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달성했지만, 미·중 무역 분쟁 등 악재로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증권주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에 따라 업계는 증권사 하반기 실적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 모두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증권은 지난해 대비 이익 규모가 2배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신한금융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385억원으로 전년동기 보다 116.4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94.78% 늘어난 1827억원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투자증권도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보다 102.05%(1382억원) 증가했다. 순이익은 1064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83.45% 늘었다.
미래에셋대우는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3578억원(30.68%)을 기록, 10대 증권사 중 순이익 1위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4.34% 증가한 4276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순이익 2위를 기록했지만, 10대 증권사 중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전년동기 보다 6.17% 증가한 287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38% 늘어난 3782억원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 실적이 지난해 대비 상승폭이 큰 이유는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우리 회사가 업계 상위권이다 보니 실적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유령주식 사태로 홍역을 치뤘지만 고객 예탁자산이 증가해 올해 상반기 최대 실적을 거뒀다.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91.76%, 89.72% 증가한 3120억원, 2326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의 호실적과 달리 증권주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제공서비스 전문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종 지수는 이달 들어 18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2000선이 붕괴됐고, 지난 14일에는 1710.35까지 밀리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연고점(2448.32) 대비 30.14% 떨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분쟁 지속 등 악재 속에 거래대금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일평균 거래대금(매수+매도)은 지난 1월 13조6641억원을 기록, 이달 들어 10조5597억원으로 떨어졌다.
하이투자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이달들어 증권업종은 약세를 기록, 주도주가 없는 가운데 IT 업종의 하락과 미·중 무역 분쟁 지속 등 악재 속에 거래대금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주가 약세한 가운데 업계는 하반기 증권사 실적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가 상반기 견고한 실적을 내놓았지만, 외부 변수에 따른 시장 악화로 증권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승건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존재하고, 투자은행(IB), 트레이딩 등 이익 증가를 투자자들이 인지하고 있지만, 7월 시장 지표의 부진으로 3분기 증권사 실적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안타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사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지만, 목표주가는 하향했다.
정 연구원은 “주식시장 거래대금 감소로 하반기 이익 추정치를 조정한다”며 “증권주 주가 방향성은 당분간 주식시장 방향성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