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 소유주와 동일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이 제시한 근거의 상당 부분은 네티즌의 주장과 일치했다.
경찰은 19일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가 트위터를 이용, 허위사실 등을 유포했다고 본 것이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 등을 받아 수집한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김씨가 혜경궁 김씨 계정의 소유주라고 봤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지난 6·13지방선거 무렵 여당 내 경기도지사 경선을 앞두고 발생했다. 트위터 계정주 '정의를 위하여(@08__hkkim)'는 지난 2014년부터 노무현·문재인 등 전현직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방했다. 또한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지사의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 경쟁자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해당 계정주가 이 지사의 아내가 아니냐"며 해당 계정에 혜경궁 김씨라는 별칭을 붙이고, 자료를 모아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계정 소유주와 김씨 간의 공통분모가 많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부 네티즌이 해당 계정으로 아이디·비밀번호 찾기를 시도한 결과, 김씨와 해당 계정 소유주 모두 휴대전화 번호 끝자리가 '44'로 끝난다. 해당 계정주가 트위터 프로필에 자신을 '성남 분당 거주하는 여성', '아들을 군대 보낸', 'S대 출신 음악 전공' 등으로 소개한 것도 김씨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이 지사는 자신의 아내가 트위터 계정주라는 의혹에 대해 "아내는 카카오스토리를 잠시 했던 것 외에 SNS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의 반박에 대해 네티즌들은 이 지사가 과거에 직접 "아내가 SNS를 한다"고 밝힌 육성 자료들을 찾아 공개했다. 이 지사와 그의 형 고(故) 이재선씨의 통화 녹취 파일이 대표적이다. 해당 녹취 파일에서 이씨가 "(이 지사를 향해)남의 이름으로, 여자 이름으로 댓글 쓰더라 너"라고 하자 이 지사는 "집사람이 쓰고 있다"고 대응했다. 또 이 지사는 지난 2016년 2월 서울 강연 당시 "집사람도 (SNS 대응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네티즌들은 김씨가 카카오스토리 외에 SNS를 하고 있다는 증거도 찾아냈다. 김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 제시했으며, 김씨의 카카오 스토리 계정에서 김씨가 트위터를 한다는 증거도 제시했다. 김씨의 스마트폰 화면 캡쳐 사진에 트위터 사용자에게 뜨는 알림 아이콘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와 부인은 동일 인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지사는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경찰은 이미 목표를 정하고 수사했다. 수사 내용을 보면 네티즌 수사대보다도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