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에 들어서면서 ‘골다공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개 중년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성도 골다공증의 위협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오히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사망률은 남성에게서 더 높게 나타나 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골다공증은 뼈의 밀도가 감소해 뼈가 구멍이 뚫린 듯이 약화되는 질환이다. 학명으로는 ‘뼈엉성증’으로 불린다. 국내 골다공증 환자는 최근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골다공증으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는 90만6000명으로 전년대비 13.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골다공증 진료비는 2008년에 1404억원이었던 것이 2016년에는 1986억 4646만원으로 늘었다. 골다공증뿐 아니라 골다공증성 골절로 인한 장기 요양비나 생산성 손실까지 따질 경우 사회·경제적 부담은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다공증은 자각증세가 없어 흔히 '침묵의 질환'으로 여겨진다. 골밀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골량이 심각하게 줄어들었을 때 작은 충격으로도 심각한 골절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각한 경우 생명을 위협한다. 이러한 골다공증성 골절은 남성에게서 특히 더 위험하다. 70세 이후 대퇴(넓적다리)골절로 1년 내 사망할 확률이 남성은 54%에 달하는 반면 여성은 34%에 그친다. 여성보다는 발생률이 적지만, 남성도 골다공증 예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년 남성에게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주원인은 음주와 흡연으로 꼽힌다. 음주로 인해 알코올이 체내로 흡수되면 간에서 비타민D 합성을 방해해 소변을 통한 칼슘 배출을 촉진하고 골밀도 감소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 담배의 니코틴 성분은 칼슘과 비타민D 대사에 영향을 미쳐 뼈에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골다공증의 발생을 촉진한다.
중년 남성의 갱년기 증후군도 골다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분비량과 테스토스테론으로부터 전환되는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함께 감소하면서 골 소실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 분비가 억제되지 않아 골다공증이 발생한다. 이 밖에도 운동을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장기 복용하거나 전립선암을 앓았던 병력이 있는 경우 특히 골다공증에 노출되기 쉽다.
대한골대사학회에 따르면, ▲65세 이상 여성과 70세 이상 남성 ▲45세 이전에 폐경이 된 경우 ▲부모님이 넘어지거나 작은 충격으로 인해 고관절이 부러진 적이 있는 경우 ▲넘어지거나 작은 충격으로 뼈가 부러진 적이 있는 경우 ▲천식이나 관절염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 약물을 3개월 이상 복용한경우 ▲저체중인 경우 골다공증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는 하루 30분 이상의 운동과, 칼슘과 비타민D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칼슘은 새우, 멸치, 치즈 등에, 비타민D는 연어, 고등어, 청어같은 기름진 생선에 많이 함유돼있다. 술·담배·카페인은 뼈에 좋지 않으므로 되도록 줄이고, 평소에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예방법으로 꼽힌다.
정호연 대한골대사학회 이사장은 “골다공증은 자각증상이 없어 대부분의 환자들이 골절을 당하고 나서야 병원 찾는다, 단순 노화로 생각해 진단받고도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많다”며 “하지만 삶의 질과 생명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골다공증 조기검진과 적극적인 치료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성 골다공증은 여성에 비해 발생빈도가 적지만 골절로 인한 사망률이 여성보다 높으므로 조기발견과 치료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