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욕받이 네이버의 ‘딜레마’

[기자수첩] 욕받이 네이버의 ‘딜레마’

욕받이 네이버의 ‘딜레마’

기사승인 2018-10-12 04:00:00

딜레마. 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네이버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선택해야 할 길은 한 가지다. ‘뉴스 조작’에 다시는 휩쓸리지 않는 것. 그러나 이를 위한 선택들이 죄다 ‘욕받이’라는 상황으로 이어져 험난하기만 하다.

10일 네이버는 예년보다 빨리 ‘NAVER CONNECT 2019’를 열고 모바일 네이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는 올해 초 불거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

네이버는 이번 개편을 통해 첫 화면에 자리하고 있던 모바일 뉴스와 실시간급상승검색어를 뉴스판 및 검색차트판에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첫 화면에는 검색창인 ‘그린윈도우’와 인터랙티브 검색 버튼 ‘그린닷’만 배치되며, 언론사가 직접 배열한 기사 및 개인화된 인공지능 추천 뉴스피드도 제공된다. 인공지능 추천 뉴스피드는 네이버 AI 시스템 ‘AiRS’가 돕는다. 

현재 안드로이드 사용자들 대상의 베타버전으로 공개됐으며, 정식으로 개편된 버전은 이르면 올해 말 서비스를 시작한다.

네이버의 이번 개편은 첫 화면에서 검색창을 제외한 모든 콘텐츠가 사라진 것으로,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우리가 모바일 버전의 메인 화면을 비우기로 한 것은 굉장히 큰 결단을 내리는 정도의 결심”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화면을 왼쪽으로 한번 밀면 뉴스판을 볼 수 있는 만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네이버의 뉴스 편집 알고리즘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뉴스판을 분리하는 것만으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뉴스 댓글 조작을 막을 수 있을까. 문제는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 네이버의 뉴스 댓글 조작에 대한 해결책으로 ‘아웃링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아웃링크는 사용자가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해 기사를 읽게 되는 방식을 뜻한다. 국회에서는 아웃링크가 무조건적인 해결책인 것처럼 주장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현재 네이버가 취하고 있는 ‘인링크’는 이용자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뉴스를 읽을 수 있도록 나왔던 제도였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지난 4월 발표한 1차 뉴스 개편안은 또 어떤가. ▲24시간 동안 하나의 계정으로 클릭할 수 있는 공감‧비공감 수 50개 제한 ▲한 계정으로 동일한 기사에 작성할 수 있는 댓글 수 3개 제한 ▲연속 댓글 작성 시 댓글 작성 간격 10초에서 60초로 확대 ▲공감‧비공감 연속 클릭 시 10초 간격 두기 등의 방안이 제시됐지만 뭇매만 맞았을 뿐이다. 오히려 국민의 의사소통 창구를 막히게 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과거 내놓은 방안들이 모두 완벽한 해결책이 아님은 당연했고, 네이버는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이번 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눈여겨볼 점은 완전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가 또 다시 새로운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경쟁사인 구글과 첫 화면이 유사한 점, 기존 네이버 사용자가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점 등의 지적을 감수하고 개편을 단행했다는 점만큼은 높이 평가해줘도 되지 않을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무조건적인 비판은 비난과 다를 바 없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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