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의 의료인간 폭행, 폭언, 괴롭힘을 막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보건의료인이 인권침해행위를 하거나 지시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은 인권침해 피해의 신고접수 및 상담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보건의료인 인권센터’를 설치·운영해 인권침해적 행위들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16일, 지난달 19일 윤종필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간호사의 태움문화나 전공의 폭행사건 등 인권침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인권침해센터’ 설치는 미봉책일 뿐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의협은 개정안에서 보건의료기본법 상 보건의료인과 보건의료기관의 정의를 준용하고 있지만 개정안의 적용범위를 적시하고 있지 않은데다 인권침해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규정도 없어 의료인과 병원의 권익을 침해할 여지가 크다고 봤다.
인권침해행위는 일반적으로 형사법상 책임보다 넓은 범위로 인식되고 있어 그 대상이나 적용범위, 처분의 정도 등을 결정하고 처벌함에 있어 법률에 근거해야한다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어 법률의 기본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석했다.
게다가 인권문제를 총괄해 자격정지와 같은 처분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질 개연성이 높은 보건의료인 인권센터를 공공기관이나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것은 전문가 집단의 자율성을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더구나 현행 의료제도는 전공의를 비롯한 보건의료인 등을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내몰고, 저수가 건강보험체계는 의료기관이 적정인력을 확보해 최적의 진료를 제공하기 어렵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침해센터 설치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풀이했다.
의협은 “인권침해 문제는 어떻게든 개선돼야할 사안임에는 분명하지만, 개정안으로 인해 그나마 유지돼오던 의료시스템의 작동기전만 방해하고 환자진료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의료계가 자체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문제는 보건의료계만의 국한된 문제가 아니므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인권에 대한 잘못된 정서를 바로잡아 인권침해 문제 등이 근절될 수 있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변화시키는 것이 우선돼야한다”며 인권침해를 유발하는 환경적·사회적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