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선 판사, 이명박 前 대통령 법원 1심 선고(전문)

정계선 판사, 이명박 前 대통령 법원 1심 선고(전문)

기사승인 2018-10-05 15:48:40

지금부터 2018년 340호 이명박 피고인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검사님들 출석하셨고요. 변호사님들 출석하셨고 피고인은 불출석하셨습니까? 어제 피고인께서 불출석 사유서를 내셨고요. 이 재판은 아시다시피 본래 피고인의 출석 없이는 개정이 불가능합니다.

다만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어제 피고인이 제출한 사유서에 여러 가지 불출석 사유가 기재되어 있었지만 출석을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서울동부구치소장이 피고인이 출석을 거부하고 있고 피고인을 법정에 인치하기 현저히 곤란했다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래서 재판부는 다시 한 번 인치를 요구했지만 방금 전 구치소장으로부터 다시 한 번 인치가 곤란했다는 취지의 보고서가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피고인에 대한 1심 구속 만기가 거의 다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피고인의 출석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혹시 검사나 변호인 측에서 의견이 있으십니까?

<인터뷰>

이견 없습니다.

<정계선 판사 이어>

그러면 형사소송법 277조에 의해서 피고인의 출석 없이 그대로 선고공판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판고 결과 이외에 공소 순서를 설명한 다음에 판결 주문을 낭독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증거능력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변호인은 검찰 제출 증거에 대해서 모두 동의했지만 대부분의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저희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론적으로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판결문에는 판단을 많이 하였습니다. 시간관계상 이건 모두 생략하되 김백준과 이병모 진술의 임의성 주장에 대해서만 보도록 하겠습니다.

변호인은 김백준, 이병모가 가혹한 수사를 받았기 때문에 그 진술의 임의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습니다. 저희가 보기에도 수사 일정이 매우 빡빡했고 특히 김백준의 연령이나 지병 등을 고려하면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김백준이나 이병모가 자신의 재판에서 임의성 주장을 전혀 하지 않았고 김백준의 수사 시에 변호인이 계속 참여하였던 점 그리고 기록을 보면 김백준의 요구에 따라 휴식을 취하거나 당일 수사를 중단한 바 있는 점, 그 밖에 진술 태도나 내용을 고려하면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변호인이 주장하는 김백준의 지병으로 진술에 신빙성이 있느냐 하는 부분은 해당공소 사실 부분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는 공소사실 순서대로 판단하겠습니다. 먼저 다스 관련 횡령 부분을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다스의 실질적 대주주 및 경영자, 이 부분을 다스 실소유자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다스 실소유자로서 김성우에게 지시해서 1994년 경부터 2006년 3월경까지 비자금 339억 원가량을 횡령하고 1991년경부텅 2000년경까지 선거캠프 직원과 여직원에 대한 허위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4억 3000만 원가량을 횡령하고 1999년 8월경 다스 자금으로 자신의 승용차를 매입하도록 하여 5400만 원가량을 횡령하고 카드를 발급받아달라고 하여 1995년 6월경부텅 2007년 7월 12일경까지 사용함으로써 횡령하여 결국 1991년경부터 2007년 7월 12일경까지 349억 원가량을 횡령하였다라는 것입니다.

검사는 이렇게 네 가지 방법의 횡령을 모두 포괄 일죄로 기소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다스로 동일하지만 비자금 조성, 선거캠프 직원 등에 대한 허위 급여 지급, 승용차 구입, 법인카드 사용으로 인한 횡령은 모두 범행 방법이 다르고 공소사실 자체에도 각 범행 최초에 피고인의 지시가 별도로 있었다는 것이어서 단일하고 계속적 범위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범행별로 일죄이고 각 실체적 경합범으로 판단합니다. 다음으로 피고인은 다수 실소유자인지 여부 및 비자금 조성 지시 부분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피고인은 이 부분에 대해 다스 실소유자가 아니고 김성우 등에게 횡령을 지시한 바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합니다.

다스 실소유의 여부는 횡령죄의 주체가 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비자금 조성 지시 부분과 함께 보되 다른 공소사실과도 관련성이 있어서 조금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핵심적인 진술을 보겠습니다.

다스 설립시부터 이후까지 다스 대표이사였던 김성우의 진술은 이 부분 공소사실 전체에 들어맞습니다. 김성우는 피고인의 다스를 설립하였다. 지시로 현대건설에서 나와서 설립자금을 받고 생산품목과 기술이전 업체의 공장 부지 등을 결정하였다. 증자대금도 피고인에게 이야기하여 받았다. 피고인에게 매년 초 정기적으로 보고하였고 그 외에도 수시로 보고하였다. 피고인의 지시로 비자금을 조성하여 김재정 등에게 전달하였다. 정기보고 당시 조정금액이란 제목으로 비자금 액수를 보고하였다. 김재정은 처음부터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이상은은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피고인이 인사 등 주요 문제를 결정하였다고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함께 비자금 조성 행위에 깊숙이 관여하였던 권승호도 관련 진술을 하였였습니다. 피고인은 김성우와 권승호가 횡령죄로 기소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불기소를 대가로 허위진술을 하였을 개연성이 높고 BBK 특검 당시 김성우와 권승호가 했던 말이 오히려 맞다고 다투고 있습니다.

그런데 살펴보면 김성우와 권승호는 피고인과 달리 공소시효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이 진술한 이후에도 김성우와 권승호의 개별 횡령 혐의에 대한 추궁이 수사과정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불기소를 대가로 피고인에 대한 진술을 얻어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BBK 특검 당시에 관련자들이 회의를 하면서 말을 맞춘 정황이 많은 사람들의 진술과 자료로 밝혀졌습니다. 결국 김성우, 권승호의 진술의 신빙성은 제3의 진술과 일치하는지, 객관적 물증과 정황에 들어맞는지, 진술이 합리적인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으로 다스 관련자들의 진술과 물증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현대건설을 퇴사하여 설립 과정에 함께 참여하였던 안창석의 진술, 피고인이 경영상황을 보고받았고 이상은이 다스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채동영, 김종배, 김해권 등의 진술. 비자금 조성의 회계처리를 직접하였고 비자금이 피고인에게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경리 직원들의 진술, 1992년 총선 당시에 선거캠프에서 일하면서 김성우가 보고하러 오는 것을 보았다는 권영옥의 진술이 모두 모두 김성우 등의 진술에 부합합니다.

