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시작되자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업종의 주가가 급등했다. 반면 그동안 여름철 수혜주로 여겨졌던 한국전력은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 검토 요구, 자회사의 북한 석탄 수입 의혹 등 각종 악재로 주가가 이달들어 8.56%(3만450원) 급락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매년 여름 단골로 등장하는 폭염 수혜주인 대유위니아, 신일산업 등 에어컨, 선풍기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7월 한 달간 급등했다.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한 기업은 대유위니아다. 대유위니아는 에어컨과 제습기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7월 2일 2625원에 장을 마감했지만, 7월 말 33.90% 상승한 3515원에 장을 마쳤다.
회사 측이 7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 동기간 대비 158% 증가했다고 밝히자, 대유위니아의 주가는 지난달 19일 장중 한 때 4290원까지 치솟았다.
선풍기, 에어서큘레이터(공기순환기) 등을 판매하는 파세코의 주가도 상승곡선을 탔다. 7월 초 4800원대를 유지하던 파세코는 7월 말 6200원대로 마감하며 29%까지 큰 폭 뛰었다.
이동식 에어컨과 선풍기 제조기업인 신일산업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10.22%(1510원) 상승했다. 지난달 16일 상한가를 기록, 다음날 장 중 1995원까지 치솟아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캐리어에어컨을 생산하는 종속회사를 둔 오텍도 7월 한 달간 주가가 6.84% 상승, 1만2500원을 기록하며 7월 장을 마감했다.
한국전력 역시 여름철 전력 사용량 증가로 여름 수혜주로 꼽히지만, 올해 7월 한 달간 주가는 2%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동안 한전 주가는 평균 5% 이상 상승률을 보였다. 2017년(9.46%), 2016년(3.20%), 2015년(9.82%), 2014년(12.30%), 2013년(8.73%) 상승했던 것.
특히 한전 주가는 이달 들어 수직하락했다. 정부의 누진세 완화 검토 요구, 영국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해지, 자회사 한국남동발전의 북한 석탄 수입 의혹 등 각종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폭염 대책 마련 지시와 영국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상실 등 소식에 지난달 31일(3만3300원) 이후 한전 주가는 5거래일 간 8.56% 하락한 3만450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한전의 시가총액은 21조3774억원에서 19조5478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달들어 1조8296억원이 사라진 셈이다. 코스피 시총 순위도 16위로 떨어졌다.
다만 증권가는 전기요금 인하가 한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한전은 지난 2015년 7∼9월 3개월간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했었는데, 당시 3분기 평균 전력판매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0.2% 하락했다”며 “이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256억원 감소한 것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또 강 연구원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낮은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올해 중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35도 안팎의 폭염이 오는 17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기준으로 지난달 15일부터 폭염이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한 달 넘게 폭염이 이어지는 셈이다.
기상청 김윤경 주무관은 “폭염 주의보는 33도, 폭염 경보는 34~35도 이상일 경우 발령된다”며 “서울기준으로 7월 16번, 8월 6번의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