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국회입점 44년… ‘터줏대감’ 굳히기

농협은행 국회입점 44년… ‘터줏대감’ 굳히기

기사승인 2018-12-20 11:18:16

한국 정치의 상징인 국회의사당 입점은 매출을 떠나 국내서 브랜드 위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특히 농협은행은 약 44년간 국회의사당 안에 터를 잡고 있다. 입점 당시 전국적인 점포망을 보유하고 국책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은 농협이 유일해서다. 향후 일반경쟁입찰로 다른 시중은행이 국회에 들어갈 여지는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1975년 국회의사당 건물이 개관하면서부터 입점했다.

농협은행의 국회의사당 입점은 국회와 농협 양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서다. 국회의 경우 국회 주거래 은행은 한국은행이지만, 국회의사당 안과 밖의 거리가 꽤 있어 상주해있을 은행이 필요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 정식 주거래 은행은 한국은행이다. 국회의사당 개관 당시 국회 안에 은행이 필요했는데 당시 전국적인 점포망을 갖고 대부분 국책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이 농협은행이었다”면서 “농협은행 측도 국회에 입점하기를 원했는데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르면 국가기관은 농협에 최대한 협조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측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회의사당에 입점했다는 설명이다. 1970년대 초까지 여의도는 모래땅에 불과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순복음교회, KBS, 우체국 등이 들어섰고, 금융투자사들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여의도에 모여들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당시 여의도는 황무지나 다름없어 금융회사들이 들어오기 싫어했다”며 “당시엔 국유재산을 거래할 수 있는 곳은 농협이 유일했기 때문에 경쟁입찰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 국회지점이 다른 지점보다 수익이 많이 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회 안에 입점에 있다는 상징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농협은행은 국회와 2008년 이전엔 2년마다 임대계약을 갱신했으며, 2008년 이후엔 3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하고 있다. 현재 2017년 1월 임대계약을 연장해 2019년 12월이 만기다.

앞으로 다른 시중은행이 입점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농협과의 계약 만기가 2019년 말이다 보니, 내년까지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며 “국회의원과 직원 등 다수의 요구나 필요성이 확인되면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은행의 사용허가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반경쟁입찰로 입점 은행을 주기적으로 변경할 경우 다수 국회 상주인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기존 국고 계좌 및 정부구매 카드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등 국고 업무에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히 검토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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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ng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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