이들은 피고인에게 일부러 불리한 진술을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로 보이고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자신이 관여했던 부분의 구체적 기억에 기초해서 진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BBK 특검으로 개인적 횡령 사실이 발각되었던 경리직원이 2008년 당시 이상은 지시로 보고한 문서에는 1년에 30 내지 50억 정도 조성한 비자금은 MB께로 전해지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이번 특검 조사를 받을 때도 예전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면 MB에게 큰 문제가 된다고 얘기하셔서 이런 회계처리를 한 적이 없다고 끝까지 부인을 했다는 기재가 있습니다.

이상은이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것이라면 이상은에게 그와 같은 보고를 할 리가 없고 김재정이 지시한 것이라면 이상은과 사이에 분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사정은 엿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김성우 등이 지시받은 비자금보다 더 조성하여 개인적으로 착복하였다고 보고 김성우 등을 해고하였을 뿐이고 경리직원은 이후에도 계속 다스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이런 점은 비자금 지시가 피고인에 의한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고 할 것입니다. 이후 김성우 퇴사 후 2009년경 다스 대표이사가 된 강경호도 다스는 피고인의 것이라 생각하고 주요 인사권, 임원들의 급여, 배당급 지급 결정 등 주요 결정에 피고인 의사가 반영되었으며 이시형이 실권자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강경호는 피고인의 지시로 대표이사가 된 사람으로 허위진술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상은의 아들인 이동형의 진술도 이에 부합하고 다스의 임직원인 김도훈, 최순용, 정학용 등도 모두 이시형이 다스의 실권자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습니다. 진술 외에 MB 지시로 이동형이 입사하였다는 취지가 기재된 권승호 수첩, 다스가 100% 지분을 출연한 홍은프레스, 이병모가 피고인에게 보고한 VIP 보고사항. 다스 내 자금과 관련해서 아버지께 보고 후 지침 승인 바란다는 김진의 문자메시지, 이상은이 경영에서 배제되어 있으며 이시형의 승계 수업에 신경을 쓰라는 이상은의 발언이 담긴 임은성 메모. 강경호 등이 이동형 몰래 이시형의 승계 작업을 검토한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과 문서 등이 다수 증거로 제출되어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이상은이 다스 지분을 인수한 대금 및 김재정과 이상은의 다스 증자대금 출처인 이른바 도곡동 땅 매각대금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자금 흐름을 보면 도곡동 땅 대금 중 김재정 계좌에 있던 것은 다스 증자대금으로 사용한 외에 주식투자로 큰 손실을 입었을 뿐, 개인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없고 남은 돈 중 대부분은 모두 상속세 납부에 사용되었으며 10억 원가량 남았는데 피고인이 이병모에게 통장 현황을 요구한 정황이 있습니다.

김재정은 이병모와 친구에게 피고인에게 자금 보고를 해야 되는데 투자 손해를 너무 많이 봐서 고민이다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중 이상은 계좌에 있던 것은 BBK 특검 이전까지는 김재정이 관리하면서 다스 증자대금으로 지급된 외에 이병모를 시켜 출금한 돈은 모두 이상은에게 지급하지 않고 김재정 금고에 보관하였습니다.

BBK 특검 이후 이동형에게 통장이 인계되었는데 피고인의 논현동 자택 공사와 관련하여 60억 원가량이 사용되었고 이시형이 이동형에게 요구하여 10억 원가량을 사용하였으며 이동형은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위 돈을 지급하기 위해서 손실을 보며 주식을 매각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동형도 이것은 피고인의 돈이라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도곡동 땅 매각 대금 흐름 외에도 이병모와 권영미 모두 김재정이 피고인의 재산관리인이었다라고 시인하고 있기도 합니다. 김재정 지시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이병모와 정수명이 김백준으로부터 돈을 받아 와서 논현동 사저 비용과 차명부동산 관리비용 등으로 사용한 VIP 장부가 발견되었고 김재정 사후에 피고의 지시로 이병모가 김재정이 관리하던 차명부동산과 김재정 계좌 등을 피고인에게 계속적으로 보고하였습니다.

그 보고 내용 중에는 권영미가 돈을 자녀 결혼 자금 등에 사용하도록 승인해 달라는 요청이 기재된 것도 있고 피고인이 수표를 사용하기 쉽게 현금으로 교환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있습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보고받은 것이 차명 재산이기 때문이 아니라 김동형 명의의 재산은 조카들 사이의 상속재산 분쟁을 막기 위해서, 김재정 명의의 재산은 재산관리 능력이 없는 권영미의 부탁으로 각 관리해 준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합니다.

그러나 김동형은 피고인의 재산이라고 진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이귀선의 상속 재산은 김동형 한 사람 명의로 정리된 상태인데 분쟁을 막기 위해 나이 든 조카의 부동산을 관리하면서 그 수입까지 자신이 향유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처남댁인 권영미가 전직 대통령에게 재산을 관리하여달라고 부탁하였다거나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처남댁 재산을 관리해 주기 위해 보고를 받았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으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위와 같은 점들을 모두 모아보면 김재정은 피고인의 재산관리인이었고 도곡동 땅 재산 매각 대금도 피고인의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비자금 관리와 전달에 관해서 보겠습니다. 비자금으로 조성된 다스 관련 수표 및 어음은 김재정이 정수명 등에게 지시해서 자금 세탁을 하였고 그 돈은 김재정 금고에 보관되었습니다. 그 과정에 참여하거나 그 금고의 입출금에 관여한 이병모, 정수명 등은 그 금고의 돈은 피고인의 것이라고 합니다. 자금 세탁과 선거자금 등 전달 과정에 관여하였던 다수 사람들의 진술로 그 중의 상당 금액이 피고인의 선거자금으로 사용되었음은 명확하게 확인됩니다. 피고인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김재정이 그 많은 돈을 그렇게 철저하게 자금 세탁할 이유가 없어 보이고 김재정이 개인적으로 소비했다고 볼 만한 규모도 아닙니다.

