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내분으로 표출됐다. 투쟁을 전면에 내걸고 발족한 대한의사협회 40대 집행부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투쟁역량을 보다 강화하자는 의견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동의를 얻지는 못하며 마무리됐다. 최대집 의사협회장을 포함한 집행부는 지금처럼 정책 일선에 설 수 있게 됐다. 다만 집행부에 대한 의사회원들의 불만은 누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의사협회의 태도에 변화가 생길수도 있을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의장 이철호)는 3일 최대집 집행부가 문재인 케어 저지 등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문재인 케어(급진적 보장성 강화정책) 저지와 건강보험 수가인상을 위한 대책을 추진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을 상정했다.
안건을 부의한 경상남도의사회 정인석 대의원은 “현 40대 집행부는 잦은 실책과 무능으로 제대로 된 투쟁능력과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면서 “지난 39대 추무진 집행부의 무능과 친정부적 행태에 실망한 회원들은 이번 40대 의협회장 선거에서 ‘문재인 케어 저지’ 하나에만 집중한 최대집 현 회장을 선택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회원들이 최대집 회장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라며 “그것은 의사들의 성난 민의를 잘 대변해 강력한 투쟁을 이끌어 내고, 의사들의 목소리를 강하고 분명하게 내 줄 수 있는 사람이 최대집 회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좌충우돌하고 현실인식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건상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대의원들은 찬동의 뜻을 전했다. 집행부가 내놓은 ‘저 뉴 건강보험’은 문재인 케어와 큰 차이가 없고,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상복부 초음파나 뇌·뇌혈관 MRI 급여화에 별다른 보상안을 얻어내지 못한 채 동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9월 27일에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계획이나 방향을 그대로 담은 ‘의정합의문’을 작성하고 발표한 것은 성난 의사들의 뜻을 강력한 투쟁으로 정부에 전하고 합당한 보상을 받아내라는 의사회원들의 요구가 반영된 선택에 대한 배신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최대집 회장은 “의료현안에 대한 회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했고 국민여론을 환기시키고 여야를 막론해 국회를 설득했다. 정부와의 협상에서도 강력한 투쟁을 천명하는 등 결연한 의지를 전했고, 정부의 공감을 얻어 저수가에 대한 개선을 공식화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올바른 회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면서 “투쟁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여전히 투옥될 각오로 문재인 케어와 수가인상을 이뤄내겠다. 결코 2017년 8월 정부가 발표한 원안대로 추진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일부는 회장을 허수아비로 전락시키고 비대위를 구성해도 별다른 대응카드가 없다는 점등을 들어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갑론을박에 더해 장외 시위까지 벌어졌음에도 의사협회 대의원들은 최대집 집행부를 다시 한 번 믿음을 보였다. 비밀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안건심의에서 회의에 참석한 178명 중 49명만이 찬성하고 129명이 반대의사를 표했다.
이에 대해 이철호 의장을 비롯한 대의원들은 비대위 구성에 대한 안건은 부결됐지만 그렇다고 집행부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라며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회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회무를 이끌며 문재인 케어 등 정부정책으로 인한 회원들의 피해를 막아달라는 뜻을 전했다.
그 일환으로 대의원회는 이날 결의문을 채택하고 고질적인 저수가체제와 최선의 진료가 불가능한 진료환경,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고 ‘심평의학’으로 불리는 급여기준과 이를 근거로 이뤄지는 진료평가로 인한 의료기관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대의원회에서는 비대위 구성 외에도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의료기관 진료행위 경향심사의 문제점,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사용을 포함한 한방관련 문제, 응급실 등 의료기관 내 폭력문제 등 불합리한 의료정책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와 집행부를 향한 당부도 이뤄졌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