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결혼식이 열리고 있던 경남 창원의 결혼식장에는 축하해주기 위해 이곳을 찾은 많은 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하객들 중에는 부산에서 온 A(60)씨와 B(64)씨도 있었다.
정작 이들은 이 결혼식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었고, 결혼식을 치르는 사람들과는 일면식도 없었다.
사실 이들은 하객으로 속이고 답례금을 받아 챙길 목적으로 온 불청객이었다.
결혼식 답례금은 결혼식장에 직접 찾아오지 못한 하객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거나 식장에 왔지만 밥을 먹지 않고 돌아가는 하객들에게 주는 경남권 결혼식 풍속이다.
통상 1만원의 현금이 들어 있다.
A씨 등은 결혼식날에는 많은 하객들로 붐벼 정신이 없는 틈에다 결혼식을 치르는 이들과 어떤 관계인지 묻기 부담스러운 점을 노리고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빈 축의금 봉투도 주지 않고 답례금을 요구했다.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 온데다 다른 하객들을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던 관계자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이들의 요구를 들어줬다.
이 같은 수법으로 A씨와 B씨는 여러 차례 답례금만 받아 챙기다가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C(55)씨와 D(63)씨도 같은 수법으로 예식장을 돌아다니면서 답례금만 받아 챙기다 꼬리가 밟혔다.
이들은 많게는 하루에만 300만원가량의 답례금을 챙기기도 했다.
경찰은 A씨 등 4명 검거 후 경남 전역 90개 결혼식장에 형사 257명이 잠복근무 시키는 등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돌입했다.
이 결과 지난 1일과 2일 주말에 치른 결혼식장에서 6명이 답례금만 받아 챙긴 혐의로 현장에서 붙잡혔다.
6명 외에 E(70)씨는 결혼식장의 정신없는 틈을 타 100만원 수표가 들어 있던 축의금 봉투를 훔친 혐의도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은 사기 혐의로 A씨, B씨, C씨, D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뒤에 붙잡힌 6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마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는 이들의 윗선이 있는지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며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면 경찰에 즉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