다음은 다스 지분에 관한 관련자들의 태도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김재정, 이상은의 다스 지분을 피고인 임의대로 처분하는 방법을 검토한 문서가 다수 증거로 제출되었습니다. 피고인 지시로 김재정 상속 과정에서 김재정 지분이 청계재단에 교부되는 방법이 검토되었고 실제 5%가 증여됩니다. 청와대 행정관이든 제승완이 작성한 PPT 계획안에도 이시형에게 상속 또는 증여하는 방법이 검토됩니다.

강경호와 이시형이 이동형 몰래 이상은 지분을 이시형에게 증여하는 방법 등의 방법으로 경영권 승계를 검토한 바도 있습니다. 2015년 11월경 청계재단에서도 다스 지분 추가 취득 방안이 검토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정작 권영미나 이상은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다스 주식을 자신의 것인 것처럼 행동한 반면 권영미는 전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이병모가 피고인에게 보고한 내용에 의하면 권영미는 김재정 사후 자금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데 막상 다스 주식에 대한 배당금은 포기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다스 경영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아닌 권영미가 자신의 주식이라면 배당금을 포기하거나 차등 배당을 용인할 리가 없습니다. 또 다른 주식의 차명 명의인인 피고인의 친구인 자신이 받은 배당금을 이시형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이런 점 등에 비추어볼 때도 다스 주식은 피고인의 것으로 보입니다. 피고인은 최초 설립자금을 김재정이 납부한 것이 당시 입금된 계좌 내역으로 증명이 되고 이에 반하는 김성우의 진술은 모두 거짓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초 설립자금이 입금된 계좌 내역 상으로는 입금자를 알 수 없고 그 입금 당시 피고인에게 이야기하여 서울에서 송금한 돈을 받았을 뿐 송금자는 확인할 수 없었다는 김성우의 진술과 이 부분은 일치하기도 합니다.

최초 송금자가 누구인지는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앞서 본 사람들의 진술과 증거들, 합리성 등을 고려하면 김성우의 진술은 충분히 믿을 만합니다. 그 외에 피고인의 지시로 다스 미국 소송을 총괄 지원한 김백준이나 PPT 기획안을 작성한 사람도 모두 다스는 피고인의 것이라고 진술하고 뒤에 살펴볼 사정들도 모두 모두 피고인이 다스 실소유자임을 증명하고 있지만 위에 살펴본 사정만으로도 피고인이 다스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였다는 사실이 넉넉하게 인정됩니다.

지금부터는 구체적으로 비자금 조성 관련 횡령금액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횡령금액은 특정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시기에 횡령한 의심이 든다는 것만으로 금액까지 포함한 횡령죄를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김재정이 정수명 등을 동원하여 다스 발행 수표와 어음을 세탁하였음이 관련자들의 진술과 계좌 내역으로 밝혀진 금액이 240억 원가량입니다. 이 부분은 정확하게 특정이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그 외에 미강철강 등 3개 업체의 세금계산서는 김재정과 이영배가 전달해 준 것이므로 그 세금계산서 관련 금액은 모두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조성한 비자금이라는 전제 하에 검사가 특정한 금액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권승호의 진술만을 기초로 상당한 기간이 지난 횡령금액을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검사는 2004년도, 2005년도 횡령금액은 김성우와 권승호의 진술만으로 적어도 이 정도 비자금이 조성되어 전달되었다는 취지로 특정하였지만 2004년 이후 정수명 등 자금 세탁 내역이 존재하지 않고 상당한 기간이 지나 횡령금액 특정을 진술에만 의존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역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됩니다. 결국 김재정에게 전달된 것이 명확하게 입증된 약 240억 원 부분은 유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부분은 무죄로 판단합니다.

피고인은 공소시효 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주장도 하지만 대통령의 재직 중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당연히 정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2003년경까지는 횡령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대통령 재직 기간을 빼면 공소시효 기간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비자금 조성 부분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보도록 하고 허위급여 지급, 승용차 매입대금 부분 횡령죄는 모두 피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 각 공소시효가 완성되었기 때문에 면소로 판단합니다.

신용카드 사용 부분은 모두 유죄로 인정됩니다. 다음으로는 다스 법인세 포탈 부분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이 부분 공소사실 요지는 2008년 BBK 특검 과정에서 다스 경리직원이 120억 원가량을 횡령한 것이 발견되어 이를 회수하였는데 피고인이 이동형 등으로 하여금 회수한 횡령금이 해외 미수 채권을 외환 송금 받은 자금인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고 허위로 법인세 신고를 하도록 하여 2008사업연도 31억 원가량을 포탈하였다는 것입니다.

우선 횡령금 회수 이익 115억 원가량을 누락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이 부분은 법리적인 논쟁이 필요한 부분으로 판결문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지만 간단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법인세는 각 사업연도를 단위로 계산하는 것이므로 2008년사업연도에 법인세가 포탈되었다고 하려면 그 사업연도의 입금누락을 통해서 그 사업연도의 과세소득 감소가 있는 경우여야 합니다.

그리고 대상소득이 어느 사업연도의 소득인지는 연간 포탈 세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특별법이 적용되는지 여부뿐 아니라 기소 시기, 공소시효, 제척기간까지 달라지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다스 경리직원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120억 원가량 횡령하면서 회계장부를 조작하여 결과적으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법인세 과세표준이 과소 신고되었습니다.

따라서 2002년부터 2007년까지의 법인세가 탈루 내지 포탈된 것이고 2008년도에 그 120억 원이 회수되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회계처리상 플러스 마이너스가 되어 2008 사업연도의 과세 표준으로 계상될 수는 없고 2002년부터 2007년까지의 법인세에 관해 경정 처분을 해야 하는 소득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횡령금 회수 이익을 누락하여 2008년 회계연도 법인세를 포탈하였다는 부분은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외환 차손 10억가량 과다 계상한 부분만 남게 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포탈 세액이 5억 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특가법 위반죄로는 처벌이 안 되고 조세범처벌법위반죄로만 성립됩니다. 그런데 이 경우 고발이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피고인에 대한 고발이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를 기각합니다.

