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PMC: 더 벙커’ 캡틴 하정우와 한 팀이 되어 전장을 누비고 싶다면

[쿡리뷰] ‘PMC: 더 벙커’ 캡틴 하정우와 한 팀이 되어 전장을 누비고 싶다면

기사승인 2018-12-20 13:29:39

“연기하면서 정신없었다. 감독님이 멀티태스킹을 좋아하셔서 인물이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없게 (캐릭터를) 만들었다” 우스갯소리로 털어놓았을 배우 하정우의 고충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느꼈던 바이기 때문이다. 감독은 관객에게도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는 듯했다. 과감한 시도와 새로운 설정에 눈길이 갔지만, 정도가 지나쳐 피로감이 몰려왔다. 객석에 앉은 124분간 전투의 고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는 글로벌 군사기업 PMC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햅(하정우)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받으면서 시작된다. 블랙리저드는 작전 장소인 DMZ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된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약속된 타깃이 아닌 북한의 ‘킹’. 아시아 최고의 현상금이 걸린 ‘킹’을 잡기 위해 에이헵은 작전을 변경하고 그를 납치하는 데에 성공한다. 하지만 또 다른 군사기업의 기습과 CIA의 폭격으로 벙커가 무너지고, 부상을 입은 에이햅은 북한 의사 윤지의(이선균)에게 도움을 요청해 함께 작전을 펼치게 된다.

김병우 감독은 ‘PMC: 더 벙커’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 질문하며 시작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의 의도처럼 영화는 관객이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들에 충실했다. 1인칭 시점의 화면과 핸드 헬드(hand held) 촬영 기법은 관객들이 영화 속 인물들과 함께 총을 들고 전투에 참여하는 듯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연달아 벌어지는 돌발 상황, 시시각각 변경되는 작전들,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 그 사이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사운드까지. 볼거리, 들을 거리가 끊이지 않아 눈과 귀가 쉴 틈이 없다.

하지만 압박이 길어지니 피로감이 느껴진다. 벙커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다른 공간에는 생사의 기로에 선 인물들이 등장한다. TV에서는 벙커 밖 상황을 계속해서 중계한다. 그러다 보니 극 중 에이햅이 느끼는 아노미의 감정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쉴 새 없이 흔들리는 화면은 현기증마저 느끼게 한다.

과한 배경 설정으로 인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모호해졌다. 남북문제,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 간의 패권 다툼, 대통령 재선 상황, 백악관과 CIA 사이의 갈등 등이 영화의 배경으로 깔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정치·외교의 어두운 면을 꼬집는 풍자적 메시지를 담았는지, “각자도생”을 외치던 에이햅이 공생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성장의 메시지를 담았는지, 혹 남북 상황이 강대국 패권 다툼에 이용되고 있다는 경각의 메시지를 담았는지 알 수 없다. 이 모든 배경이 극 초반부 뉴스 보도 형식으로 설명되긴 하지만 평소 북미 관계에 큰 관심이 없는 관객이라면 빠른 전개에 그저 끌려 다닐 뿐이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배우들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대사의 대부분을 영어로 소화해야 했던 하정우는 우려와 달리 에이햅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미국식 제스처는 자연스럽고 외국 배우들과 한 장면에 담겨도 어색하지 않다. 그는 능숙한 표정 연기로 작전 변경의 결단을 연달아 내려야 하는 에이햅의 감정을 충실히 전달한다. 이선균의 북한 사투리 역시 매끄럽다. 직접 촬영했다는 일부 장면들도 튀지 않는다. 특히 다른 공간에서 교신을 통해 주고 받는 두 사람의 완벽한 호흡은 영화에 재미와 완성도를 더한다. 오는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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