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황소’(감독 김민호)는 포스터 한 장으로 모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영화다. 마동석의 강렬한 시선과 남다른 주먹, ‘느낌 오지? 잘못 건드린 거’라는 직관적인 문구를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옮겨 놨다.

영화는 관객이 극장에 입장하기 전 상상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흘러간다. 과거 거친 세계에 몸담았던 동철(마동석)은 아내 지수(송지효)를 만나, 평범하고 건실한 삶을 산다. 하지만 우연히 일어난 접촉사고를 계기로 지수가 납치되고, 납치범이 지수의 몸값을 보내자 동철은 돌변한다. 무력한 경찰 대신 직접 지수를 찾아 나서기로 한 것.

동철은 절친한 춘식(박지환), 흥신소 곰사장(김민재)과 함께 지수를 납치한 일당을 쫓으며, 사건이 인신매매를 일삼는 조직과 연관돼 있음을 알아낸다. 이 과정에서 동철은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산산조각낸다. 거침없이 주먹을 휘두르고 상대를 내던진다.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마동석표 액션이다. 마동석은 ‘부산행’ ‘범죄의도시’ ‘신과함께’ 등 전작에서 호흡을 맞췄던 허명행 무술감독과 힘을 합쳐,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액션 장면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순한 양처럼 살던 마동석이 ‘성난황소’로 변신해 적을 제압하는 장면에선 통쾌함이 느껴진다. 적이 아무리 강해 보여도, 수가 많아도 걱정은 없다. 문과 벽은 바스러지고 악당은 쓰러지다 못해 날아간다. 자신보다 큰 적을 들어 천장을 뚫어버리는 액션은 과감하고 독특하다.

박지환, 김민재가 연기한 춘식과 곰사장 콤비는 웃음을 담당한다. 두 사람은 능청스럽게 대사를 주고받으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해 ‘성난황소’가 오락영화임을 명확히 한다.

액션은 통쾌하고, 웃음도 있다. ‘성난황소’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 선로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익숙함은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포스터를 보고 예상한 이야기와 장면을 기대한 관객에겐 장점으로 작용하겠지만, 조금이라도 새로운 부분을 기대했던 관객은 기시감만 느끼다가 극장을 나설 수 있다.

극 중 ‘최종 보스’인 기태가 지수를 납치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태가 타인의 고통을 보며 즐거워하고, 물질적인 이익을 맹목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여성을 납치해 팔아넘긴다는 설정은 김성오의 열연과 장황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오는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