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공작' 국가의 실패 사이, 자신의 신념을 위해 움직인 사람들이 있었다

[쿡리뷰] '공작' 국가의 실패 사이, 자신의 신념을 위해 움직인 사람들이 있었다

'공작' 국가의 실패 사이, 자신의 신념을 위해 움직인 사람들이 있었다

기사승인 2018-08-01 00:00:00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후보의 낙선을 위해 안기부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정황은 이른바 ‘흑금성 사건’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은 흑금성 사건을 토대로 영화적 픽션을 가미해 남과 북으로 갈라진 한국의 첩보전을 다룬다.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안기부에 스카우트된 박석영(황정민)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북위 고위층에 접근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남의 간자가 아닌, 단순한 사업가로 위장하기 위해 박석영은 가족과 친구 모두를 속이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수개월에 걸친 공작 끝에 북한의 외화벌이를 담당하는 고위 간부 리명운(이성민)과 접촉에 성공한다.

그러나 리명운과 접촉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핵에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남북 광고사업을 빌미로 핵 연구소가 있다는 영변까지 가는데는 성공하지만, 여전히 그를 견제하는 북의 국가안전보위부 정무택 과장(주지훈) 등 장벽이 만만치 않다. 끊임없이 그를 떠보는 테스트를 모두 넘기고 결국 핵심에 접근하기 시작하는 박석영. 그러나 1997년 남한의 대선을 앞두고 북한 수뇌부와 남한 측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

자신이 조국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신념 하에 행동했으나 사실은 집권여당을 위해 일했음을 알게 된 박석영의 선택은 무엇일까. ‘공작’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한민족’이라는 이름하에 연대하려 했던 양측 실패의 역사를 다룬다. 1997년 대선 당시 안기부가 행했던 ‘흑금성 사건’은 남한의 집권여당이 북한을 ‘주적’이라는 이름 하에 얼마나 입맛대로 이용하려 했는지 낱낱이 드러냈다.

영화는 차분한 톤 위에 사건의 주요 인물들을 냉소적으로 그려낸다. 첩보 영화지만 흔히 상상하는 화려한 액션이나 욕설, 개성 넘치는 캐릭터는 없다. 대신 그 사이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개인들이 있다. 그들이 모여 만들어낸 국가는 어떤 그림일까. 

윤종빈 감독은 ‘공작’을 통해 ‘흑금성 사건’의 실패를 냉소적으로 비춘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서로를 적으로 삼으며 악이라 명명하지만 절대적인 악은 없다는 것. 그리고 큼직큼직하고 충격적인 사건들 사이에 촘촘히 존재했던 개개인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움직인 사람들의 이야기 ‘공작’은 다음달 8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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