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만난 삶과 사람②

케냐에서 만난 삶과 사람②

두시간 거리 마다않는 ‘참’ 예배자들…넉넉한 지역 인심도 가득

기사승인 2018-07-25 01:00:00

케냐 사역은 주로 교회와 학교에서 했다. 7월 1일(현지시각) 새로 지은 빨간 지붕 교회에서 지역민들과 입당예배를 드렸다.폭이 큰 천을 몸에 두르고 목걸이와 팔찌로 치장한 마사이 부족이 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들은 족히 두 시간을 넘게 걸어서 온다. 그렇게 와서는 또 서너 시간 예배를 드린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지친 기색을 찾을 수 없었다. 얼굴엔 오히려 기쁨이 가득했다.

우리는 만나는 사람마다 ‘잠보(안녕하세요)’ ‘카리부(환영합니다)’ 등 현지 언어로 인사를 했다. 이 곳 아이들은 어른에게 존경심을 표하는 의미로 머리를 댄다. 아이들은 대부분 맨발에 흙투성이였다. 우리는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고 안아줬다. 예배 후에는 학생들과 게임을 하고 공도 차며 놀았다.

이날 정통 케냐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전날 잡은 양과 염소를 기름에 볶은 고기와 감자, 밥을 먹었다. 팀원들이 입맛이 없어보였는지 선교사가 김치와 동그랑땡을 꺼냈다. 그러자 옆에서 김과 멸치볶음이 슬그머니 등장했다. ‘진수성찬’이었지만 한식은 입에 대지 않았다. 완벽한 현지인이 되기 위해 한식을 먹지 않기로 약속해서다. 멸치볶음이 꿈에 나왔다.

케냐에 오기 전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했다. 칠교놀이·무언극·인형극·마술·단체율동 등이다. 주변 학교를 찾아갔다. 학생들과 춤을 추며 땀을 흘리자 오랜 친구처럼 가까워졌다. 마술이 큰 인기를 끌었다.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액자에 사진을 담아 선물했다. 헤어지는 인사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이들은 단 음식을 좋아했다. 틈만 나면 ‘기브 미 스위트’를 외쳤다. 군것질 거리만 보면 짙은 쌍꺼풀눈이 더 반짝거렸다. 게임이나 단체율동에 참여한 아이에겐 상으로 사탕이나 마이*를 줬다. 입에 물고 있으면서 하나 더 달라고 조르는 게 영락없는 한국 아이들이었다.

춤부니 사역 마지막 날 준비해온 솜사탕 기계를 꺼냈다. 전기를 쓸 수 없어 먼지만 쌓여있던 6만원짜리 솜사탕 기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솜사탕을 한 입 크기로 만들어 막대기에 꽂아 선물했더니 금방 반응이 왔다. 잘 먹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솜인 줄 알고 버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솜사탕 기계와 재료는 케냐에 두고 왔다.

시장 집회도 두 번 했다. 옷을 맞춰입은 한국인 청년들이 신기해서인지 구경꾼들이 금방 몰렸다. 시장에서 음향기기를 빌려 진행했다. 순서가 끝나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나로소라 집회에 갔을 때 한 아주머니께서 수고했다며 토마토와 양파를 잔뜩 챙겨주셨다. 싱싱한 토마토를 질리도록 먹었다.

사역을 마치고 자리를 떠날 때면 아이들이 따라왔다. 동네에 방역차가 오면 따라다니던 어린 시절 우리와 닮았다. 유명인사가 된 기분에 우쭐했지만 어느새 정이 들었는지 아쉬움이 컸다.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먼발치에서 손을 흔들어 주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송금종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