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성난황소’(감독 김민호)는 전형적인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다. 주변에 누군가 위기에 처하면 정체를 숨기고 있던 마동석이 나선다. 소중한 것을 지키려고 악의 소굴에 뛰어든 그는 망설이지 않고 때리고 부수고 마침내 구해낸다.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지만, 악당을 들어 천장에 꽂는 마동석을 보고 있자면 통쾌하기 그지없다. 마동석이기에 가능한, 그만의 세계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에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마동석이기에 통쾌한 건 분명하지만, 너무 비슷한 이미지로만 소비된다는 우려다. 올해 마동석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지적이다.
지난달 중순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마동석은 ‘성난황소’를 비롯해 올해 줄이어 선보인 주연 영화의 개봉 시기에 관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띄엄띄엄 촬영한 영화의 배급이 비슷한 시기에 몰려 아쉽다”면서도 “모두 제가 찍었으니 최선을 다 할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최근 작품 촬영 순서를 보면 액션영화만 연달아 하지는 않았어요. 본격적으로 영화 주연을 맡기 전엔 독립영화에 참여하며 다양한 역할을 경험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저는 특히 액션 영화에 끌려요.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는 훌륭한 배우들이 이미 많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액션영화 위주로 해보고 싶어요. 운동을 꾸준히 했고 그것이 제 장기인 만큼, 그 부분을 살려보고 싶은 거죠. 우리나라에 더 많은 액션영화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액션영화를 보고 배우의 꿈을 키웠고, 여전히 액션영화가 좋다는 마동석은 영화에서 언제나 거침없는 몸놀림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과거 사고 후유증으로 일정의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달리기 등 유산소 액션은 소화하기 힘들다. ‘성난황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상적인 장면으로 손꼽는 액션 장면도 노력 끝에 나온 결과다.
“사람들 들어 천장에 메다꽂는 장면은 허명행 무술감독이 디자인했어요. 오락영화인만큼, 눈에 띄는 액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김민호 감독의 바람을 담아낸 거죠. 맨손으로 할 수 있는 것 중에 독특한 걸 생각해보다가, 천장을 뚫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지붕이 석면으로 돼 있어 와이어를 쓸 수 없어서 들어서 꽂는 것 까지 제가 해야 했어요. 상대 배역이 프로농구선수 출신이었는데, 키가 2m, 몸무게가 130㎏ 정도 됐어요. 저는 원래 몸무게에서 7㎏ 정도 빠진 상태라 무겁고 힘들더라고요.(웃음) 순식간에 지나가는 장면 이지만, 정말 많은 공을 들여 나온 액션이에요. 관객들이 재미있어 할 것이란 생각으로 찍었어요.”
이처럼 영화마다 달랐던 액션 콘셉트와 촬영 방법에 관해 설명하는 마동석에게서 ‘액션 마니아’의 기질이 느껴졌다. 그런 그에게 액션 혹은 영화를 제외한 관심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관심 있는 것도 재미있는 것도 영화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세상에는 여려 영화가 있어요. 그 중에서 제가 관객이 좋아할만한 영화나, 상업적으로 성공할만한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도 있겠죠. 그런데 제 나이가 벌써 쉰 살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앞으로 액션을 오래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듯이, 몸이 움직일 때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고 싶어요. 다른 역할은 언젠가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 제 나름의 계획은 있는데, 그 안에서도 매번 시행착오를 겪어요. 중요한 건 모든 영화가 제게 소중한 작품이란 거예요. 이전에 출연했던 저예산영화가 없었다면, ‘범죄의 도시’도 없었을 거예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