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끼워팔기 진화…마이너스통장 연계 화재보험 가입 요구

은행권 끼워팔기 진화…마이너스통장 연계 화재보험 가입 요구

금감원·은행 “당연한 것 아니냐” 소비자 “선택권 제한한 갑질”

기사승인 2018-09-04 05:00:00

# 직장인 김모(36)씨는 최근 금융사에서 마이너스통장(마통) 대출받는 과정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은행 직원으로부터 담보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또한 은행 직원은 담보물에 화재보험 가입도 요구했다. 김씨는 “(은행에서) 마통 대출을 받을 때 화재보험도 함께 가입하는 것이 내규이며 대출 만기 연장도 마찬가지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은행들이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한도를 늘이면서 담보를 잡아야 하는 경우 화재보험 가입을 의무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종의 끼워팔기로 일종의 은행권 갑질에 해당한다. 금융당국도 끼워팔기에 대해선 불법 영업행위로 보고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너스통장대출과 관련된 담보와 화재보험 끼워팔기에 대해선 은행뿐만 아니라 금융당국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기업, 농협, 신한, 우리, KEB하나 등 주요 대형은행은 마이너스통장 채권 보장을 위해 채무자에게 화재보험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은 주거지역에 인접한 상가(근린상가)나 일반(단독)주택이다. 은행들은 이런 담보물에 대해 채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채권자에게 의무가입을 내규로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은행들은 대출과 대출 연장 시 화재보험 등 보험상품 가입이 채권보장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담보가치가 보장이 안 되는 경우 채권 보장을 위해 화재보험 등 가입이 필요하다는 것.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담보가치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채권회수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특정한 경우에 한해서 화재보험 등 가입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땅값이 싸고, 건물이 비싼 지방 같은 경우 건물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채권 회수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채권 보존을 위해 화재보험 등 상품을 가입하도록 은행 내규로 정해놨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모든 직원이 그룹 보험사가 아닌 보험사의 가입도 같이 설명하고 있다. 만약 설명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면 해당 영업점에 대해 사건 경위를 조사한다”며 “그룹 내 보험사에 가입하든 타 보험사에 가입하든 이 부분은 고객의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금융소비자들은 은행의 갑질이란 입장이다. 은행이 대출을 미끼로 보험상품을 끼워팔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보험상품에 가입할 경우 그룹 내 보험사 외에 타 보험사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 일종의 소비자 선택권도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 “채권보존을 위해 화재보험을 권유할 수는 있지만 꼭 타사 보험도 들 수 있다고 설명해야 한다”면서 “은행이 그룹(계열사) 보험사를 권하는 행위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의 주장(채권보존이 어려운 담보물의 경우 화재보험이 필요한 것)에도 일리는 있으나 화재보험에 드는 것이 무조건 소비자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당국 조차 이런 소비자의 불만을 외면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은행이 담보물에 대한 근저당권을 확보하는 건데, 채권보존이 어려울 수 있어 내규상으로 담보물에 대해서는 화재보험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일반건물 11층(아파트 15층)이상 되는 건물, 목욕탕, 학원과 같른 다중이용 업소가 있는 건물의 경우 등 3가지 경우는 화재보험 가입이 법으로 의무화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독주택 같은 경우는 법으로 의무화가 돼 있지 않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보상받을 수 있는 구조”라면서 은행의 화재보험 끼워팔기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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