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 편성 문제를 놓고 유럽연합(EU)과 대립해온 이탈리아 정부가 적자 폭을 줄이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연합뉴스는 이탈리아가 지난 12일 오후(현지시간) 내년도 정부예산 적자 규모를 GDP(국내총생산)의 2.04% 수준으로 애초 안보다 0.36%p 낮춘 수정안을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 제출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성향의 정당 ‘동맹’이 손을 잡은 포퓰리스트 정부가 이끄는 이탈리아는 지난 10월 내년도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2.4% 수준으로 짠 예산안을 EU 집행위에 제출했으나 거부당했다.
이후 ‘2.2% 수정안’을 제시했다가 또 퇴짜를 맞자 여기서 0.16%p 더 낮춘 안을 마련했다.
올해 1.6% 수준인 GDP 대비 재정적자를 2.4%로 대폭 늘려 잡았던 최초 예산안에는 저소득층에 월 7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 제공, 연금수급 연령 상향 조정안 철회 등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담겨 있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안팎에서는 포퓰리즘 예산 편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만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추가 세원 발굴을 통해 애초 안보다 적자 폭을 줄인 새 예산안을 짤 수 있었다며 EU 측과의 협상이 잘 타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가 세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콘테 총리는 연립정부를 대표하는 두 정당도 새 예산안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기본소득 보장 등 개혁 공약을 지키면서 유럽연합 회원국으로서의 책임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탈리아가 최초안보다 재정적자를 비교적 큰 폭으로 낮춘 수정안을 내놓은 것은 EU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다.
EU는 회원국이 GDP의 3%를 넘는 적자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미 권고치(60%)의 2배 이상인 GDP 기준 131%의 국가부채를 떠안은 이탈리아에는 2%대의 적자 예산도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EU는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 다음으로 나랏빚이 많은 이탈리아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경우 채무위기 상황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벌금 부과 제재를 앞세워 긴축 예산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해 왔다. EU는 이탈리아와의 예산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GDP의 0.2% 수준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탈리아가 수정 예산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EU 집행위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융커 위원장의 대변인은 “융커 위원장이 콘테 총리의 말을 경청했고, 바람직한 진전이 이뤄졌다”면서 “EU 집행위가 이제 이탈리아의 수정 예산안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EU 집행위가 이탈리아의 새 예산안을 수용할지 심의하는 데 며칠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