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술실 CCTV 이미 존재? 간호사가 밝힌 수술실 실상은

[인터뷰] 수술실 CCTV 이미 존재? 간호사가 밝힌 수술실 실상은

기사승인 2018-09-26 04:00:00

수술실의 ‘대리수술’이 연일 논란이다. 영업사원이 정형외과 의사 대신 수술하다 환자를 뇌사에 빠뜨리는가 하면, 간호조무사가 700번이 넘도록 제왕절개, 자궁근종 봉합수술, 요실금 수술 등 각종 수술을 집도한 것이 적발돼 충격을 안긴다.

수술실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책 ‘관계자 외 출입금지’를 통해 수술실 간호사의 생활을 알린 전직 5년차 수술실 간호사 엄지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병원 직원들도 수술실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더라. 

수술실에 대한 글을 쓴 이유다. 답답함이 있었다. 수술실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폐쇄적인 공간이다. 가족이나 친구, 심지어 같은 병원 간호사들조차 수술실 간호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 수술실 간호사라고 하면 의학 드라마에 나오듯 의사가 ‘메스’하면 주는 장면만 떠올린다. 그런데 가만히 서서 달라는 것만 주는 일은 결코 아니다.  

-그럼 수술실의 이야기를 해 달라. 간호사는 어떤 일을 하나.

수술실에서는 집도의가 굉장한 절대 권력자다. 간호사의 업무는 집도의가 수술을 차질없이 끝낼 수 있도록 서포트 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간호사가 메스를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달라고 하기 전에 준비해서 손에 탁 들어맞도록 각도를 조절해서 줘야한다.

수술 전에는 수술에 사용할 장비를 세팅하고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응급상황의 경우의 수를 예측해서 준비한다. 맹장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맹장수술 중 출혈가능성, 개복수술로 이어질 가능성을 대비하는 것이다. 각 상황에 쓰이는 수술 장비와 기구가 완전히 다르다. 수술 중 서포트와 끝나고 정리하는 과정 모두 간호사의 몫이다.

-수술실에는 보통 몇 명의 인력이 동원되나. 

수술실에는 집도의가 있고, 보통 2~3명의 간호사가 들어간다. 스크럽(소독) 간호사, 순환간호사, 그리고 수술보조(PA)간호사다. 스크럽간호사는 의사에게 ‘메스’를 소독해서 건네주는 역할이다. 스크럽간호사는 수술의 처음부터 끝까지 쓰이는 모든 수술기구를  관리한다. 순환간호사는 수술장 안팎을 오가면서 각종 장비를 준비하고, 안에서 필요한 물품을 보충한다. 여기에 수술보조(PA)간호사나 전공의, 마취과 의사, 마취과 간호사, 의료기기업체 직원 등 다양한 인력이 협업한다.  

*국내에서 PA간호사(Physician Assistant·수술보조)는 불법이다. 현행법상 간호사의 수술보조행위는 의료법 위반이나, 일선 병원에서는 인력난 등을 이유로 공공연하게 PA간호사를 두고 있다. 

 

◇수술방 여러개 열고 손만 대는 의사 허다해 영업사원에 수술법 묻기도

-최근 영업사원의 대리수술이 논란이 됐다. 실제로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수술실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나.

최신 수술 장비가 계속해서 나오다보니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새로운 수술 장비 사용법을 알려주는 일이 많다. 작동법을 완전히 숙지 못한 경우 코칭을 위해 수술실에 들어온다. 문제는 의료인이 아닌데 수술에 관여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업체 직원이 손대기도 한다.

오히려 의사가 업체 직원에게 수술법을 묻기도 한다. 신출내기 의사가 아니라 경력이 오래된 의사라도 그렇다. 장비를 납품하는 여러 병원에서 다양한 의사를 만나고 다양한 수술케이스를 접하면서 어느 정도 수술이 가능한 업체직원이 많다. 하루에 수술을 최대한 많이 해서 이익을 남겨야 하는 일부 전문병원에서는 수술시간을 줄이기 위해 한꺼번에 수술방을 양방, 셋방, 네방 열어놓고 의사 한 명이 중요한 부분만 관여하고 나머지는 업체직원이나 간호사 등이 마무리하는 일이 흔하다. 
 
-그렇다면 대리수술을 받더라도 환자는 전혀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정말 흔한가.

많은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종합병원에 근무할 당시 대학병원에서 외과교수를 하다 은퇴한 의사와 종양 수술에 들어간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의사는 몇 십 년 간 수술실에서 종양을 떼는 일만 한 것이다. 종양에 접근하기 까지 과정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다해줘서 자신은 못한다고 당당히 말하더라. 종양을 잘라내는 그 순간만 계속하다보니 다른 과정은 다 까먹었다는 거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의사들, 명의라고 하는 의사도 그런 환경에 익숙해져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술할 때 의사인지 PA간호사인지 써 붙이고 하는 것도 아니고 환자는 마취상태다. 전혀 알 수 없다.

