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고의가 아닌 오진으로 환자가 사망했다면 의사에겐 어떤 처벌을 내려야할까. 살해할 의도가 없었던 만큼 민사적 손해배상으로 보상을 했기에 형사적 처벌은 과하다는 의사들과 의사라고 살인에 대한 특권이나 자격을 준 것은 아니라는 환자가 정면으로 충돌한다.
7일 오전 10시,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연)는 의료사고 피해자 및 유족 10여명과 함께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회관 앞에서 ‘진료거부권 도입과 과실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를 요구하는 의사협회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가 맞불을 놓겠다고 선언했다. 의협은 환연이 규탄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발표하자 몇 시간 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같은 시간 의협 용산임시회관 7층 대회의실에서 비판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알려왔다.
두 단체의 충돌은 지난달 24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형사법원 단독1심(판사 선의종)이 3명의 의사에게 1년에서 1년 6개월의 금고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에 처한 사실이 알려진 후 의협이 진료거부권과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법원은 2013년 5월 27일 성남 A병원에 복통을 호소하며 내원해 변비로 진단받고 관장 후 귀가했던 C군(당시 8세)이 6월 9일 분당 B병원에서 ‘횡경막 탈장 및 혈흉’으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한 것과 관련해 A병원 소속의사 3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확정했다.
법원은 “C군이 5월 27일 새벽 응급실에 내원해 검사받은 결과를 확인했으면서도 소아과 과장인 D가 이상소견을 인지하지 못해 추가검사를 시행하지 않았고, 흉부 X-레이 상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있다는 같은 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보고 역시 확인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X-레이 영상 이상소견은 명백했으며 필름에서 보일 정도로 형성된 원인 불명의 흉수라면 심각한 질병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소견일 수 있으므로 호흡기 증세의 존재여부와 상관없이 적극적인 원인 규명이 시작됐어야 했다”며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한 응급의학과 의사 E와 가정의학과 전공의 F에 대해서도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 같은 판결 소식을 접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5일부터 법원의 판단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에서 최대집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의 삭발시위, 26일 대법원 앞 1인 시위, 28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 등을 연일 이어왔다. 심지어 오는 11일에는 의사구속사태를 규탄하는 내용의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의협은 “실수할 수 있는 불완전한 인간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실수 없이 치료하는 신이 되라고 강요하는 현실, 죽음을 정면으로 대하는 의료의 특수성을 외면하는 판결 앞에 의료계는 절망하고 있다”면서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와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조항를 담은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을 요구했다.
한편, 환연은 내일 “대한의사협회의 도를 넘는 비상식적 주장에 더는 인내할 수 없어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들, 환자단체 대표가 거리에 나오기로 결의했다”며 “의사면허를 살인면허, 특권면허로 변질시키는 대한의사협회의 만행을 규탄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