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관 고려의대 산부인과 교수·대한부인종양학회 보험이사
정부가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 만들기’라는 목표 하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희귀암과 여성암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하니 의사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난소암 환자들은 아직까지 진단과 치료에 있어 재정적 보장에 있어 다른 암종과 동등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난소암은 여성암 중 발생율이 2%로 낮은 희귀암에 속하지만, 진단과 치료가 어려워 사망률은 여성암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흔히 말기로 부르는 3기 이후에 첫 진단을 받는 환자가 70%에 달하며, 진단이 늦은 난소암의 특성상 5년 상대생존율이 64.1%로 유방암 92.3%, 자궁경부암 79.9% 등 다른 여성암의 경우를 크게 밑돈다. 또 항암 화학요법을 받더라도 75% 이상이 재발을 경험하기 때문에 치료 과정도 쉽지 않다.
따라서 난소암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는 재발을 최대한 늦추면서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출시된 난소암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가진 것으로 잘 알려진 BRCA 유전자 변이 난소암을 치료하는 표적항암제는 무진행 생존기간을 현저히 늘려 줄 뿐 아니라, 치료 후 재발까지의 기간을 유의하게 연장시켜 최선의 치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 치료를 받으면서 환자들이 가장 호응하는 부분은 정상적인 수준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항암 화학요법은 손발톱 등 사지 말단이 검게 변하고 작열감과 같은 고통 때문에 잠을 이루기 어려운 증상 등을 동반하는데 이 표적항암제 출시 이후로는 현재 전국에 150여명의 BRCA 난소암 환자들이 경구 복용만으로 질병 진행이나 생활의 어려움 없이 직업 현장으로 복귀하거나, 아내와 엄마로서 가정을 돌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환자 본인 뿐 아니라 주변의 가족이나 친지와의 관계, 가정 경제와 일터까지도 안정되는 사회적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이 표적항암제는 건강보험 급여가 15개월까지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한 투약 중단 사례 발생이 우려된다. 그 동안 건강보험으로 약값의 5%만 부담하며 질병을 잘 관리해 온 환자들이 정해진 기간을 초과한다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약의 허가사항이나 치료 가이드라인은 별도의 투여기간을 정하지 않고 질환이 진행되기 전까지 치료를 지속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 이 약을 급여하고 있는 전 세계 30여 개국 가운데 급여 기한을 제한하고 있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이전에 이미 항암 화학요법을 경험해 본 환자와 가족 모두가 이 치료 방법의 고통스러운 부작용이나 높은 재발율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이들에게 급여 중단은 곧 치료에 대한 희망을 내려놓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암 주치의로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없다고 이야기해야 하는 순간은 늘 어렵다. 그런데 좋은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투약기간 이후부터는 보험 급여가 되지 않으니 본인이 전액을 부담하면서 투약을 지속할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아야 될 넌센스이다.
매일 난소암 투병으로 재발의 두려움을 안고 살고 있는 난소암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라는 또 다른 전쟁터로 내몰 수 없다. 희귀암이자 여성암으로서, 난소암 환자들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다시 한번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심어줄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란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