-유독 수술실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료시스템이나 환경이 문제다. 어떻게든 수술을 많이 해야만 병원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의료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불법이 일어나도 폐쇄된 공간이라 알려지지 않는다. 알려지지 않으니 문제가 있어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없다. 그냥 넘어가는 의료사고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또 수술실은 집도의의 뜻을 거스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집도의는 절대 권력자고, 폭언, 폭력을 사용하더라도 용인이 된다. 수술은 매번 극한 상황인데 기분이 나쁘다거나 상식적이지 않다고 해서 중간에 나올 수 없지 않나. 집도의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간호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환자들이 좋은 의사, 괜찮은 의사를 고르는 팁이 있을까.

어떤 의사가 가장 수술을 잘하는지 아는 사람은 수술실 관계자뿐이다. 아무리 명의로 유명하다고 해도 이 사람이 실제 수술을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병원 직원에게 직원 내원율이 가장 높은 선생님이 누군지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직원들끼리는 내부 정보를 공유한다.   

 

◇수술실 CCTV 이미 존재...폭언·성희롱에 간호사들이 녹화·녹음 요청하기도  

-최근 ‘수술실 CCTV 설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성남시의료원은 수술실 CCTV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의사단체는 반대 입장이다.

의사나 병원이 왜 반대하는지 이해된다. CCTV를 통해 수술실 모습이 공개되면 정말 큰일이니 그렇다. 그동안 누려왔던 권력의 보루가 무너지는 것이고,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계속되던 불법행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반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수술실이다. 대리수술은 물론 폭언과 폭행, 성폭력 등 다양하다.

-이미 대부분의 병원에 수술실 CCTV가 있다고 하는데 무슨 이야기인가. 

국공립병원에는 없더라도 아마 대부분의 사립병원에는 수술실 CCTV가 이미 존재한다.  외부공개와는 무관하게 수술실에서는 수술 장면을 기록한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술실에서는 고가의 기구가 사용되는데 수술과정에서 분실위험이 적지 않다. 수술보에 딸려나가거나 쓰레기통에 들어가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기구 분실을 추적하기 위해서 CCTV를 돌려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구분실이 있을 때 기록지를 확인하지만 수술 중 던지기도 하는 등 불충분할 때가 많아 육안으로 확인이 필요할 때 CCTV를 돌려본다.

또 장비를 사용하는 수술일 경우 대부분의 장비에 내장된 카메라로 수술 장면이 녹화되고, 연구나 교육자료로 사용한다. 병원과 의사는 이미 사용하고 있는 정보를 환자가 필요시에 제공하지 않고 독점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 수술실 CCTV, 전직 수술실 간호사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수술실 CCTV가 득도 있고 실도 있겠지만, 그 공간 안에서 약자인 사람은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더 많다. 수술실에서 간호사들은 폭력과 폭언에 노출되는 일이 잦다.

병원 근무 당시 수술실에 CCTV가 있었다. 이 때 간호사들은 영상 녹화뿐 아니라 녹음도 해달라고 부서에 제안한 적이 있다. 폭언과 성희롱에 견디다 못한 간호사들이 증거자료를 위해 수술실 녹음을 허용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윗선에서는 의사들과 싸우자는 것이냐면서 거부했다.

의사와 간호사 사이의 위계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폐쇄적인 환경이 한 몫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곪았던 문제는 드러나야만 해결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수술실 CCTV로 환자의 민감 장면 유출이나 의료인의 노동권 침해 우려가 지적된다. 이전에 수술실 CCTV를 돌려본 적이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수술실 CCTV는 보통 구석에 달려있다. 수술대에서 멀리 찍기 때문에 수술하는 장면이 자세히 찍히지 않는다. 또 환자 모습 자체는 수술하는 팀원들 등에 가려지고, 수술부위 외에는 수술보로 덮여있다. 이번에 경기도의료원(안성병원)에서 시행하는 것처럼 수술 전 환자에게 촬영 동의서를 받고, 환자가 요청할 때에만 촬영한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노동권 침해 우려에 대해서는 앞서 말했듯 이미 많은 사립병원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있다. CCTV를 돌려보는 일이 익숙한 간호사들이 많을 것이다. 또 수술 중 CCTV가 신경 쓰일 정도로 수술실 업무는 한가하지 않다. 오히려 노동권을 생각한다면 수술실의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술실은 그동안 의료계만 정보를 독점해온,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폐쇄적인 영역이다. 그런데 지금은 2018년이다. 언제까지 환자의 알권리가 침해당해야 하나. 영원한 의사는 없고,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다. 내가 환자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면 답은 쉽게 나온다.

그간 수술실 CCTV문제와 관련해서 ‘환자 대 의사’의 구도로만 논의돼왔다. 그러나 수술실은 의사 외에도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 다양한 직군이 함께 일하는 공간이다. 왜 이들의 입장은 묻지 않는지 궁금하다. 수술실 권력구도 아래에 속한 사람들은 CCTV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핵심은 여기에 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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