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서 학원 운영하는 꼴” 사립유치원 ‘누리과정’ 운영 비리도 심각

“초등학교서 학원 운영하는 꼴” 사립유치원 ‘누리과정’ 운영 비리도 심각

기사승인 2018-11-22 13:52:28

사립유치원이 ‘교육기관’이라는 본래 목적에 맞지 않게 학원처럼 운영돼 논란이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경기·인천 3개 교육청 관내 사립유치원 불법적 교육과정 운영 비리 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단체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인천 내 일부 사립유치원은 교육부의 유치원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의 편성 및 운영지침을 위반했다. 유치원 방과 후 과정 특성화프로그램은 반드시 정규 교육 시간 이후에만 운영돼야 한다. 또한 유아 1인당 1개, 1시간 이내에 운영돼야 하며 학부모의 신청이 있어야 한다. 

실상은 달랐다. 정규 교육 시간 내에 영어 교육 등 방과 후 과정을 운영한 사립유치원은 서울 3곳, 경기 26곳, 인천 7곳이다. 유아 1인당 1일 2개 이상 방과 후 과정을 운영하는 사립유치원도 다수였다. 

가장 큰 문제는 방과 후 활동이 사립유치원 설립자 및 원장 일가의 수익으로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유치원 등 사립학교 교원은 국·공립학교의 교원처럼 영리 업무에 종사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경기교육청 감사에서 사립유치원 설립자 및 원장이 학원을 겸업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법망을 피하고자 가족의 이름으로 학원을 운영, 유치원의 방과 후 과정 및 체험활동을 위탁하는 사례도 있었다. 경기 성남의 한 유치원은 설립자 겸 원장이 같은 건물 내에 외국어학원과 보습학원, 음악·미술학원을 운영, 이를 유치원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경기 수원의 한 유치원은 설립자의 아들이 운영하는 영어학원에 원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영어교육을 위탁, 실시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초·중·고 사립학교 법인이 학원을 겸업하며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을 학원으로 이동시켜 사교육을 받게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사립유치원에서는 이같은 일이 이어져 왔다.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유아의 정상적 성장 발달을 침해하는 프로그램을 마구잡이로 운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초·중·고 사립학교와 달리 사립유치원의 교육과정·운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 교육청의 유치원에 대한 감시·감독은 매우 허술하다. 경기교육청은 유치원의 학원 겸업 사례에 대해 경고, 감봉 등의 경징계 조치만 내렸다. 인천교육청과 서울교육청은 감사에서 사립유치원과 학원의 겸업 사례를 단 한 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유치원 감사 점검표는 각 시·도교육청마다 다르게 운용되고 있다. 통일된 기준이 없어 분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법인으로 운영되는 초·중·고 사립학교와 달리 사립유치원은 설립자 개인의 소유로 취급된다. 지난 1981년 전두환 정권 시절 유치원 취학률을 높이기 위해 ‘자본’만 있으면 유치원 설립을 인가했다. 지난해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중 87%는 법인이 아닌 개인 유치원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등은 “사립유치원은 개인의 자산을 동원한 사유재산”이라며 정부의 관리·감독에 거부감을 표했다.

전문가는 사립유치원의 부실한 운영과 비리를 타파할 해법으로 법인화와 회계 투명성의 제고를 꼽았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사립유치원은 학원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학원 등 방과 후 활동을 통해 돈을 걷어가는 것”이라며 “유치원을 개인 운영이 아니라 법인화해야 한다. 이후 회계를 투명하게 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명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사립유치원 비리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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