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7월 세계를 뜨겁게 달군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점유 축구의 몰락이 뚜렷했다. 우승컵을 든 프랑스가 결승전에서 기록한 볼 점유율은 39%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킬리안 음바페, 올리비에 지루 등 발이 빠르고 정확한 연계플레이가 가능한 자원을 활용한 ‘킬 패스 앤드 러시(Kill pass and rush)’로 아르헨티나, 벨기에, 우루과이 등 강호를 연달아 무너뜨렸다. 반면 점유율 축구의 대명사인 스페인은 16강에서 개최국 러시아에 패해 탈락했다. 마찬가지로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는 독일은 멕시코, 한국에 패해 80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의 쓴 맛을 봤다. 화려한 스쿼드로 그라운드 지배를 꿈꿨던 브라질 역시 벨기에의 5백-역습 전술에 허물어졌다.
‘점유 축구의 몰락’은 K리그에서도 뚜렷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K리그 데이터포털’을 살펴보면 점유율 축구를 선호하는 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K리그1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 현대의 평균 점유율은 49.7%로 1부 리그 12개팀 가운데 8위다. 낮은 점유율에도 전북의 축구는 매우 효율적이었다. 20경기에서 41골을 넣으며 12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가운데 실점은 12개(경기당 0.6)로 틀어막으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김종부 감독이 이끄는 2위 경남의 경우 평균점유율 44.9%로 12개팀 중 가장 낮았다. 경남은 특급 공격수 말컹을 중심에 둔 ‘선 수비-후 역습’의 간결한 축구로 효율을 극대화했다. 경남은 올 시즌 20경기에서 31골 21실점을 기록했다.
3위 수원의 평균점유율은 50.6%로 6번째에 해당한다. 그 뒤로 제주(49.1%, 10위), 울산(50.4%, 7위), 강원(51.3%, 3위) 순이다.
평균점유율 53.7%로 이 부문 1위에 오른 포항은 7위에 그쳤다. 2번째로 평균점유율이 높은 서울(52.7%)은 9위에 처져있다. 인천 역시 51.1%로 평균점유율이 높지만 10위에 위치했다.
단순 점유율보다 공격지역(파이널 서드) 점유율이 더 유의미하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6경기 공격지역(파이널 서드) 평균 점유율을 보면 전북은 30.9%로 2위 수원(27.9%) 대비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북은 6경기에서 5승 1무의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경기 내내 일방적인 공격을 했기 때문에 전체 점유율이 다소 떨어졌다는 합리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경남의 경우 최근 6경기 파이널 서드 평균 점유율 20.6%로 이 부문 10위에 올랐지만 승점 14점을 쌓으며 전북 다음으로 성적이 좋았다. 인천은 서드 점유율 19.8%로 1부 리그 팀 중 가장 낮았지만 승점 8점을 쌓으며 이 기간 다섯 번째로 좋은 성적을 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