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품업계 가격 ‘기습인상’은 왜 트렌드가 됐을까

[기자수첩] 식품업계 가격 ‘기습인상’은 왜 트렌드가 됐을까

기사승인 2018-12-14 04:00:00

기습(奇襲)이란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 급작스레 들이닥쳐 공격하거나 선포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상호간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형식을 말하며, 당연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최근 식품·외식업계가 잇달아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우유부터 커피, 라면, 과자 등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제품의 가격이 대부분 올랐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분 고려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이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최근 인상한 식음료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인상 하루 전 또는 인상 이후 이를 발표하는 기습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지난 8월 5년 만에 흰 우유 1ℓ 제품의 가격을 3.6% 인상했다. 생산 비용 증가를 원인으로 설명했다. 서울우유가 가격을 인상하자 남양우유가 10월 우유 제품 가격을 4.5% 인상했고 1ℓ 제품의 용량은 900㎖로 줄여 10% 남짓 가격 상승 효과를 봤다. 

그나마 서울우유는 일주일가량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남양유업은 인상 당일 이를 공표했다. 소비자들로서는 당일 마트 또는 슈퍼마켓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에야 인상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우유는 커피전문점은 물론 제과·제빵, 가공유 등에 널리 사용되는 만큼 업계 전반적으로 큰 파고를 일으킨다. 서울우유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제품을 공급받는 SPC그룹 파리바게뜨 역시 지난달 우유제품 가격을 10% 인상했다. 파리바게뜨는 실제로 인상이 적용된 다음날 보도를 통해 사실이 알려졌을 뿐 소비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롯데지알에스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는 인상 하루 전인 지난 12일 17개 종류의 커피 가격을 평균 2.7% 인상된 가격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롯데리아 역시 하루 전에야 햄버거 가격을 평균 2.2%가량 올린다고 발표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도 지난달 18일, 이틑날인 19일부터 대표 제품인 ‘황금올리브’와 ‘자메이카 통다리 구이’ 등 가격을 1000원~2000원 올린다고 발표했다. 기본 프라이드 제품인 황금올리브의 경우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오른데다가 배달비를 감안했을 때 이른바 ‘프라이드 치킨 2만원 시대’를 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지만 시간 여유를 두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 것은 가격인상을 진행하지만 가맹점주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공급가는 유지하고 가격 인상을 한달 전에 공표한 이디야커피와, 내년 1월 1일부로 바나나맛우유를 소비자가 기준 100원 인상한다고 발표한 빙그레 정도다.

이러한 식품외식업계 기습인상에 대한 의견은 갈리고 있다. 소비가 늘어나는 연말 가격인상을 통해 내년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반면,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가격인상을 체감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둘 다일 수도 있고,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가격인상여파를 줄일 수 있도록 시간을 줬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하루 전 또는 당일 인상 공표 사례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가격인상을 소비자와 상호 협의할 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이 필요하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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