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로그인] 게임을 대하는 국회의 ‘두 얼굴’

[게임 로그인] 게임을 대하는 국회의 ‘두 얼굴’

기사승인 2018-10-13 06:30:00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각 상임위가 게임을 대하는 전혀 다른 자세를 보이며 어색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11일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게임은 질병을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의 주범이었다. 지난 6월 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장애’를 새 질병분류 체계에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게임을 보는 기존의 부정적 견해가 기다렸다는 듯 터져 나왔다.

복지위 소속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아예 학계에서 교수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게임과 질병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모습을 보여줬다.

최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부른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에게 “사행성 중독 문제들을 게임업체들이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 많았다”며 “게임 중독자를 위한 어떤 프로그램을 쓰고 있으며 또 사회공헌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서두에 한국 게임업계의 ‘발전’을 언급하긴 했지만 질의부터 ‘게임 중독자’라는 표현을 당연하게 사용하며 다그치기 시작했다. 아예 도박, 음주, 흡연 등 행위와 게임 이용을 같은 선상에 두고 카지노, 경마, 복권 등 사행산업과 같이 ‘게임중독예방치유부담금’을 부과해야 한고 주장하기도 했다.

질의 중 참고인 교수들에게 관련 설명과 근거를 들게 하며 게임이 중독을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한 최 의원의 공세에 강 회장은 “WHO의 중독코드 지정은 진행형이지 확정이 아니다”고 침착하게 설명했다. 중독보다 ‘과몰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특히 강 회장은 참고인이 게임 중독과 질병이 실재한다는 근거로 제시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등을 포함, 현재 업계가 진행하고 있는 여러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했다. 또 “사행성 지적이 있다고 해서 바로 사행산업과 연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사회공헌 활동을 넓혀나가면서 게임 과몰입 사용자들을 케어하기 위한 고민을 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복지위 국감에서는 이처럼 게임을 도마 위에 올리는 모습이 연출됐지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정 반대 상황이 나타났다.

문체위 소속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겸 블루홀 의장에게 위원회 활동에서 게임 진흥이 잘 안되고 있다는 점을 다그치고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 게임이 인기가 하락하는 상황까지 질타했다. 장 의장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이 좋다 생각하고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산자위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우리나라 게임 산업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게임을 수출해 벌어들인 돈이 4조원이 넘는다”며 “중소벤처기업부는 IT강국 한국에서 가장 적합한 업종을 팽개치고 있다. 이제라도 한국 게임 산업 부흥을 위해 기술개발지원사업, 게임중소기업 글로벌진출지원, 게임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중소개발사를 집중 육성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셧다운제’, ‘4대중독법’이 게임 산업의 어려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전담 업무가 다르다고는 해도 게임 산업 진흥보다는 규제의 논거에 집중하는 복지위 국감과는 극명한 온도차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게임 관련 인사들이 대거 출두하는 올해 국감에서 일부 의원들의 질의는 게임이라는 문화와 산업, 시장을 두고 일관되지 못한 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부족한 이해는 여지없이 특정 일면만을 강조하기 위한 ‘면박주기’로 이어지고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지 못했다.

오는 18일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문체위 국감에 증인으로 설 예정이다. 게임의 사행성 요소에 대한 질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 문제를 짚고 업계에 이에 대한 대응책을 업계 등에 요구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회의 기능이다. 다만 특정 주제를 논하기 위해 문화 콘텐츠이자 산업 아이템인 게임에 대해 부족한 이해도를 드러내는 모습은 반갑지 않다.

과거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 부르며 백해무익한 존재로 치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스마트폰의 보편화가 기존 사회 관계를 파괴한다며 경계하는 모습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는 모두 대상을 이용하는 특정 방식과 일부 부작용을 우려한 것으로 지금은 자연스런 사회 적응 과정을 거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임도 이용하기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활동이자 콘텐츠다. 문화 콘텐츠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적 가치나 아시안게임에 게임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의 시대적 변화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국회를 넘어 우리 사회가 게임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아직 과도기적 수준에 머문다면 실망스런 모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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