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삼성전자 사이에서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과 일자리 창출을 맞교환하는 빅딜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순례 의원(자유한국당)은 16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4개 보건복지부 소관기관 국정감사장에서 지난 8월에 있었던 김동현 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비공개 간담과 이후 정부의 행보를 근거로 은밀한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했다.
김 의원은 “8월 두 사람의 만남 후 부총리가 삼성으로부터 규제개선 건의가 있었고,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뒤 9월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법안이 비쟁점 법안이라는 이유로 상정됐고, 정부의 대대적인 지지 속에서 통과됐다”고 운을 땠다.
이어 “답을 받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인증기업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제네릭으로 이미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로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삼성에피스로 국고지원의 길이 법적으로 열리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일자리를 구걸한 것 아니냐고 국회 양측 모두가 의심한다”고 의혹을 구체화했다.
상식적으로도 대기업의 연구기관인데다 비록 과거 매출대비 R&D 투자비용 비율이 낮아 지원대상에서 선정되지 못했지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난 5년간 41개 기업에게 5300억원이 지원된 혁신형 제약기업에 꼽히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 만큼 이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정부가 요구했고 받아냈을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였다.
결국, 삼성 입장에서는 별달리 R&D 비용을 늘리지 않고도 법안 통과만으로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돼 연평균 25억 이상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특혜를 누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기업의 연구개발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려는 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봤다.
이에 대해 이영찬 보건산업진흥원장은 “선정이 된다고 자동적으로 연구비를 지급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정부지원 수준은 기업 입장에서 마중물 투자정도에 불과하다. 신약개발은 1조원이 들어가며 10~15년 정도 걸리는 사업”이라며 “정부지원만으로 신약개발에 성공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기업들이 받는 지원금액에도 편차가 크다. 어떤 약물을 개발할지 전문적으로 기업의 역량을 심사해 개별적으로 지원한다. 단순히 인증이 됐다고 혜택을 봤다고 볼 수 없다”면서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를 인증제로 바꿔 연구개발을 열심히 하는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김 의원은 이 원장의 답변에 “우려되는 것은 삼성로직스는 큰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라는 점이다. 이들에게는 아주 미미한 순수 마중물일 수 있지만 작은 중소기업에게는 작고 소소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미래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정부가 마중물을 크게 받들어 적극적으로 협조해줘야한다”며 의혹제기의 의도를 설명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