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라고 할 수 있다. 이달에만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를 비롯해 혼다 파일럿 등 두 대의 대형 SUV가 출시됐고, 내년에도 한국GM 트레비스와 BMW X7 등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대형 SUV 신형 모델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이유는 아웃도어 활동과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보다 큰 SUV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혼다코리아는 2012년 야심차게 파일럿을 국내에 첫 도입했지만 연 판매량이 몇백대에 그치며 안착에는 실패했다. 미국에서 연간 1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대형 SUV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뉴 파일럿'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완전 변화를 이룬 만큼 혼다코리아는 월 150대 이상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19일 7인승 모델인 '파일럿 엘리트'를 타고 충남 당진 헤어름카페에서 경기도 화성 롤링힐스 호텔까지 편도 80km 구간을 직접 시승해봤다.
전면부에는 혼다의 상징인 '혼다 플라잉 윙' 디자인으로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날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 모델보다 전장과 전고가 각각 50mm, 20mm 늘어난 만큼 강인하면서도 대담한 인상을 풍겼다.
차량에 탑승하니 2열에 위치한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눈에 띄었다. 파일럿 엘리트 모델에는 2열 루프 상단에 10.2인치 모니터가 탑재됏으며 리모콘으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무선 헤드폰도 구비돼있다. 오랜 시간 차를 타면 심심하기 마련인데 특히 아이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일럿은 가솔린 엔진 한 가지만 탑재했기 때문에 '치고 나가는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들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면서 속도를 높여보니 디젤 특유의 강한 힘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부족하지는 않은 힘을 발산했다. 이 모델에는 V6 3.5L 직분사식 i-VTEC이 탑재됐으며 최고 출력 284마력, 최대 토크 36.2kg·m의 힘을 발휘한다.
또한 워낙 차체가 큰 만큼 연비 걱정도 빠질 수 없다. 이날 서해안고속도로를 비롯해 국도, 비포장도로 등 다양한 주행 했음에도 불구하고 8.6㎞/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뉴 파일럿의 복합연비는 8.4㎞/ℓ로 이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도심 연비는 7.4㎞/ℓ, 고속도로는 10.0㎞/ℓ로 전자식 버튼 타입 9단 자동변속기를 새롭게 시도해 동급 SUV 최고 수준의 연료효율성을 자랑한다고 혼다 측은 설명했다.
무엇보다 가족들을 위한 차인 만큼 다양한 안전사양이 탑재돼 안전 운전을 도왔다. 특히 뉴 파일럿에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회피를 유도하는 혼다의 최첨단 안전 시스템 '혼다센싱'이 기본 적용됐다. 이 뿐만 아니라 후측방 경보시스템(BSI)과 크로스 트래픽 모니터(CTM),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 도로 이탈 경감 시스템(RDM) 등도 탑재됐다.
널찍널찍한 적재공간은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 적재공간은 467ℓ이지만 3열을 접을 경우 1325ℓ, 2과 3열을 모두 접으면 2376ℓ까지 가능하다.
8인승 모델 ‘파일럿’과 7인승 모델 ‘파일럿 엘리트’ 총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각각 5490만원, 5950만원이다. 경쟁모델인 포드 익스플로러(5460만~5710만원)와는 비슷한 수진이나 현대차 팰리세이드 가솔린 7인승 모델(3475만~4030만원)보다는 약 2000만원 비싸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