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조절 실패에다 치열한 눈치작전 불러올 듯
수능시험 27년 역사상 처음으로 ‘괴물 수능’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한 2019학년도 수능시험 채점 결과가 12월 4일 발표됐다.
국어 영역 31번 문항은 유례없이 출제 경향으로 타당성에 대한 찬반 논의와 함께 수능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수험생의 기대와 달랐던 부분에 대해서 유감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2019학년도 수능시험은 국어 영역 31번의 난이도에서뿐만 아니라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되는 과목이 적지 않았다는 점과 수학 영역과 사회/과학탐구 영역의 1등급 비율이 5%대 이상이었다는 점에서도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시험이었다라고 볼 수밖에 있다.
왜냐하면 상대평가제에서 1등급 비율은 4%대이어야 하는데, 수학 영역의 경우 가형은 6.33%(1만675명), 나형은 5.98%(2만368명)로 5%대를 상회했고, 사회/과학탐구 영역의 경우도 생명과학Ⅰ과 생명과학Ⅱ를 제외하고는 모두 5%대 이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즉, 사회탐구 영역이 경우 사회문화 10.17%(1만5240명), 세계지리 8.94%(3686명), 동아시아사 8.80%(2247명), 윤리와사상 9.89%(3306명), 생활과윤리 8.05%(1만3131명), 법과정치 7.27%(1958명), 경제 6.13%(334명), 세계사 6.10%(1141명), 한국지리 5.68%(3828명)이었다. 과학탐구 영역의 경우도 화학Ⅰ 6.63%(5774명), 물리Ⅱ 6.32%(185명), 지구과학Ⅰ 5.93%(9779명), 지구과학Ⅱ 5.70%(461명), 물리Ⅰ 5.52%(3210명), 화학Ⅱ 5.14%(162명)이었다.
수학과 사회/과학탐구 영역의 1등급에 해당하는 인원이 크게 늘어난 만큼 수능시험 위주로 선발하는 2019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중·상위권의 수험생들의 눈치작전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절대평가제인 영어와 한국사 영역이 2018학년도 수능시험과 엇갈리는 널뛰기 난이도를 보였다. 영어 영역의 경우 2018학년도 수능시험에서 10.03%(5만2983명)이었던 1등급 비율이 5.30%(2만7942명)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한국사 영역은 2018학년도 수능시험에서 12.84%(6만8207명)이었던 1등급 비율이 36.52%(19만3648명)으로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와 같은 널뛰기 식 영어와 한국사 영역의 1등급 비율 변화 역시 2019학년도 수능시험이 난이도 조정에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된다.
상대평가제 영역의 1등급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절대평가제 영역의 1등급 비율이 널뛰기를 함에 따라 2019학년도 정시 모집은 지원 전략을 세우기가 여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과년도 입시결과를 그대로 참조하여 지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에 2019학년도 정시 모집에 지원하고자 하는 수험생들은 자신의 영역별 성적과 지원 희망 대학의 수능시험 영역별 반영 비율 등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유ㆍ불리는 물론, 그에 맞춘 세심한 소신 지원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한편, 역대 가장 어렵게 출제되었다는 국어 영역의 경우 1등급 비율은 4.68%(2만4723명)이었고, 과학탐구 영역의 생명과학Ⅰ과 생명과학Ⅱ는 각각 4.98%(7520명과 423명)으로 간신히 4%대를 유지했다.
또한 2019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선발하게 될 모집 정원이 82,590명(한국대학교육평가원 발표 시행계획 기준)명으로 2018학년도에 90,564명을 선발했던 것보다 7,974명 줄어든 것과 2019학년도 정시 모집 입학원서 접수를 대부분의 대학들이 점수 마지막 날인 1월 3일에 마감한다는 것도 치열한 눈치작전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커넥츠스카이에듀 유성룡 진학연구소장은 “이럴 때일수록 더 중요해지는 것은 소신 지원이다. ‘수능시험 몇 점이면 지원 가능하대’라는 것만 믿고 지원 대학을 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수능시험 영역별 점수와 희망 대학의 수능시험 반영 영역과 영역별 반영 비율 등을 꼼꼼히 비교해 보고, 또 비교해 보면서 그에 맞춘 지원 계획을 세우는 데 노력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수학 나형 응시자 증가로 인문계와 교차 지원 자연계 지원 경쟁률 다소 상승할 듯
2019학년도 수능시험에는 졸업생 13만310명을 포함한 53만220명이 응시했다. 이는 9월 수능시험 응시원서를 접수한 59만4924명 가운데 6만4704명이 응시를 포기한 것이지만, 9월 모평에 51만3896명이 응시했던 것보다는 다소 증가한 것이 된다. 한편, 2018학년도 수능시험에서 53만1327명이 응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1107명이 감소했다.
