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에서도 비교적 낙후지역으로 평가받던 은평구 일대가 최근 재건축·재개발사업을 통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화려한 변신 중에 있다. 이중 응암1구역을 재개발한 ‘힐스테이트 녹번역’에 대한 지역 주민 및 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앞서 이미 착공에 들어갔거나 입주가 진행 중인 아파트 단지들을 중심으로 주변 시세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힐스테이트녹번역도 선배 아파트 단지들과 함께 개발 호재를 등에 업고 성공적 분양 마감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은평구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
현대건설이 30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8번지(응암1구역 재개발) 일원에 힐스테이트 녹번역 견본주택 문을 열고 본격적인 분양을 시작했다. 힐스테이트 녹번역은 지하4층~22층, 11개동, 총 879세대 규모다. 이중 조합원분과 임대물량을 제외한 전용면적 41~84㎡, 336세대를 일반분양한다.
힐스테이트녹번역은 녹번역 일대 들어서는 4번째 주자다. 지난 2015년 래미안베라힐즈(녹번1-2구역)를 시작으로 이듬해 힐스테이트녹번(녹번1-1구역)이 공급됐다. 지난해 10월엔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응암2구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녹번역 일대 아파트값이 꿈틀대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올해 10월15일 기준)에 따르면 힐스테이트녹번 전용면적 84㎡는 1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2016년2월 분양 당시 5억2000만원에서 약 2년 만에 4억8000만원가량 뛴 것. 12월 입주를 앞둔 래미안베라힐즈의 경우 2015년12월 분양가 5억1700만원에서 현재 9억원 매물이 올라와 있다. 또 녹번e편한세상캐슬의 경우 2017년10월 분양가 5억8000만원에서 현재 7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이번 힐스테이트녹번역 분양가는 3.3㎡당 약 1995만원으로 책정됐다. 주력 평형인 전용면적 84㎡는 5억9030만∼7억1370만원이다. 주변 시세에 비해 2억원 가량 저렴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분양홍보대행사 송정윤 상무는 “그동안 은평구 일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부분이 있다”며 “교통, 학군, 생활 인프라 측면에서 부족하지 않고, 또 1군 브랜드 단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서고 있는 만큼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수요자들의 얘기를 들어본 결과, 분양가에 대한 불만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 시세에 대해 놀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현재 은평구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1637만원, 은평구 응암동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1640만원이다.
견본주택 현장에서 만난 수요자는 “은평구가 그동안 낙후되기도 했고, 심리적으로 서울 도심에서 멀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저평가 받은 건 맞다”면서도 “평균매매가가 다소 비싸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비싼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수요자는 “여기 일대가 그렇게나 뛰었냐”며 “오른 아파트값을 기준으로 본다면 비싼 축은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힐스테이트 녹번역, 은평구 집값 상승 견인할까
실제로 힐스테이트녹번역은 역세권, 생활인프라 등 다양한 호재로 둘러쌓여 있다.
우선 힐스테이트 녹번역이 들어서는 응암1구역은 서울 도심 출퇴근에 최적화된 교통 환경이다. 단지 바로 앞 3호선 녹번역을 이용해 종로3가까지 10분대, 강남권 업무지구로는 30분대로 이동할 수 있다. 또 통일로와 내부순환로 등을 이용해 광화문과 종로 등 주요 도심 이동도 편리하다.
인근에서 만난 택시운전 기사는 “녹번역에서 서울 도심까지 30분 정도면 충분하다”며 “출근 시간 때 강남 쪽으로 가면 길이 엄청 막히기 때문에, 이 근방으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편의시설도 뛰어나다. 인근에 위치한 이마트 은평점, NC백화점뿐 아니라 롯데몰 은평점, 스타필드 고양점 등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은평구청, 은평문화예술회관, 은평병원 및 내년 5월 완공 예정인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등도 가깝다. 북한산을 지고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분양홍보대행사 송 상무는 “인근에 상업시설이 많이 몰려있기 때문에 생활 인프라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며 “일산 스타필드 고양점과 같은 경우도 여기서 차로 20~30분 가량 가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지 남측으로 백련산과 맞닿아 있어 등산로와 공원이 연결돼 있고, 단지 동측으로는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생태연결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예전에 북한산 푸르지오만 있을 때는 가격 상승이 거의 없었다”며 “그러나 최근 브랜드단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몰리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근방 빌라만 해도 몇 년 새 값이 상당부분 올랐다”고 덧붙였다.
또 단지 내 어린이집이 조성될 예정이며 단지 바로 앞에 있는 은평초등학교를 비롯해 영락중, 충암고 등도 생활권 내에 자리한다. 다만 도보로 이용 가능한 초등학교를 제외한 중고등학교는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지역 주민 및 수요자들의 얘기를 들어본 결과, 이들은 다소 작게 느껴지는 방과 바로 앞에 위치한 도로로 인한 소음을 우려했다. 한 수요자는 “견본주택에 마련된 두 개 평형대를 둘러봤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다소 작게 느껴졌다”며 “천장이 다른 아파트(2.3m)와는 다르게 2.35m로 만든 이유가 넓게 느껴지게 하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수요자는 “요새 발코니 확장을 당연시 하게끔 만드는 추세여서 그런지, 이곳도 사게 된다면 무조건 해야만 할 것 같다”며 “그럴 경우 분양가가 높아지지 않냐”고 아쉬움을 전했다. 또 다른 수요자는 “단지 내 어디 집에 사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도로변에 위치한 집의 경우 도로와 거리 차이가 얼마 안날 거 같아 다소 시끄러울 수도 있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힐스테이트 녹번역의 청약 일정은 내달 3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4일 1순위(해당), 5일 1순위(기타), 6일 2순위 청약을 받는다. 당첨자는 12일에 발표하며, 정당계약은 26일~28일 3일간 진행된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