세 번째로 청와대 공무원들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이하는 그냥 직권남용죄라고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다스 미국 소송 관련 직권남용죄입니다. 다스 미국 소송은 2003년 5월경 다스가 제기한 BBK에 대한 미회수 투자금 140억 원의 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과 이에 관련된 소송을 말합니다.

이 부분은 피고인이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하여 총무비서관 김백준과 LA 총영사 김재수에게 다스의 미국 소송을 총괄지원하도록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김백준, 김재수는 직접 또는 총무비서관실 행정관, 법무비서관, 법무비서관실 행정관 등에게 지시하여 소송 전략 검토, 소송경과보고, 관련 서류 검토 등을 하게 하고 이를 피고인에게 보고하였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차명재산 상속 관련 검토 부분입니다. 피고인이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하여 자신의 재산을 차명으로 관리해 오던 처남 김재정의 사망 전후 총무비서관 김백준에게 재단법인 설립, 김재정 명의 차명재산 상속세 및 상속세 절감 방안, 납부 방안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김백준은 피고인의 재산관리인 이병모와 함께 이를 검토하고 민정1비서관실 행정관, 청와대 파견 근무 중인 행정관 등에게 이를 검토, 보고하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먼저 사실관계를 보면 차명재산 상속 검토 관련 부분은 청와대 파견 국세청 행정관에게 검토를 하도록 하였다는 부분은 김백준 진술도 명확치 않고 다른 증거가 없어서 인정하기 힘듭니다. 그 밖의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됩니다. 피고인은 김백준 등에게 지시한 바 없다라고 주장하지만 김백준이 피고인과 무관하게 다스 미국 소송을 지원하거나 김재정의 상속 방법을 검토할 독자적 이익이 볼 수 없다고 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 지시가 있었음은 충분히 인정됩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는지 보겠습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처벌하는 범죄로 직권남용의 측면에서는 공무의 적절한 수행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권리행사 방해 등의 측면에서는 개인의 권리와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이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공무원의 권한에 속하는 집무 집행이라는 외관이 존재하여야 하고 공무원이 일반적 권한에 속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하면 지위를 이용한 불법 행위에 해당할 수 있을 뿐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이에 피고인의 지시가 형식적, 외형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에 속하는 집무집행이다라는 외관이 존재하는지에 관해서 보겠습니다.

피고인이 대통령으로서 대통령실 소속 공무원 및 외교부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각종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직무상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가의 행정 작용과 직접, 간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업무에 관한 지시에 한하여 인정될 것입니다. 그런데 다스 미국 소송은 모두 국가와는 무관한 사기업에 관련된 소송입니다. 국가는 소송 결과에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습니다.

헌법과 법률상 대통령의 권한에 관한 규정, 대통령실의 업무 분장에 관한 규정이나 재외국민 보호 규정을 살펴보아도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공무원이나 외교부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다스 미국 소송의 소송전략을 검토하게 하고 소송 경과를 보고하게 하고 관련 서류 검토 등을 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직무상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은 공소장이 한 차례 변경되었는데 변경 전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의 지시를 받고 김백준이 총무비서관의 직무와 무관한 일을 하였다거나 김재수가 총영사의 직무와 관계 없는 일을 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어서 검사도 직무와 무관한 지시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상세한 관련 규정 검토는 판결문에 기재하였으나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상속재산, 차명재산 부분에서도 대통령에게 처남의 상속재산 처리 및 상속세 절감, 납부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직무상 권한이 있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피고인과 김백준, 김재수의 관계를 보더라도 이러한 문제가 있습니다.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김백준이나 김재수 등을 보면 미국 소송을 점검하고 소송 전략을 수립, 지원하는 행위를 총무비서관이나 LA 총영사가 되기 이전부터 해 왔고 각 그 직을 그만둔 이후에도 계속하였습니다.

김백준은 그외에도 피고인의 사적 업무를 지속적으로 도맡아 해 왔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김백준 등은 사적 인연이나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서 위와 같은 일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일 뿐이지 피고인의 대통령으로서의 직권 행사로 인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된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직권남용죄는 모두 무죄로 판단합니다. 네 번째로 삼성그룹 자금 지원 관련 뇌물죄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2007년 9월경 내지 10월경 미국 법률회사인 에이킨 검프 김석현을 통해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 이학수의 자금 지원 의사를 보고받고 이를 승인하여 김석현을 통하여 대통령 취임 전 37만 5000달러, 대통령 취임 후 합계 540만 달러가량을 뇌물로 수수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삼성의 지원을 승인한 바 없을 뿐 아니라 삼성이 지원하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김석환은 피고인을 통하여 삼성이나 현대로부터 미국 소송을 많이 수임할 목적으로 다스 미국 소송을 무료로 대리하였을 뿐이고 김석환이 삼성으로부터 받은 돈은 삼성에 대한 정당한 자문료 등이거나 삼성을 속여 지급받은 것이다라는 취지로 다툽니다.

전체적으로 증거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포빌딩에서 압수된 2009년 10월 27일 자 VIP 보고사항이라는 문서에는 작성자가 김백준으로 기재되고 있고 2009년 10월 16일 김석환과의 면담 결과에 대하여 2008년부터의 다스 미국 소송 비용 조달은 월 12만 5000달러와 삼성전자 현지법인에 청구한다는 내용의 기재가 있고 김백준이 수기로 MB 지원, 삼성전자 현지 법인 이학수 실장에게 직보라고 기재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문건은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김백준이 피고인에게 보고한 문서로밖에 볼 수 없고 2009년 10월 16일 김석환이 실제 청와대에 출입한 내역도 있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이때부터는 피고인이 삼성 지원 사실을 몰랐다거나 김석환이 무료로 소송을 해 준 것이라고만 알았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후 수사 과정에서 2007년 10월경 다스가 에이킨검프를 다스 미국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계약서가 발견되었고 이에 대해서 김석환은 김백준 또는 피고인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서명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삼성에서는 2007년 10월분부터 위 VIP 보고사항에 기재된 12만 5000달러를 에이킨검프에 송금하기 시작한 자료가 나왔습니다.

