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연계? 민간진출 불가능한 노인돌봄사업

공사연계? 민간진출 불가능한 노인돌봄사업

사라지는 기관들로 인해 서비스간 단절 심화… 갈 곳 잃은 환자들

기사승인 2018-09-08 08:30:00

#. 2017년 1월, 병원으로 84세의 여성 환자가 실려 왔습니다. 평소 치매와 고혈압, 요실금을 앓고 있었고, 넘어져 대퇴부가 부러진 상태였습니다. 수술을 했고, 3주 만에 보행을 보조하는 봉을 잡고 걸을 수 있게 됐습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재활과 운동에 대해 몇 번이고 교육하고 절대 누워서만 생활하지 말라고 알린 후 퇴원시켰습니다.

해피엔딩이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아니었습니다. A씨는 재진 날 병원에 오지 않았습니다. 몇 달 후 휠체어에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병원에 왔습니다. 들어보니 역시였습니다. 퇴원 다음날 가족들은 바로 포기했고, A씨는 요양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날로 누워서만 생활했답니다. 다리가 아프다고 이야기하면 요양병원에선 약만 전해줬답니다. 결국 걷지 못하게 됐습니다.

한림대학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사진)가 7일 보험연구원이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시니어케어 서비스 활성화와 공·사 협력’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들려준 담당 환자의 이야기다. 고령임에도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어떤 미래가 기다릴지 알렸지만,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던 슬픈 현실에 대한 이야기였다.

윤 교수는 A씨의 이야기에 현실의 문제점들이 드러나 있다고 전했다. 먼저, 고령 환자임에도 수술을 감행한 이유다. 보통 수술을 견딜 체력이 부족해 최대한 수술을 하지 않지만 고관절 골절의 경우 80세든 90세든, 심지어 100세여도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그날부터 침대생활을 하고, 6개월 내지 2년 내에 대부분 사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술을 하고 나서도 문제다. A씨처럼 대학병원 등 대다수의 급성기 병원에서의 치료시간은 2~3주 내외다. 수술이나 처치가 끝난 후 갑작스런 상세변화를 지켜보고 안정기에 접어들었는지를 판단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다. 여기서 별다른 징후나 부작용, 이상반응이 없을 경우 병원은 환자를 퇴원시킨다. 환자가 회복하는 것 외에 병원에서 할 일이 없어서다.

하지만 문제는 환자가 사회로 복귀하거나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적절히 회복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회복기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치료가 마무리되지 않은 A씨와 같은 아급성기 환자의 경우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지금 이 같은 기능을 온전히 가족에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양병원이나 재활병원 등에서 일부 역할을 수행하지만 인력이나 시설, 이를 뒷받침하는 수가가 부족해 적절한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은 상황이다. 환자에게 적당한 곳이 있어도 정보가 부족하거나 A씨처럼 손이 많이 가는 환자들의 경우 입원을 받아주지 않아 찾아가지 못하는 문제들도 있다.

이 같은 경우 환자들은 결국 적당한 병원을 찾지 못해 요양원 등에 입소를 하거나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제대로 된 재활이나 돌봄,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삶을 이어가다 생을 마무리하거나 다시 급성기 병원으로 입원하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이와 관련 윤 교수는 “열심히 치료했지만 결국 이 모양 이 꼴”이라며 “치료를 하고 어떻게 하면 좋아질지, 요양원이나 집으로 가면 잘 살 수 있을지, 필요한 서비스나 요소는 없는지, 이런 계획을 총괄적으로 세우고 서비스별 전환이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 ‘커뮤니티 케어’, 불가능을 향한 과감한 도전?

윤 교수가 바라는 서비스 간의 부드러운 연계와 이를 총괄할 수 있는 관리체계, 노년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질병과 어려움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대처해 건강하고 윤택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문재인 정부가 최근 선언한 ‘커뮤니티 케어’와 닮아있다.

동시에 현실에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이상적인 모습이라는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케어를 구성하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모아야하는데다 수가체계, 돌봄 서비스 공급체계, 요양서비스 전달체계를 비롯해 체계를 뒷받침할 인력과 시설·장비 등 인프라, 심지어 법적 근거에 재정적 지원까지 바꿔야할 것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은광석 회장은 “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된 10년 전후로 실버산업은 각광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국내에 실버산업이 다 사라졌다. 오히려 과거에는 존재했던 중간거주시설이나 민간양로원들은 자취를 감추고 요양병원에는 환자가 넘쳐난다”며 “사라진 산업이 다시 생길 가능성은 제도에 변화가 없는 한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현행법이나 수가구조 상 민간업체들의 실버산업 진출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기본적인 서비스전달체계가 비영리를 목적으로 설계된데다 수익구조가 민간이 참여할 수가 없는 수준, 한마디로 ‘밑지는 장사’라는 설명이다. 

강진호 롱라이프그린케어 본부장은 “대기업도 진출을 검토하지만 고민만 한다. 수가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투자금 회수 또한 예외적으로 복지부 장관 승인 하에서만 가능한 상황이기에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 힘든 것”이라며 공공영역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민간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이와 관련 윤 교수는“국가는 돌봄이 절실히 필요한 이들을 중심으로 꼭 필요한 서비스체계를 구축하고 환자가 필수적이진 않지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원할 경우 이를 민간에서 충족시켜주는 것이 이상적이고 그렇게 될 것”이라며 치매국가책임제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공공중심의 돌봄 체계에서도 민간의 역할은 강조되고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서비스 공급이 아닌 환자 중심으로 서비스체계가 구축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나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현행법 상 불법으로 규정된 왕진서비스나 방문서비스 등을 예로 들며 법률적인 개선 검토와 민간에서의 서비스 개발, 나아가 필요 서비스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없이는 커뮤니티 케어, 시니어 케어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했다.

한편, 커뮤니티 케어를 비롯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재정립 등 요양서비스를 중심에 둔 시니어 케어 구상 및 개선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일련의 대책과 방향을 담아 오는 9월 말경 공개하겠다는 입장만을 밝힌 채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에 정부 발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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