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위생과 안전, 그리고 나아가 국민 건강을 담보해야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연이어 ‘헛발질’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안전·위생과 관련해 직접적인 이미지와 매출 타격을 입는 식품업체들은 정부부처인 식약처에 이렇다할 항변도 할 수 없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7일 식약처는 일동후디스가 수입·판매 중인 산양유아식 4단계 800g 제품에서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리젠스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균은 노로바이러스, 병원성대장균, 살모넬라균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식중독으로 조리된 스프나 가공음식 등을 상온발생할 때 주로 생긴다.
특히 75℃ 이상에서 1분 이상 완전 조리하면 사멸되는 다른 식중독과는 달리 100℃ 이상 고온에서도 쉽게 죽지 않고 60℃ 이하에서 증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그도 그럴 것이 영·유아가 직접 먹는 분유제품이기 때문이다.
일동후디스는 식약처 발표 이후 즉각 전 제품에 대한 회수를 진행하고 환불조치에 나섰지만 사태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특히 최초 논란이 됐던 4단계 외 1~3단계 제품들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면서 소비자 혼란은 극에 달했다.
이후 약 2주간이 지난 뒤인 21일, 일동후디스는 식약처의 검사결과를 인용해 ‘후디스 산양분유’와 ‘산양유아식’ 전 단계 제품을 검사한 결과 문제의 균이 검출되지 않았음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제조사와 일동후디스 자체 검사, 공인분석기관에서 검사를 진행한 결과에서도 식중독균이 ‘불검출’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없던 일’이었던 것이자, 식약처의 발표가 틀렸다는 말이다.
식약처의 이러한 헛발질이 최근 연이어 나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식약처는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10월 대상 청정원의 ‘런천미트’에서 세균이 발육됐다고 발표했다.
식약처 발표의 후폭풍은 거셌다. 공신력 있는 정부의 발표에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당사자인 대상은 우선적으로 해당 제품을 비롯해 캔햄 전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결국 대상은 런천미트 외 전 캔햄 제품을 회수·환불조치하고, 해당 공장을 중단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쓰레기 만두’나 ‘우지파동’까지 거슬러 가지 않더라도, 식품업체 특성상 한번 위생과 관련된 이미지가 무너질 경우 사실상 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조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멸균제품에서 균이 생길 수는 없는 만큼 유통과정 또는 보관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일부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소비자 안전을 담보로 한 막연한 공포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러나 식약처는 결국 ‘원인 불명’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또한 시험소의 현장점검 모든 과정에 대한 조사에서도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이 기간 동안 수백억원에 달하는 유·무형의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동후디스 역시 상당한 피해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변한 것은 없었다. 식품업체들은 이러한 식약처의 헛발질에도 어떠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그럴 수도 있지’라든지, ‘일부러 그런게 아니니’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면피해서는 안된다. 이미 한 두 번이 아니다.
깎인 대국민 신뢰는 자업자득이지만, 일동후디스와 대상의 피해는 모두 식약처발(發)이다. 식약처는 소를 잃고, 외양간도 무너졌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