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타이틀’ 기댄 국내 게임업계…‘단물’ 빠는 중국

‘간판 타이틀’ 기댄 국내 게임업계…‘단물’ 빠는 중국

기사승인 2018-07-25 05:00:00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국내 업계가 소수의 장기 흥행작을 ‘효자’ 삼아 의존하는 모양새다. 새로운 장르 인기작은 대부분 중국에서 건너온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다.

24일 국내 구글 플레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를 보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웹젠의 ‘뮤 오리진2’,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과 ‘세븐나이츠’ 순으로 5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리니지M은 지난해 6월 출시, 1년 이상 정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검은사막 모바일도 지난 2월 말 서비스를 시작해 3월부터 4개월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2016년, 세븐나이츠는 2014년 출시작으로 상위권 국산 신작 타이틀은 지난달 출시된 뮤 오리진2 정도다.

장기 흥행 궤도에 오른 이들 타이틀은 각사 모바일 게임 매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국내 게임 시장의 무게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한 만큼 전체 실적마저 이들 타이틀에 좌우되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외에 ‘리니지 레드나이츠’, ‘파이널 블레이드’, ‘프로야구 H2’ 등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 중이지만 100위권 내 타이틀은 리니지M 뿐으로 사실상 매출 비중은 단일 게임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펄어비스도 검은사막 모바일 단일 타이틀을 운영 중이며, 웹젠도 지난달부터 2년차 ‘뮤 오리진’의 후속 뮤 오리진2에 기댄 형태다. 다수 모바일 게임을 보유한 넷마블 역시 리니지2 레볼루션의 비중이 압도적이며 4~5년차 게임 세븐나이츠와 ‘모두의마블’ 등이 10위권을 지킬 뿐이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리니지M과 검은사막 모바일, 리니지2 레볼루션의 구글 플레이 매출은 각각 4156억원, 1235억원, 741억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넷마블의 총 퍼블리싱 매출 추정액 4317억원, 1235억원, 2041억원의 상당 부분에 해당한다. 특히 펄어비스는 사실상 한 분기만의 성적이다.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의 올 1분기 총 매출 4752억원, 775억원과 비교해도 이에 육박하거나 초과하는 비중을 가늠할 수 있다. 총 매출은 구글 플레이 외에도 애플 앱스토어, PC 게임, 라이선스 수익, 해외 실적 등을 포함한다.

넷마블의 경우도 리니지2 레볼루션과 세븐나이츠, 모두의마블 3개작 상반기 매출이 약 1380억원에 달해 1분기 매출액 5074억원 중 68%를 차지하는 해외 분을 제하면 이들 소수 타이틀이 1~2분기 동안 한 분기 국내 매출의 약 85%를 올리는 셈이 된다.

이 밖에도 1분기 총 66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그라비티는 지난 3월 출시한 ‘라그나로크M’으로 2분기 구글 플레이에서만 약 300억원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고 컴투스도 4년차 흥행작 ‘서머너즈 워’를 선봉으로 매출 10위권을 지키는 등 간판 타이틀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은 이들 타이틀이 대부분 비슷한 장르를 벗어나지 않으며 새로운 신작들이 상위권에 쉽게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니지M, 검은사막 모바일, 뮤 오리진2, 리니지2 레볼루션, 라그나로크M 등은 모두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며 세븐나이츠, 서머너즈워 등은 이전까지 주류를 이루던 수집형 RPG(역할수행게임)다. 이외에는 모두의마블 등 캐주얼 게임이 중상위권에 간간히 오를 뿐이다.

신작으로는 모바일 게임을 가장 많이 선보여온 넷마블의 첫 전략 게임 ‘아이언쓰론’이 올해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일본에서 먼저 선보인 애니메이션풍 RPG ‘나이츠크로니클’도 상위권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웹젠의 뮤 오리진2는 비교적 신작이지만 ‘PC 온라인 원작 MMORPG’ 공식의 전형적인 형태며 라그나로크M과 마찬가지로 중국 개발작이기도 하다.

이외 다양한 PC 게임을 선보여온 넥슨도 모바일로는 경쟁작들과 같은 장르의 ‘오버히트’, ‘카이저’ 등을 내세웠지만 중위권에서 고전 중이며, 카카오게임즈도 액션 RPG ‘드래곤네스트M’에 이어 ‘블레이드2’가 빠르게 순위 하락하며 상위권 안착에 실패했다.

반면 지난해부터 ‘소녀전선’, ‘벽람항로’, ‘붕괴3rd’를 시작으로 최근 신작 ‘영원한 7일의 도시’까지 중국산 게임들이 중상위권을 흔들어왔고 전략 게임 ‘삼국지M’, SRPG(시뮬레이션RPG) ‘왕이되는자’ 등도 10위권에서 국산 게임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날 매출 순위에서도 삼국지M과 왕이되는자가 8~9위를 차지하고 ‘총기시대’, 소녀전선, 영원한 7일의 도시 등 중화권 타이틀이 11~13위에 있다. 애니메이션풍 ‘미소녀’ 소재를 앞세운 각기 다른 형태의 RPG부터 관직에 올라 입신양명하는 SRPG, 전략까지 수집형‧MMORPG 일색인 국산 게임들과 다른 색깔을 앞세워 흥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외산 게임들이 참신한 게임성으로 인기를 끄는 것도 사실이지만 개중에는 다루는 소재나 방식에 정서상 국내 게임사가 다루기 어려운 부분을 담기도 한다”며 “경쟁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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