다스 미국 소송을 진행한 에이킨검프 변호사가 김석환에게 청구한 금액이 그대로 삼성전자 현지 법인에서 에이킨검프에 지급된 이메일 자료 등도 있습니다. 이를 모두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편 이학수는 2007년 하반기 김석환으로부터 에이킨검프가 미국에서 수행하는 피고인에 대한 법률 지원 활동 등의 비용을 삼성에서 지급하는 방법으로 피고인에게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 승인 받은 후 에이킨검프에 송금하였다고 자백하면서 삼성전자를 통해 이 부분 송금 내역을 특정하여 제출하였습니다.

관련 삼성전자 임직원들도 이학수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어떤 명목으로 지급하였는지 모르지만 다른 소송과는 다르게 에이킨검프에서 청구하는 대로 지급하여 왔다는 취지로 부합 진술을 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이학수가 허위 자백을 한 것이고 진술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이학수를 비롯한 삼성전자 임직원들 전체가 허위자백을 할 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고 이학수 진술은 증거가 추가로 발견됨에 따라 추가로 범행을 인정한 취지라고 보여집니다.

이학수는 자수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지원 내역을 특정하여 제출하였는데 그 기준에 합리성이 있고 의문을 제기하는 피고인의 각종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김백준은 2008년 3월 내지 4월경 김석환이 피고인을 방문하여 이학수가 에이킨검프에 추가로 금원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피고인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여 피고인이 이를 승낙하였다고 합니다.

김백준은 청와대 근무 시에 다스 미국 소송의 소송 전략에 대해서 검토하였다거나 삼성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 부인하거나 함구하다가 VIP 보고사항과 같은 자료가 발견되자 그때부터 어쩔 수 없이 자백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자백 경위와 2008년 3월 내지 4월경 김석환이 청와대를 방문한 기록이 있고 이 당시에 피고인에게 보고된 문서도 있으며 김석환 소개 경위에 대해서는 제3자의 부합진술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학수의 진술에 대해서도 김백준은 자신의 기억과 다른 부분은 분명히 다르다고 분명히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8년 3월 내지 4월경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른바 이재오의 인터뷰가 있기 전부터 김백준이 진술해 온 바입니다. 이런 점 등을 보면 김백준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적어도 2008년 3월 내지 4월경에는 피고인이 김석환을 통하여 이학수의 지원 의사를 전해듣고 이를 승인하였다고 할 것입니다. 승인 시점을 공소사실과 다르게 인정하지만 이미 공소사실에 기재되어 있는 부분이고 피고인도 충분히 다투었기 때문에 2008년 3월경 내지는 4월경으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문제가 되지 않고 3월과 4월의 출입 기록 중 뒤늦은 4월 8일경을 승인시점으로 보기로 합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검사는 2007년 9월 내지 10월경 피고인이 삼성의 지원을 받기로 승인하였다고 하지만 이 부분, 김백준의 진술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3월까지 김석환이 피고인을 면담한 자료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런 요청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김백준의 구체적 진술 내용을 보면 2008년 3월경부터 4월경 즈음에 처음 삼성의 지원 의사가 전해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편 이때부터 받은 기간 동안 삼성그룹에는 삼성비자금 특검 관련 현안, 금산분리 완화 관련 현안이 있었고 피고인의 대통령 임기 중 이건희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금산분리 완화 입법이 이뤄졌습니다. 이러한 점을 보면 대가성은 충분히 인정됩니다.

따라서 김석환이 피고인을 면담한 2008년 4월 8일 이전인 범죄일람표 5번 부분은 사전 수뢰 부분을 포함해서 무죄, 그 이후에 송금된 552만 5000달러가량은 유죄로 인정합니다.

다섯 번째로 국정원 자금 수수 관련 뇌물 및 국고 등 손실죄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김성우로부터 첫째, 2008년 하순경부터 5월 중순경까지 총선을 앞두고 2억 원, 둘째, 2008년 4월경부터 5월경 사이에 2억 원의 국정원 자금을 각 전달받았고. 원세훈으로부터는 2010년 7월경부터 8월경 사이에 국정원 자금 2억원을 전달받아 횡령함으로써 국고를 손실하고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점과 원세훈으로부터 2011년 9월경부터 10월경 사이에 10만 달러를 전달받아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점입니다.

이 네 가지를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공소사실로 지칭하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 공소사실에 대해서 보면 검사 두 번째 공소사실 이전에 받았다고 하여 기소하였다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김백준은 피고인으로부터 국정원에 요청하였다는 돈이 왔다는 연락을 받고 대통령 집무실로 가서 돈이 든 캐리어를 받아왔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고 수수 전후의 사정에 대한 박재완, 이시백 등의 진술과 일치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국정원에서 돈이 나온 과정에 대한 증거가 전혀 없고 당시 국정원 직워들은 모두 두 번째 공소사실 부분이 김성우가 국정원장에 임명된 이후 청와대에 처음 국정원 자금을 전달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박재완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다른 출처의 돈이 청와대로 유입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김백준의 이 부분 진술은 다른 자금과 혼동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기억이 맞다고 하더라도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국정원에서 요청한 돈이 왔다고 연락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돈이 국정원에서 왔다고 단정하기에도 부족합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모두 무죄로 판단합니다. 김성우로부터 2억 원을 받았다는 두 번째 공소사실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김성우와 피고인은 모두 이 부분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백준이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김성우 지시로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가 나와서 김백준에게 전달한 경위에 관한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도 매우 구체적이고 일치합니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특활비가 부족하였던 정황에 대한 박재완 등 청와대 직원들의 진술도 일치합니다.

