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등에서 그리는 미래 세상에서 인류는 지금보다 수명이 늘고, 질병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기술로 ‘유전자가위’가 꼽힌다.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환자에게서 면역세포를 추출해 가공한 후 재주입해 난치병을 치료하는데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그 가치는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평가된다.
이 같은 차세대 기술이자 세계적인 특허로 인정받는 ‘유전자가위’의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두고 서울대학교와 주식회사 툴젠간의 날선 공방이 촉발됐다. 당장 서울대는 툴젠의 최대주주로 있는 김진수 前 화학과 교수의 특허빼돌리기 의혹에 대한 감사에 들어간다고 9일 밝혔다.
서울대는 “올해 4월부터 경찰조사와 관련해 본격적인 서울대 자체조사를 시작했다. 예비감사 후 특정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외부 전문기관의 정밀분석에서 서울대의 권리가 침해당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필요한 민·형사상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한겨레는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 연구단장이 서울대 교수 재직당시 개발한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직무발명 신고를 하지 않고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 툴젠으로 빼돌렸으며 소유권 이전과정에서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지도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툴젠은 9일 유전자가위 특허 빼돌리기 의혹과 관련해 적법절차에 의한 특허권을 이전받았으며 회사 주식도 무상으로 증여하는 등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툴젠은 “미국 특허에는 발명자가 정식 특허출원 전 자신의 발명을 미국 특허청에 제출해 특허 출원일을 더 빠른 날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출원제도가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도 발명자들이 가출원 제도를 이용해 본인 개인 명의로 최초 가출원을 했고 툴젠은 적법한 계약에 근거해 가출원을 이전받아 본출원을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서울대는 툴젠과 연구계약에 근거해 발명에 대한 권리를 툴젠에 이전했다”며 “최초 가출원했던 발명자들로부터 출원인 지위를 이전받아 2013년 10월23일 툴젠 명의로 본출원을 한 것이며 서울대 소속 발명자들과 툴젠 소속 발명자가 공동 개발한 2번째 특허도 각각 개인 명의로 가출원 한 후 출원인 지위를 이전했다”고 부연했다.
이전과정에서 서울대와도 지분양도계약을 체결, 적법한 계약절차에 따라 이뤄졌으며, 2011년 12월28일에는 서울대 발전기금으로 툴젠의 보통주식을 10만주 무상증여했고, 김진수 교수 또한 지난해 말 사재 1억원을 서울대에 기부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발명을 위한 연구지원에도 참여해 기여한 바가 있다고 강조했다.
툴젠은 “서울대가 툴젠의 주식 10만주를 보유한다는 것은 당장의 교환가치 자체가 크다는 점도 의미가 있지만 향후 툴젠이 성장을 하면 할수록 서울대가 더 큰 수익을 얻게 된다는 잠재가치의 측면에서 더더욱 의미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현재 툴젠의 주식시가는 12만5000원 가량으로 서울대가 보유한 10만주의 현재 가치는 125억여원에 이른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