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경기도 부천시 소재 한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은 환자 A씨가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쇼크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한의사들은 전문의약품이 포함된 응급의약품을 사용했다면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선언했다.
나아가 대한한의사협회는 상임이사회를 통해 일선 한의사들이 응급의약품을 구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가 즉각 반대의사를 밝히고, 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해 전문약을 공급한 제약사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내용을 살펴보면 의협은 크게 6가지 혐의를 거론했다. 먼저 B제약 전·현직 대표 C와 D씨를 상대로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 등은 약국개설자 등 약사법 상 의약품을 팔수 있는 자 이외에는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불법행위를 자행했다고 봤다.
둘째, 한의사들이 전문의약품을 취급하는 것은 면허에 허용된 의료행위만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의료법을 위반한 행위로 제약회사 전·현직 대표인 C와 D씨가 한의사들에게 전문의약품을 판매한 행위는 의료법 상 면허행위 위반을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셋째, C와 D씨가 소속된 제약사는 이들이 약사법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해 주의와 감독을 해야 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해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넷째와 다섯째는 D씨와 한의협가 정기이사회에서 한의사들에게 전문의약품을 사용하도록 안내해 B제약과 C씨의 약사법 위반행위 및 특정할 수 없는 한의사들의 의료법 위반행위를 방조했다고 간주했다.
여섯째와 일곱째로는 한의협 상임이사로 참석한 E와 F씨가 한의학적 근거와 원리에 의해 사용하도록 회원들에게 안내하기로 한 결정하는데 기여했고, 이로 인해 B제약사와 C씨의 약사법 위반행위와 한의사들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방조했다고 고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담당검사는 B제약과 회사 전·현직 대표인 C와 D씨의 약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동일 사건에 관한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었고, 새로이 중요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에 고발인이 그 사유를 소명한 때에 해당하지 않았다”며 각하결정을 내렸다.
이어 복지부의 행정해석을 근거로 “약사법상 한의사들은 의약품을 직접 조제할 수 있으므로 성명불상의 일부 한의사가 피의자들로부터 구매한 의약품을 무면허 의료행위에 사용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의자들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다는 점을 알고 의료법 위반의 도구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이를 방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다 첨언했다.
또한, “고발인의 주장은 고발인의 추측만을 근거로 한 경우 등으로 수사를 개시할만한 구체적인 사유나 정황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라며 의료법 위반 방조혐의에 대해서도 고소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피의자 C씨의 의료법 위반 방조혐의에 대해서는 “C씨가 한의협회장으로 회원들에게 전문의약품을 사용하도록 안내하기로 결정한 행위에 방조범으로서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어 고발인의 진술 및 고발장에 의해 혐의없음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결정했다.
한의협과 피의자 E, F씨에 대해서도 “고발인이 고발내용에서 제외한다는 의사를 명백히 하였으며 고발인의 추측만을 근거로해 수사를 개시할만한 구체적인 사유나 정황이 충분하지 않다”며 역시 수사를 종결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한의협은 31일 성명을 통해 “의료인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 충실해야한다는 지극히 합당한 결정”이라며 “향후 응급의약품의 적극적인 사용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환영의 뜻과 함께 의지를 피력했다.
그 일환으로 한의협은 한의원 내에 응급의약품을 비치하고 응급상황 발생 시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에피펜 사용법을 포함해 사건의 발단이 된 봉침과 전신급성과민반응, 기본소생술 등 응급상황 및 대처방안에 대한 온라인교육 강좌를 개설해 전파하고 있다고 알렸다.
한편, 검찰의 각하결정과 한의협의 행보에 대한의사협회는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 정성균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은 분명한 불법”이라며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활용할 수 있다는 복지부의 행정해석과 검찰의 결정, 한의협의 주장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검찰의 각하결정은 살인을 하겠다는 선포에 대해서는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취지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한의사들의 전문의약품 사용과 같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증거를 확보해 고소고발 할 것”이라고 사안을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