게다가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은 그와 같이 전달한 후 피고인을 독대하여 국정원 자금 사용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을 독대한 사실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진술로도 확인되어 신빙성이 있습니다. 사실관계가 모두 인정됩니다. 세 번째 공소사실의 사실관계에 대해서 보면 피고인은 부인하지만 원세훈도 2억 원가량을 전달한 사실이 있음은 인정하고 있고 김백준은 그 당시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세훈 지시를 받아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가 나와서 김백준에게 전달한 경위에 관한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도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됩니다. 청와대에서 문제된 적이 있다는 주승로 등 청와대 직원들의 진술도 일치합니다. 사실관계가 모두 인정됩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전제하여 두 번째, 세 번째 국정원 자금 수수가 국고손실죄나 뇌물죄에 해당하는지 보겠습니다. 우선 국고손실죄 성립에 관하여 보면 피고인은 법리상 여러 가지 문제도 다투고 있지만 국정원장은 국가재정법 등 관련 법령을 종합적으로 볼 때 회계 관리 직원에 해당한다고 보고 특별 사업비를 그 사업 목적 외로 사용한 것은 국고손실죄에 해당됩니다. 이 부분은 모두 유죄로 판단합니다.

다음으로 뇌물죄에 관하여 보면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직무와 대가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국정원장들이 국정원 자금을 지급하게 된 것은 청와대 사업비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에 따른 것으로 대통령 개인에게 교부한다기보다는 대통령실이라는 기관에 지원한다는 의사로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밖에 국정원장 개인의 특별한 동기가 엿보이지 않습니다.

검사는 촛불집회로 김성우의 입지가, 리비아 사태로 원세훈의 입지가 각 약해진 상태라고 하지만 당시는 김성우가 임명된 직후이고 원세훈의 경우에는 리비아 사태가 크게 생각되지 않았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다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춰보면 뇌물 교부의 계기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밖에 검사가 드는 사정은 지나치게 막연하고 일반적이어서 직무와 관련해서 위 돈들이 수수되었다는 점들을 인정하기에 부족합니다.

따라서 두 번째, 세 번째 뇌물죄는 모두 무죄로 판단합니다. 원세훈으로부터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네 번째 공소사실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이 부분은 뇌물죄로만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원세훈으로부터 10만 달러를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국정원 자금 용도에 맞게 대북관계 업무에 정당하게 사용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앞의 두 번째, 세 번째 사건들과는 다르다고 보여집니다. 국정원장 원세훈이 본래 친분이 있던 대통령 부속실장에게 직접 전화해서 VIP 해외순방 시 달러가 필요할 수 있으니 대통령께 전달해 달라라고 한 후 전달되었고 청와대 관저에서 근무하던 직원을 통하여 관저 내실로 전달되었습니다.

이런 사용 목적에 대한 진술은 국정원 원세훈으로부터 불출 지시를 받은 국정원 직원의 진술로도 확인됩니다. 그 전달 내용이나 과정의 은밀성, 전달 장소, 사용처와 관련된 관련자들의 진술을 고려할 때 청와대 사업관련 자금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개인 자금으로 전달된 것이 분명합니다.

당시 남북 접촉 비용이 필요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명목의 금원을 관련부서가 아닌 피고인이 직접 관저로 수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한편 2011년 2월경 발생한 인도네시아 사태는 국정원 내, 외부에서 심각하게 인식되었고 원세훈도 거취를 불안해 하였으며 실제 경질론이 대두되었다는 것이 국정원 다수 관련자들의 진술입니다.

그리고 실제 언론 보도를 보면 2011년 8월 28일경에는 여당 대표까지 피고인과 면담 자리에서 원세훈의 경질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렇다는 원세훈이 10만 달러를 제공한 시점에는 자신의 국정원장직 유지 등 목적으로 피고인에게 금품을 교부할 동기가 있었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뇌물죄를 인정합니다.

여섯 번째로 공직 임명 대가 등 금품수수 관련 뇌물 등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이 부분은 공소사실 기재와는 순서를 바꾸어서 최근규, 손병문, 이정섭 부분에 대해서 먼저 보겠습니다. 공소사실 요지는 피고인은 대선을 준비하면서 이상득 등과 공모하여 정치자금 수수를 공모하였고 자금 제공자로부터 청탁을 받으면 피고인이 이를 전달받아 대통령 당선 후 그에 관한 권한 내지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공모하였다. 피고인은 이상득 등을 통하여 대선기간 중 청탁을 받고 대보그룹 회장 최등규로부터 5억 원, ABC상사 회장 손병문으로부터 2억 원, 능인선원 운영자 이정섭으로부터 3억 원의 각 뇌물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피고인은 법리적으로 정치자금은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양립할 수 없다라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정치인에게 법에 위반하여 자금을 제공하는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뿐 아니라 뇌물죄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정치인의 정치활동 전반에 대한 지원의 성격이 갖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인 정치인에 특정한 구체적 직무행위와 관련하여 유리한 행위를 기대하고 금품을 제공함으로써 공무원의 직무 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가질 때에만 뇌물성이 인정됩니다.

한편 공무원이 될 자가 뇌물을 받는 사전 수뢰는 단순 수뢰와 달리 청탁을 받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명시적 청탁뿐만 아니라 묵시적 청탁도 가능하지만 묵시적 청탁을 단순 수뢰의 대가 관계처럼 해석하게 된다면 법에서 단순 수뢰죄와 다르게 규정한 취지가 몰각되어 버립니다. 따라서 잘 봐달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탁만으로는 안 되고 특정 현안에 대한 구체적 부탁이 있어야만 하며 상호 간에 부탁을 주고받았다고 하는 교감이 있어야 될 것입니다.

이런 기준으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김백준, 이상주, 이상득, 최시중 등 여러 사람의 진술을 통해 피고인이 이상득 등과 대선자금을 받기로 공모하였다는 점, 그 역할 분담에 따라 최등규는 최시중을 통하여, 손병문은 손정호를 통하여, 이정섭은 이상득 내지 김백준을 통하여 위와 같은 금액을 선거자금 명목으로 지급한 사실이 인정됩니다.