영역별 응시자수는 9월 모평에서 영어 영역이 국어 영역보다 많이 응시했던 것과 다르게 한국사 > 국어 > 영어 > 수학 > 사회탐구 > 과학탐구 영역 순으로 많이 응시했다. 응시자 비율로 보면 전체 응시자 기준으로 한국사 100%(53만220명), 국어 99.7%(52만8595명), 영어 99.4%(52만7025명), 수학 96.0%(가형 16만8512명, 나형 34만733명), 사회탐구 50.2%(26만6301명), 과학탐구 45.7%(24만2128명), 직업탐구 1.0%(5292명)이었고, 제2외국어/한문은 12.6%(6만6842명)이었다.
선택 과목을 두고 있는 사회탐구 영역의 응시자수는 9월 모평과 동일하게 생활과윤리가 16만3120명로 가장 많이 응시했고, 이어 사회문화 14만9904명, 한국지리 6만7373명, 세계지리 4만1252명, 윤리와사상 3만3476명, 법과정치 2만6946명, 동아시아사 2만5522명, 세계사 1만8720명, 경제 5452명 순으로 응시했다.
과학탐구 영역은 9월 모평에서는 화학Ⅱ가 가장 적은 인원이 응시했던 것이 물리Ⅱ로 바뀐 것을 외하고는 9월 모평과 동일하게 지구과학Ⅰ 16만4899명으로 가장 많이 응시했고, 이어 생명과학Ⅰ 15만1137명, 화학Ⅰ 8만7122명, 물리Ⅰ 5만8151명, 생명과학Ⅱ 8493명, 지구과학Ⅱ 8083명, 화학Ⅱ 3153명, 물리Ⅱ 2925명 순으로 응시했다. 이러한 사회/과학탐구 영역의 과목별 응시자수는 일부 과목에 한해서 약간의 순위 변동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지금껏 실시된 모의평가나 학력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역별 응시자 비율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수학 영역으로 인문계 수험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나형 응시자 비율이 2018학년도 수능시험보다 늘어났다는 점 때문이다. 2018학년도에 63.2%(33만5983명)이었던 응시자 비율이 64.3%(34만733명)으로 1.1%포인트 증가해 2019학년도 정시 모집에서는 인문계 모집단위에서 뿐만 아니라 수학 나형 응시자의 교차 지원을 허용하는 자연계 모집단위에서도 지원 경쟁률이 예년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표준점수 최고점 국어 150점으로 가장 높고, 이어 수학 나형 139점, 가형 133점
국어와 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영역이 150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수학 나형 139점, 수학 가형 133점으로 최고점 간의 점수 차가 무려 17점이나 났다. 이는 2018학년도 수능시험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수학 나형 135점, 국어 134점, 수학 가형 130점이었던 비교하면 최고점 간의 점수 차가 매우 큰 것으로 국어 영역이 그만큼 어렵게 출제되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등급 구분 표준점수는 최고점 순위와 동일하게 국어 132점, 수학 나형 130점, 가형 126점 순이었다. 그리고 1등급과 2등급 구분 표준점수 차는 국어 영역이 7점으로 가장 컸고, 수학 영역 가형과 나형은 각각 3점으로 같았다. 이러한 최고점과 1, 2등급 구분 점수 차를 고려할 때 2019학년도 정시 모집에서는 인문계 모집단위뿐만 아니라 자연계 모집단위에서도 국어 영역의 변별력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9개 과목 중 6개 과목(생활과윤리·윤리와사상·한국지리·세계지리·동아시아사·세계사)이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되는 사회탐구 영역에서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한 문제를 틀린다고 2등급이 되지 않은 경제가 69점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법과정치 67점, 세계사 66점, 한국지리·동아시아사·사회문화 65점, 윤리와사상 64점, 생활과윤리·세계지리 63점 순으로 최고점 간의 점수 차는 6점으로 나타났다.
1등급 구분 표준점수에서도 경제가 67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세계사 66점, 한국지리·동아시아사·법과정치 65점, 윤리와사상 64점, 생활과윤리·세계지리·사회문화 63점으로 최고점의 과목 순위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1등급과 2등급 구분 표준점수 차는 생활과윤리·세계지리·법과정치·사회문화는 1점이었고, 나머지 과목들은 2점의 점수 차를 보였다.
