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수술실은 어떤 모습일까. 공상과학(SF) 영화들은 로봇이 신체의 이곳저곳을 살펴 상처를 치료하는 멀지 않은 미래를 유사한 형태로 연출하곤 한다. 사람들 또한 그러한 장면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일부는 조만간 현실이 될 미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 이를 현실로 실현시키고 있는 이들도 있다. 23년간 최소한의 고통으로 보다 완벽한 수술을 위한 도구를 만들어온 인튜이티브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30일 새로운 로봇수술기 ‘다빈치SP’를 국내에 소개하는 자리를 갖고, 미래 수술실 전경과 이를 가능하게 할 방안에 대해 회사가 내린 결론을 공유했다. 그것은 한마디로 로봇을 통해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그리는 완벽한 결과를 이끌어낼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인튜이티브 아시아태평양 총괄 글랜 버보스(Glenn Vavoso) 수석부사장은 “여러 기업들이 A.I.(인공지능)를 접목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또한 많은 관심을 갖고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먼 미래의 기술”이라며 나아가야할 방향이지만 현재 주력할 기술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그는 “현재 주력하고 있는 것은 기기의 비주얼을 높이는 것”이라며 “집도의가 더욱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AI를 통한 기기의 주체성을 강화하기보다 집도의의 충실한 도구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다.
다빈치 담당자 또한 로봇수술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인공지능, 원격조종 등을 접목할 수는 있지만 생명을 다루는 기구로서 로봇은 보다 정밀해야한다”며 “유선을 고집하는 이유도 집도의의 요구에 보다 정확히 살피고 세밀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 때문인지 미국을 제외한 국가로는 처음으로 소개된 신제품 ‘다빈치SP’ 또한 이들의 고민이 철저히 반영된 결과물로 보인다. 실제 기존의 다빈치 로봇수술기가 과시하던 4개의 로봇팔은 하나로 줄었다. 그렇다고 4개의 로봇팔이 보여주던 성과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회사에 따르면 4개의 팔은 소형화돼 3개의 다관절 기구로 변모해 하나의 팔 안으로 집약됐다. 여기에 고해상도 카메라까지 포함해 360° 회전이 가능한 하나의 캐뉼라(관)로 연결돼 어떤 공간에서도 시야를 확보한 채 삼각형을 이루며 원활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게 설계됐다.
심지어 하나의 팔과 캐뉼라를 구현함으로써 지금까지 로봇팔들이 서로의 움직임을 제한했던 단점을 보완해 과거에 비해 좁고 복잡하며 깊숙한 곳에 위치한 병변을 찾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회사는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최대 27cm까지 침투해 수술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게다가 다관절 기구들은 직경 2.5cm의 케뉼라에서 나와 2~10cm까지 움직일 수 있어 사람의 손동작과 유사하게 구동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하나의 관만을 뚫어 수술이 가능해지며 진정한 최소침습을 구현해 보다 긍정적 치료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했다.
버보스 수석부사장은 “세계를 통틀어 매 36초마다 1번씩, 500만번 이상 이뤄진 로봇수술의 경험, 23년간 의료진과 개발자이 쏟은 노력이 집중됐다. 특히 한국의 의료진들이 보여준 열정과 창의, 헌신으로 회사 최초의 단일공 플랙폼 로봇수술기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의료진과 더 많은 협업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환자에게 최소침습수술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의사와 환자의 요구에 부합하고 수술실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개선시켜나가며 미래 수술을 현실로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다빈치SP를 포함해 인튜이티브의 4세대 로봇수술기인 다빈치 X와 Xi의 장비비용은 최소 14억원에 이르며 최고 사양의 경우 20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사들은 “비용만 빼면 착한 다빈치”라고 평하기도 했다.
실제 2015년 발발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격리치료를 위해 설치해야하는 음압병상 1개의 비용이 1억원 이상이, 병동단위를 구성하기 위해 5개 음압병상과 20개의 비음압병상을 설치하는데 15억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결과와 비교하면 확실히 부담이 크다.
이에 인튜이티브 관계자는 “선택한 옵션에 따라 비용이 다르다. 게다가 표준화된 체계를 구축한 에코시스템(생태계)를 기반으로 교육과 훈련, 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해 서로 다른 기구라도 원활히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심리적 장벽을 낮추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