하지만 선거자금은 대표적인 정치자금인데 정치자금 모집을 하기로 한 공모가 곧바로 뇌물을 받기로 한 공모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청탁을 받으면 이를 피고인에게 전달하고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를 들어주기로 공모했다는 점을 인정할 정거는 부족합니다. 따라서 청탁이 있었는지, 피고인에게 전달되었는지는 개별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검사는 최등규의 경우 향후 대통령의 포괄적 직무권한에 기하여 대보그룹의 기조 사업 및 향후 추진할 사업 등과 관련한 제반 편의 제공 및 불이익 방지가 청탁의 내용이라고 하는데 이는 지나치게 막연하고 추상적입니다. 또한 이를 직접 교부받는 역할을 한 김백준도 돈을 받을 즈음에 그런 대화는 없었으며 중개한 최시중과 최등규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모른다는 것입니다.

손병문의 경우를 보면 향후 대통령의 포괄적 직무권한에 기하여 ABC상사 및 주매출처인 GS건설 등의 기존 사업 및 향후 추진할 해외사업과 관련한 제반 편의 제공 또는 불이익 방지가 청탁의 내용이라고 하는데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막연합니다. 그리고 김백준이 피고인에게 보고한 내용도 애국심이 투철하고 골프도 잘 치는 등 여러 가지로 돈을 받아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라는 취지입니다.

이정섭의 경우를 보면 향후 대통령의 포괄적 직무권한에 기한 광범위한 직무상 영향력에 기대어 불교대학원대학교에 대한 각종 인허가를 비롯한 향후 능인선원의 포교사업 및 부대사업과 관련한 제반 편의 제공 또는 불이익 방지가 청탁의 내용이라고 하는데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막연할 뿐 아니라 교육부 인가 등을 구체적 현안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이정섭에게 교육부 인가 등이 시급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현안을 피고인이 인식하였다거나 전달되었다고 볼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합니다.

따라서 모두 청탁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서 최등규, 손병문, 이정섭 관련 사전 수뢰죄는 모두 무죄로 판단합니다. 다음으로 이팔성 부분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이 부분은 앞서와 같은 공모하에 피고인은 이팔성으로부터 국회의원 공천, 또는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의 직위에 선임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7년 1월 24일경부터 2007년 12월 16일경 사이에 합계 19억 원을 받고, 2008년 1월 23일 1230만 원 상당의 양복을 맞춤 받고 2008년 4월 4일 이상득을 통하여 3억 원을 받았다.

이와 같이 정치자금 겸 뇌물을 수수한 후 2008년 6월 27일 이팔성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하였다는 것입니다. 이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연임되게 해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2010년 12월 16일부터 2011년 2월 1일경까지 3억 원의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것도 별도로 기소되었습니다. 인정되는 사실관계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이팔성이 공여한 뇌물 액수와 일시를 기재한 메모가 다수 발견되었고 이상주, 이상득 진술을 종합하면 이팔성으로부터 그와 같이 금전을 수수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팔성이 2008년 1월경부터 2008년 5월경까지 작성한 일기 형식의 비망록이 압수되었는데 그 안에는 이팔성이 피고인에게 직접 인사청탁을 한 내용, 뇌물을 주었는데 자신의 인사가 결정되지 않은 점에 불만을 표시하는 내용 등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메모나 비망록의 신빙성은 매우 높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상주는 2007년경부터 피고인에게 이팔성이 인사청탁을 한다는 점을 전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증거들에 비추어보면 이팔성이 2008년 1월 23일까지 사이에 국회의원이나 주요 금융기관장 등에 임명해 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피고인에게 현금 16억 원 및 1230만 원 상당의 의류를 공여한 사실이 인정됩니다. 2007년 1월 24일 5000만 원 수수 부분은 제외되었는데 이 부분은 후술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아가 청와대 비서관 및 행정관들, 금융위원회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팔성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하도록 지시한 사실도 인정되고 이는 대통령의 직무범위 내의 행위에 속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증거들에 의하면 이팔성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과 관련하여 3억 원을 이상주에게 전달하고 피고인이 이상주를 통해 이를 수수한 사실도 인정됩니다.

무죄 및 면소 부분과 유죄 부분을 분리하는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이 사전 수뢰죄는 공무원이 될 자여야 하는데 공직 취임의 가능성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개연성은 있어야 합니다. 선거직 공무원의 경우 선거와의 시간적 거리나 출마 및 당선 가능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데 처음 5000만 원이 교부된 2007년 1월경은 대선일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았고 피고인이 대선 및 경선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을 공무원이 될 자라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이팔성이 인사청탁을 하였는지 여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2007년 1월 24일 5000만 원 수수 부분은 무죄로 판단합니다. 그리고 이팔성이 2008년 4월 4일 이상득의 비서관을 통해서 이상득에게 3억 원을 공여한 부분을 보면 사실관계는 인정됩니다.

하지만 피고인과 이상득 등이 대선 자금 모집 공모는 대선이 끝나면서 종료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팔성은 위 3억 원은 총선자금 용도로 공여하였다는 취지입니다. 그리고 이상득은 피고인과 별도로 상당한 정치적 세력을 가진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이팔성의 진술을 보면 3억 원을 성동조선에 반환하였다가 이상득으로부터 총선자금 요구를 받고 이를 교부하였다는 취지의 진술도 있어서 계속적 범행에 의한 것인지 인정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이팔성이 이상득에게 교부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달리 피고인이 위 돈을 수령하였다거나 그에 대하여 이상득과 공모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과 뇌물죄 부분을 모두 무죄로 판단합니다.

한편 2008년 1월 23일 양복을 뇌물로 받았다라는 부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뇌물죄에는 해당합니다. 하지만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되는 금품인 정치자금으로 보기는 어려워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부분은 무죄로 판단합니다. 결국 이상득에 대한 3억 원 및 양복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이 무죄로 판단되고 남은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은 공소시효가 도과하였으므로 면소로 판단합니다.

유죄로 판단하는 부분은 현금 16억 원 및 1230만 원 상당의 의류 관련 사전 수뢰 후 부정 처사 부분과 연임관련 3억 수뢰 및 정치자금 수수 부분입니다. 다음으로 김소남 비례대표 공천 관련 수뢰 후 부정처사 및 정치자금 부정 수수 부분입니다.

