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생크림으로 범벅이 됐다. 빵에 고루 펴 발라야 하는 생크림은 작은 힘에도 깃털처럼 뭉그러졌다.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케이크는 마치 떡 반죽처럼 변해갔다. 케이크의 높이와 중심을 일정히 맞추는 것도 남다른 눈썰미가 필요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수동 신세계푸드 종합식품연구소인 ‘올반랩’. 이곳에 모인 기자 20명은 신세계푸드 ’베이킹 클래스’에 참석해 홈메이드 케이크 만들기에 도전했다. 다들 난생처음 만져보는 조리 기구를 이용해 생크림과 씨름하며 어수룩한 솜씨로 케이크 만들기에 공을 들였다.
'내가 만드는 건데 뭐 어떠랴, 홈메이드가 그런 재미 아닌가' 요리에 전혀 흥미가 없던 기자는 일생에 전혀 해보지 않을 것 같았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그렇게 만들어갔다. 유쾌하면서도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일이었다.
“일단 빵에 시럽을 발라주세요, 이후 생크림을 발라서 곱게 편 다음 딸기를 올리면 1층이 완성됩니다. 그 위에 다시 빵을 올려 시럽을 바른 후 딸기를 올리고 생크림을 발라줍니다. 이후 생크림을 케이크의 겉과 위아래 고루 발라주고 딸기와 블루베리,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주면 완성이에요”
김창은 신세계푸드 베이커리 팀장이 시범을 보이며 손수 케이크 만들기를 설명했다. 스페튜라를 다루는 그의 손끝에서 장인의 솜씨가 느껴졌다. 생크림은 작은 틈 하나 없이 새하얀 눈이 온 것처럼 갈색 빵을 감쌌다.
스페튜라는 생크림을 발라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도구다. 김창은 팀장은 “골프도 기술이 중요한데, 케이크 만들기도 기술이 중요하다”며 스페튜라 쥐는 법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빵, 생크림, 과일, 장식 들이 이미 준비되어 있어 만드는 일은 생각만큼 까다롭지 않았다. 준비된 재료를 조립만 하면 되니 간편했다. 취향에 따라 생크림과 과일의 양을 조절해가면서 만들면 됐다.
스페튜라가 손에 익으면 케이크도 뚝딱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기자는 아직 사용이 서툴러 예쁜 모양의 케이크가 나오진 않았지만, 베이커리에서 팔아도 될 법한 개성 있는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완성됐다. 김창은 팀장은 ”홈메이드에 정답은 없으며 각자 스타일에 따라 케이크을 만들고 꾸미면 된다“며 기자들을 다독였다.
케이크를 장식하는 마지막이 어려우면서도 가장 재밌는 과정이었다. 이날 참여한 20명 모두 같은 재료를 사용해 만들었지만 각기 다른 디자인의 케이크가 완성됐다. 어떤 이는 딸기로 숲을 만들기도, 또 어떤 이는 위에 하트 모양을 그렸다. 서로의 케이크를 비교하며 사진을 찍는 재미도 있었다.
직접 만든 케이크를 보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일단 내가 만들어서 좋고, 먹어보니 달콤한 맛에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만든 케이크를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두 배로 행복해졌다. 이게 홈메이드의 매력인가 싶었다.
이처럼 홈메이드는 대한민국의 트랜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백화점, 문화센터, 동아리서도 ‘홈 메이드’ 관련 강좌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강좌가 아니더라도 집에서 간단한 요리 과정을 거쳐 해먹을 수 있는 홈 메이드 관련 상품도 인기를 끄는 추세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를 구매하는 것보다 소중한 사람과 직접 만들며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법 하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