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강릉 펜션 사고, 도넘은 2차 가해…경찰까지 나섰다

[친절한 쿡기자] 강릉 펜션 사고, 도넘은 2차 가해…경찰까지 나섰다

강릉 펜션 사고, 도넘은 2차 가해

기사승인 2018-12-21 00:00:00

어른들의 잘못으로 또다시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1cm 였습니다. 보일러와 연결된 연통 이음매 사이 벌어진 틈으로 일산화탄소가 방으로 유입됐습니다. 수능을 치르고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던 서울 대성고등학교 학생 3명은 미처 날개를 펼치지도 못하고 숨졌습니다. 사고 보일러를 감식한 결과, 경찰은 비전문가가 설치 편의를 위해 배기통을 절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 안전검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급작스레 사랑하는 친구, 자식을 잃은 이들의 아픔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아픔을 보듬기는 커녕 오히려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20일 사고 수습대책과 관련해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김 시장은 사고를 당한 학생들이 호전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브리핑의 방점은 다른 데 찍혀 있었습니다. 김 시장은 유가족의 부탁 사항을 전달했습니다. 치료받고 있는 학생들이 친구들의 사망사실을 아직 모르는 만큼, 일반 병실 취재를 불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모들과 학교 측은 전날에도 사고대책본부를 통해 “엉뚱한 기사로 착하게 살아온 아이들을 난도질하는 일 없도록 해달라”며 “안타까운 사건에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무분별한 취재요청과 접근으로 학생들이 더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죠.

과열된 취재 경쟁, 심지어는 피해 학생을 조롱하는 글까지. 참사 관련자들은 이미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사고 발생 이후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워마드’ 등 극단 성향 사이트를 비롯한 일부 인터넷 공간에는 피해 학생들을 모욕하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대성고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모욕글을 수집하고 삭제요청까지 했으나 조롱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일부 역술인 블로그에는 목숨을 잃은 학생들의 이름 풀이가 게시글로 올라오는 등 참사 희생자를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행태까지 이르렀습니다. 결국 대성고는 지난 19일 피해 학생들을 모욕하는 글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졌던 ‘폭식 행사’를 기억하시나요. 지난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하고 있는 유가족들 앞에서 일베 등 보수 성향 단체 회원 500여 명이 피자, 치킨, 육개장 등을 쌓아놓고 식사했던 사건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기는 커녕 모욕하는 이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이자, 제자이자, 친구를 잃은 이들은 지금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마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을 겁니다. 물리적 폭행만이 폭행은 아닙니다. 2차 가해를 멈추고 치료받는 학생들의 쾌유를 비는 것이 ‘상식’ 아닐까요.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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