이 부분 공소 사실의 여지는 피고인은 김소남으로부터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 청탁을 받고 2007년 가을 내지 초겨울 경 2억 원, 2008년 3월 내지 4월경 2억 원을 정치자금 및 뇌물로 받고 김소남을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순위 7번으로 공천되도록 하였다는 것입니다.

김소남, 김백준, 이병모 등의 진술에 의하면 위와 같은 사실이 인정되고 나아가 이방호, 박지원 등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김소남을 비례대표 7번으로 공천되게 한 사실이 인정됩니다. 이는 관례상 사실상 대통령의 직무범위 내의 행위이고 부정한 행위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위 돈은 뇌물임과 동시에 정치자금에 해당하므로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모두 성립합니다. 이 부분은 유죄로 판단합니다. 일곱 번째로 대통령 기록물 유출 부분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보고받은 문서는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하는데 그중 일부는 보고받은 후 폐기하고 일부는 제1부속실 등에 보관하다가 임기 종료 즈음에 선임행정관 등과 공모하여 영포빌딩으로 발송하여 대통령 기록물을 무단 파기, 유출, 은닉하였다는 것입니다.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전체에 대해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반되니 공소기각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을 하였는데 이 부분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에는 공소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기재한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하여야 하고 그밖의 서류 등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이 재판 전에 피고인에 대해 미리 유죄의 예단을 가지게 되는 것을 방지해서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입니다. 다만 공소사실의 범위나 공모관계,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나 경위 등을 명확히 나타내기 위해 적시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라고 볼 수 없고 이의가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증거 조사가 완료되어 법관이 심증을 형성하였다면 더 이상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로 다툴 수 없다고 봅니다.

피고인은 세 차례의 공판준비절차와 8차례의 공판 절차 후 이 주장을 하였는데 그때에는 이미 증거 조사가 공소순서에 따라 차례로 진행되어 차명재산 직권남용 부분 증거조사까지 마무리된 단계였습니다. 거기에다가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다투는 부분이 공소사실의 범위나 공모 관계,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나 경위, 뇌물죄의 청탁과 대가 관계 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미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그 범위나 영향이 미약하고 이미 증거조사가 완료된 부분과 관련성이 큽니다.

그런데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 부분은 이미 증거조사가 완료된 부분과관련성이 희박하고 범죄의 유형과 내용에 비춰볼 때 대통령기록물의 내용은 공소사실과 무관합니다. 그리고 기록물은 별지로 이미 특정되어 있어서 특정을 위해 기재할 필요가 없음에도 공소사실 기재 중 기록물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반 정도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증거능력이 다퉈질 수 있는 증거의 내용이 그대로 인용되어 증거를 첨부한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가지고 있고 그 내용도 법원이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사법부 관련 내용부터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법관에게 여죄에 대한 막연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기재가 있기도 합니다.

검사는 이 부분이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파기, 유출, 은닉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기재라고 주장하지만 그 분량이나 내용, 형식에 비춰볼 때 허용되는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 부분의 공소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돼서 공소를 기각하는 것으로 하고 다른 부분에 대한 공소장 일본주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모두 판단하였고 이하에서는 유죄로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 형을 정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2007년 대통령 선거기간 내내 다스 및 BBK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특검까지 꾸려졌음에도 피고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까닭은결백을 주장하는 피고인을 믿고 피고인이 전문 경영인으로서 보여주었던 역량을 대통령으로서도 잘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한 다수의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피고인은 국민으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위임 받은 대통령으로서 이를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하여야 할 책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판 결과 피고인은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246억 원가량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는 바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는 점 등에서도 죄질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또한 국민의 기대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고 국회의원 공천이나 기관장 임명 청탁을 받고 20억 원가량을 수수한 후 청탁대로 일을 처리하고 삼성으로부터 은밀한 방법으로 60억 원가량을 수수하던 중 이건희를 사면하고 국정원장이던 원세훈으로부터 10만 달러의 뇌물을 수수한 사실도 있습니다. 뇌물죄는 1억 원만 수수하여도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아주 중한 범죄입니다.

그런데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이러한 행위는 대통령 직무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하는 데공직사회 전체의 인사와 직무정책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행위로써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의욕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재임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들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들과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겨주었습니다.

객관적 물증과 신빙성 있는 관련자 진술에도 이 사건 범행 대부분이 상당히 오래전에 발생하였다는 점에 기대어 이를 모두 부인하면서 오히려 피고인을 위해 일했던 측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고 자신은 개입되지 않았는데 모함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책임을 모두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모두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하여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은 불가피합니다.

다만 국고손실로 인하여 취득한 금원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니고 횡령 범행의 피해자는 양형기준상 감경 사유인 1인 회사 내지 가족회사에 해당하는 점, 그리고 선고공판기일에는 출석하지 않았지만 피고인이 재판에 그동안 성실히 임하였다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참작합니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건강 상태 등 이 사건 공판 과정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와 법률에 정해진 법정형과 처단형 그리고 대법원에서 권고하는 양형기준 등을 모두 종합하여 피고인에 대한 구체적인 형량을 정하였고 이에 따라 판결을 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피고인을 징역 15년 및 벌금 130억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3년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으로 82억 7073만 3326만 원을 추징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삼성전자 관련 순번 1 내지 3번 금원에 관한 뇌물의 점, 2008년 3월 하순 내지 2008년 5월경 국정원 자금 수수로 인한 뇌물 및 국고 등 손실의 점, 이팔성 관련 별지3, 범죄일람표 순번10 기재 금원에 관한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인 점, 최등규, 손병문, 이정석 관련 각 뇌물의 점은 각 무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허위 급여 지급 및 에쿠스 승용차 매입으로 인한 각 업무상 횡령의 점은 각 면소.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조세범처벌법 위반의 점,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각 기각한다. 피고인에 대한 위 무죄 및 면소부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7일 이내에 이 법원, 즉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해서 항소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상으로 이명박 피고인에 대한 판결선고를 모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