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하반기 환율보고에서 한국‧일본‧중국‧인도‧독일‧스위스 등 6개국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는 내용이 나왔다. 이후 네이버, 다음 등 대형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환율조작국’이 오르내리며 ‘한국과 중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다. 국내 증시 불안요인이 일부 해소됐다’라는 식의 기사가 쏟아졌다.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떻게 된다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환율조작국은 누가 지정하는 건지, 또 환율조작국의 의미는 무슨 의미인지 알아보자.
환율조작국은 자국 제품의 (수출)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원화가치 하락),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다른 말로 심층분석대상국으로 불린다. 미국은 자국과 교역하는 13개국을 대상으로 매년 4월과 10월 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를 통해 환율조작국을 발표한다.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경우 ▲미국기업 투자시 금융지원 금지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 통한 환율 압박 ▲대미 투자 승인 제약 등을 받게 된다.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에 관심이 두는 이유가 여기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위와 같은 미국의 제재로 일시적 원화 강세 등이 진행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던 1988년부터 1990년을 전후로 원화가치는 급격하게 올라갔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초과) ▲환율시장 한 방향 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3가지에 해당할때 결정된다. 당시 미 재부무는 대미무역 흑자와 경상흑자 등을 이유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던 것.
1987년 연중 평균 원‧달러 792.30원하던 환율이 1989년 679.60원으로 하락했다. 원화가치가 2년새 14% 가량 상승한 것이다. 원화 강세는 통상 수출 가격졍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경상흑자 축소로 나타난다. 1988년 141억달러였던 경상흑자는 1990년 2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에 한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제외한 대미 무역흑자, 경상수지 흑자 2개에 해당돼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2016년 4월 처음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뒤 6차례 연속 관찰대상국을 유지한 것.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 4월 보고서 당시 229억달러보다 감소한 210억달러로 집계됐다. 서비스수지 적자 140억달러까지 포함하면 흑자는 70억달러 수준이다. 경상수지 흑자 역시 4월(GDP대비 5.1%)보다 감소한 4.6%를 기록했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와 비중이 과다한 국가의 경우는 요건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 규모‧비중 과다 이유로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높게 거론됐다. 지난 6월 기준 중국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는 4개 분기 동안 39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 6월 중순부터 달러 대비 7% 이상 떨어졌다.
하지만 미 재무부는 이번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위안화 약세를 비난하면서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외환시장 직접 개입 여부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미 재무부는 “지난 6월 위안화 약세를 포함해 올해 중국의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제한적인 것으로 추정한다. 인민은행의 액면 외환거래 개입이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중립적이라고 추정한다”고 밝혔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