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대리수술 관련 회원, 동료 아니다”

의사협회, “대리수술 관련 회원, 동료 아니다”

기사승인 2018-10-10 17:24:03

의사들이 의료기기 영업사원이나 간호인력에게 의료윤리에 위배되는 행위나 불법행위를 종용하거나 묵인 또는 방조하는 회원들을 더 이상 동료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강경대응의 뜻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을 비롯해 17개 의학회 및 의사회 대표는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무자격자의 대리(유령)수술 문제에 대한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유령수술 문제로 불거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각 학회와 단체를 대표해 결의문을 낭독하기에 앞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 등 무자격자에게 수술을 맡겨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 사건들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어 환부를 도려내는 단호한 심정으로 무관용 원칙의 엄격한 자정활동을 약속했다.

환자와 국민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범죄행위를 막고, 올바른 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다수의 선량한 동료 의사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의료질서를 어지럽히는 위법·불법 행위를 근절하고, 동료가 아닌 범법자로 이들을 분류해 색출하고 처벌하는데 앞장서겠다는 뜻이다.

실제 최 회장은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을 묵인, 방조하거나 종용하는 회원을 더 이상 우리 동료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의협 산하) 중앙윤리위원회 회부를 통한 무거운 징계를 추진함과 동시에 관련 법규 위반사실에 대해 수사의뢰와 고발조치를 통해 법적처벌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비윤리적, 불법적 의료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규제가 불가능한 현재의 면허관리체계의 한계를 인식하고 의료계 스스로 강도 높은 자정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의사협회에 강력하고 실질적인 징계권한을 부여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의사협회의 권한으로는 비윤리적이거나 위법적인 행위를 한 의사를 산하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해 회원 자격정지나 벌금부과, 보건복지부로의 행정처분 의뢰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그마저도 강제성이 부족하고 법적 근거가 없어 유명무실해지기 일쑤다.

이에 최 회장은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취할 수 있는 권한이 너무 제한적이다. (혐의에 대한)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한다”면서 “무엇보다 같은 전문가입장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사안을 파악할 수 있다. 여타 많은 국가에서처럼 자율징계권을 부여한 독립된 의사면허 관리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리수술과 같은 불법행위를 방지하는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수술실 CCTV 설치의무화’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반대했다. 환자의 인권보호와 최선의 진료를 해야 할 의사의 의무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의료계는 CCTV가 촬영 중일 경우 사망확률이 높은 환자에 대해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하기보다는 의료사고 등으로 고소를 당하지 않기 위해 치료에 소극적일 수 있으며, 만약 의료소송이 제기될 경우 CCTV 자료가 증거자료로 활용돼 의사를 옥죌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방상혁 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수술실은 공간적 특성상 환자의 민감한 신체정보가 드러날 수 있는 공간이자,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생명을 붙들어 매는 긴박한 환경”이라며 “의사가 집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와 감시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지금은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는 긴 시간을 거친 후 징계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의사내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의사협회에 실질적인 자율징계권이 주어질 때, 일련의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며 정부와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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