하는 스팀에서 초기 판매량 최상위에 오르며 이목을 끌었다. 서구 시장에서 부족한 MMORPG 신작의 대기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장르지만 수요가 있다는 방증이 됐다.
MMORPG 수요는 존재하지만 국산 게임의 경쟁력은 다른 문제다. 약 40달러 가격으로 출시된 블레스는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지만 곧 서버 불안정, 소개와 다른 콘텐츠 구성, 수준 낮은 번역 등에 혹평을 받으며 환불 대란까지 겪었다. 신작에 대한 갈증이 무조건적인 수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서구 시장에서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베데스다의 ‘엘더스크롤 온라인’ 등 현지 타이틀이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이 시기나 수적으로는 앞서지만 해외에서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온라인이 자존심을 지키는 데 그친다.
이는 개별 게임의 캐릭터, 세계관, 그래픽 등 취향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지만 각 시장의 게임 발전 과정 차이에도 영향을 받았다.
한국이 일찍이 빠른 인터넷과 PC방 확산에 따라 멀티플레이를 부각시킨 ‘MMO’ 중심으로 발전한 데 비해 서구권은 전통적 ‘RPG’ 요소에 집중한 ‘디아블로’, ‘엘더스크롤’에 멀티플레이 요소를 더해 왔다.
이는 세계관과 서사의 몰입감, 콘텐츠 밀도 등의 격차로 이어지고 국산 게임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특히 올해 북미 게임쇼 ‘E3’에서는 ‘폴아웃76’ 등 유명 게임들이 멀티플레이에 집중하는 경향마저 나타나 이들과의 경쟁도 관건으로 떠오른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