과학탐구 영역에서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생명과학Ⅰ이 72점으로 높았고, 그 다음으로 생명과학Ⅱ 70점, 지구과학Ⅰ 69점, 화학Ⅱ·지구과학Ⅱ 68점, 화학Ⅰ 67점, 물리Ⅰ·물리Ⅱ 66점 순으로 최고점 간의 점수 차가 사회탐구 영역과 마찬가지로 6점으로 나타났다. 1등급 구분 표준점수는 생명과학Ⅰ이 67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물리Ⅰ·물리Ⅱ·생명과학Ⅱ 66점, 지구과학Ⅰ·지구과학Ⅱ 65점, 화학Ⅰ 순으로 최고점 순위와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1등급과 2등급 구분 표준점수는 생명과학Ⅰ·화학Ⅱ·지구과학Ⅱ는 3점이었고, 나머지 과목들은 2점으로 사회탐구 영역보다 조금 넓은 점수 차를 보였다.
직업탐구 영역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은 농업기초기술이 75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생활서비스산업의이해 74점, 상업경제·해양의이해·회계원리 73점, 기초제도 71점, 농업이해 68점, 공업일반·인간발달 67점, 수산해운산업기초 63점으로 선택 과목 간 최고점의 차이가 12점으로 나타났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은 아랍어Ⅰ이 91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베트남어Ⅰ 81점, 일본어Ⅰ 72점, 러시아어Ⅰ 71점, 스페인어Ⅰ 70점, 프랑스어Ⅰ·중국어Ⅰ 69점, 독일어Ⅰ 65점, ·스페인어Ⅰ·중국어Ⅰ·한문Ⅰ 69점, 일본어Ⅰ 68점으로 선택 과목 간 최고점의 차이가 무려 23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평가 영어 영역 1등급 비율 5.30%로 전년도 10.03%보다 4.73%포인트 감소
2018학년도 수능시험부터 점수 체계가 9등급 절대평가제로 변경된 영어 영역의 등급별 비율은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5.30%(2만7942명), 2등급(원점수 80∼89점) 14.34%(7만5565명), 3등급(70∼79점) 18.51%(9만7577명), 4등급(60∼69점) 20.91%(11만176명)로 전체 응시자의 59.06%가 4등급 이내이었다. 한편, 2018학년도 수능시험에서는 1등급 10.03%(5만2983명), 2등급 19.65%(10만3756명), 3등급(70∼79점) 25.43%(13만4275명), 4등급(60∼69점) 17.97%로 전체 응시자의 73.08%가 4등급 이내이었다.
이처럼 1등급을 비롯한 상위 등급의 비율이 낮아진 만큼 2019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영어 영역의 변별력은 2018학년도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위권에서의 변별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시 지원 전략을 세울 때 대학별 영어 영역 반영 방법과 등급별 점수 차 등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비해 2017학년도 수능시험부터 필수 영역이 되면서 점수 체계가 9등급 절대평가제가 된 한국사 영역의 등급별 비율은 1등급(원점수 40점 이상)이 무려 36.52%(19만3648명)로 2018학년도에 12.84%(6만8207명)이었던 것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2등급과 3등급 역시 15.04%(7만9747명)와 14.09%(7만4694명)로 2018학년도에 9.98%(5만3047명)와 12.22%(6만4933명)이었던 것보다 높아졌다. 한국사 영역의 상위 등급별 인원이 크게 증가한 만큼 2019학년도 수능시험에서 한국사 영역은 거의 변별력을 상실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유성룡 진학연구소장은 “위와 같이 수능시험 영역/과목별 표준점수 및 백분위 최고점과 1등급 구분 점수 등을 살펴본 것은 수험생 개개인의 영역/과목별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2019학년도 정시 지원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에 수험생들은 자신의 영역/과목별 취득 점수와 희망 대학의 영역별 반영 비율 등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그에 따른 정시 지원 전략을 세웠으면 한다. 더불어 점수가 잘 나온 영역을 높게 반영하는 대학이 어디인지도 함께 찾아봤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계열별로 변별력이 높을 영역으로는 인문계 모집단위에서는 국어 > 수학 > 사회탐구 > 영어 영역이 되고, 자연계 모집단위에서는 국어 = 수학 > 과학탐구 > 영어 영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특정 영역을 높게 반영하는 대학의 경우에는 반영 비율이 높은 영역이 높은 변별력을 가진다.
유성룡 진학연구소장은 “2019학년도 정시 모집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단순하게 몇 점이니까 어느 대학에 지원하겠다는 생각은 접고, 자신의 수능시험 영역별 점수와 희망 대학의 수능시험 영역별 반영 비율 등을 꼼꼼히 따져보며 그에 따른 유․불리를 확인한 후 지원 가능 여부를 가늠해보길 당부한다. 더불어 2019학년도 정시 모집의 입학원서 접수 기간이 12월 29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이므로 절대 서둘러서 지원 대학을 정하지 말고, 대학 모집요강과 수능시험 입시 결과를 비롯한 지원에 필요한 여러 자료들도 살펴보면서 냉철하게 ‘가·나·다’군 3개의 지원 대학을 정해 지원하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