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금융 서비스는 어떠한 모습일까? SF영화에서는 가상현실 속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돈을 이체하거나, 투자할 금융상품을 결정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 이처럼 미래의 모습으로 상상하거나 실제 기술개발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것으로 생각되던 기술들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대형 금융사들은 IT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상상속의 기술을 현실화해 나가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의 제정으로 상상속 금융 서비스가 현실화 될 수 있는 규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따분한 상품설명은 이제 그만= 증강·가상현실 콘텐츠 제작 및 출판 기업인 ㈜빅토리아프로덕션은 이달 신한금융그룹이 운영하는 퓨처스랩에 선정됐다. 신한금융의 퓨처스랩은 잠재력 있는 핀테크 기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핀테크 협업프로그램이다.
빅토리아프로덕션은 증강·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지금까지 150여권의 도서를 제작한 회사다. 신한금융은 금융상품 거래에 필수적인 상품 설명에 빅토리아프로덕션의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대출이나 예·적금 상품의 상품설명서를 공시하거나 비치하고 있지만 이를 들여다보는 소비자는 찾기 어렵다. 상품 설명서가 복잡한 금융용어와 메커니즘 (mechanism)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이에 증강·가상현실 기반의 상품설명서를 제작해 소비자의 이해를 돕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언어적 한계가 있는 베트남 등 해외 영업에 이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공인인증서 대신 목소리 인증= 온라인이나 가상현실에서 쇼핑 후 불편한 공인인증서 대신 목소리를 통해 간편 결제하는 기술도 미래 금융서비스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파워보이스는 KB스타터스 소속 업체로 KB금융그룹과 협업을 통해 목소리 인증을 통한 간편 결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KB스타터스는 신한의 퓨처스랩과 같이 핀테크 업체의 육성 및 협업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파워보이스는 자연어 음성인식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동차의 사물인터넷(IoT) 홈네트워크 및 차량용 네비게이션 등에 음성인식 솔루션을 공급한 바 있다. 특히 음성 암호를 이용한 컴퓨터 보안 방법 등 특허만 41건에 달해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파워보이스의 기술을 리브(Liiv) 등과 연동되는 플랫폼에 접목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인인증서가 없거나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해도 목소리 하나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미래 금융서비스 현실화 탄력= 국내 대형 금융사들이 IT기업과 협업을 통해 미래 금융서비스를 그려나가는 이러한 작업은 규제 완화에 따라 앞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이 발의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의 국회 통과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에 한해 금융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시장에서 테스트할 기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금융 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IT기업들은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혁신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이를 실제 개발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개발한 기술을 시장에 실제 적용해 상용화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토로해 왔다.
특례법은 혁신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에 대해 2년간, 필요에 따라서는 총 4년까지 규제특례를 통해 시장에서 서비스를 직접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정식 인허가를 받으면, 최장 2년간 다른 사업자가 같은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도록 배타적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독점사업권도 부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안으로 특례법의 후속 하위법규 입법예고 등을 거쳐 내년 1분기 중 관련 법령을 시행할 계획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